여당, 인요한 '영남 스타 중진 수도권 출마론'에 설왕설래(종합)

[서울=뉴시스] 정성원 한은진 기자 =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인지도가 높은 영남 의원들을 겨냥해 내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서울에 출마하면 좋겠다는 의중을 거듭 내놓으면서 당내 여론이 술렁이고 있다.

영남권 의원들 사이에서는 인 위원장이 '당내 낙동강 하류 세력은 뒷전에 서야 한다'는 발언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영남에도 험지가 있다", "영남 의원들의 수도권 경쟁력이 떨어진다" 등의 주장도 나왔다.

30일 취재를 종합하면 국민의힘 내에서는 인 위원장이 여러 언론 인터뷰를 통해 "(영남) 스타들이 서울로 좀 와야 한다"고 밝힌 이후 다시 불 지펴진 '영남 스타 중진 수도권 출마론'에 갖가지 반응이 나오고 있다.

영남권 의원들 사이에서는 인 위원장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분출됐다. 인 위원장의 인터뷰 이후 처음 열린 이날 의원총회에서는 인 위원장이 낙동강 발언을 사과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의총에서 인 위원장에게 사과를 요구한 김용판(대구 달서병) 의원은 뉴시스와 통화에서 "본인이 농담도 못하냐라고 말했지만 대구·경북(TK) 시도민들에게는 정중하게 해야 한다"며 "TK는 대한민국 자유우파를 지켰다는 자긍심을 가지고 있다. 그런 흐름에서 국회의원이 나온 것인데 '뒷전으로 가라'는 건 그물에 잡아둔 고기 취급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류성걸(대구 동구갑) 의원도 발언대에 나와 김 의원 주장과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 5선 조경태 의원은 의총 전 기자들과 만나 "부산 북강서갑·사하갑·남구을과 (경남) 김해갑·양산은 민주당이 점하고 있다. 수도권만 험지라는 인식은 맞지 않다"며 "험지냐 아니냐의 기준은 상당히 과학적으로 분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또 "영남당, 호남당은 식상한 프레임"이라며 "수도권도 지금 빨리 경쟁력 있는 후보를 배치하는 것이 중요하다. 민주당이 점유한 영남 험지 지역에도 어떻게 배치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는데 그게 빠져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당 안팎에서 여럿이 제기했던 '영남 중진들의 수도권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주장은 이날도 이어져 나왔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대구 예산정책협의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콜로라도 주 의원을 워싱턴 D.C.에 갖다 놓으면 선거가 되겠나"라고 비꼬았다.

이준석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영남 의원들의 수도권 출마 시나리오는 선거에 있어서 말 그대로 양념 같은 수준의 이야기"라며 "홍범도 논란과 박정훈 대령 처우, 경제상황 등에 빡친 유권자가 주호영·김기현 두 의원의 수도권 출마로 마음이 풀릴 가능성은 없다"고 분석했다.

이 전 대표는 더 나아가 "수도권에 다 출마하면 적어도 선거 앞두고 영남에서는 맞말(맞는 말)이지만 수도권에서는 막말인 말들을 하지 못하게 하는 효과가 있을 수 있겠다"면서도 "사실 이 둘(주호영·김기현)은 막말러도 아니고 영남 의원들 중에서 인품이 상대적으로 훌륭한 사람들이다. 오히려 낙하산 꽂아서 아무말 리스크가 생길 확률이 더 크다"고 내다봤다.

한 영남 초선 의원은 "정말 도움이 될 것 같으면 영남권 의원들 중에서 수도권에 연고가 있거나 수도권에서 활동해서 이길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을 갖다 붙여야 하는데 영남권에서 네다섯번 했으니 서울 가서 죽으라는 소리밖에 더 되겠나"라고 비판했다.

의총에 참석한 한 국민의힘 의원은 이와 관련해 "수도권이든 영남권이든 지역구와 상관없이 의원들이 대체적으로 영남 중진 수도권 출마론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외 통화에 응한 의원들도 인 위원장이 '낙동강 발언'에 대해 "농담도 못 하나"라 해명하거나 인터뷰에서 '영남 스타 의원'으로 주호영 의원과 김기현 대표를 지목하고도 '오보'라 한 데 대해 불쾌감을 드러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개최한 '수도권 민심, 원외위원장에게 듣는다' 세미나에 참석한 일부 수도권 원외 당협위원장들은 '영남 중진 수도권 출마론'에 거부감을 보였다.

구상찬 서울 강서갑 당협위원장은 "류현진이 손과 어깨가 아프다고 손흥민·이강인을 투입할 수는 없듯 영남에서 끌려와 할 수 없이 출마하면 수도권 유권자들이 표를 주겠나"라며 "(영남 중진이) 스스로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인 위원장이 먼저 중요한 무기를 스스로 해체했다"고 비판했다.

한규택 경기 수원을 당협위원장은 "수도권 당협위원장들이 경쟁력 없고 문제있는 사람들인가. 힘들 때 자기 돈 써가면서 당협을 지킨 사람들인데 경쟁력 없는 것처럼 도매금으로 싸잡아서 이야기한다"며 "영남 다선 의원들이 경쟁력 있다는 증거가 있나"라고 날을 세웠다.

하 의원은 세미나 이후 기자들과 만나 "현역 의원은 영남권이 많고 그곳보다 훨씬 강한 위기의식을 느끼는 게 원외위원장이다. 원외위원장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당 지도부가 들어줬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전국 원외위원장 총회 개최를 요청했다.

이른바 영남 중진이 '수도권 출마론'에 얽매여 현직 수도권 당협위원장을 밀어낼 경우 반발에 부딪힐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지도부는 영남 스타 수도권 출마론에 대해 말을 아꼈다.

'영남 스타 중진'으로 지목된 김기현 대표는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아이디어 차원인 것으로 보인다"며 "혁신위에서 아직 제안한 바가 없다. 정식으로 제안하면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병민 최고위원은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김 대표에게 수도권 험지 출마를 요구한 것과 관련해 "아직 총선까지 긴 시간이 남아 있기 때문에 마지막 순간에 본인이 어떤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지는 고독한 김 대표의 결단"이라며 "김 대표를 자꾸 뒤에서 등 떠밀듯 하게 되면 대표 권위도 서지 않을뿐더러 감동도 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혁신위는 당내 반발에도 훌륭한 영남 의원들이 수도권에 출마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인 위원장은 이날 오후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한 뒤 기자들과 만나 "경상남·북도에 훌륭한 국회의원들이 서울에 와서 경쟁력이 있으면 좀 도왔으면 좋겠다"며 "이제는 문화를 바꿔서 정치인들이 희생하고 국민에게 이득이 되는 사상 전환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 위원장은 다만 김기현 대표와 주호영 의원을 지목한 것과 관련 "이름을 거명한 것도 없다"고 재차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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