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기본권청, 아프리카계 유럽 인종차별 보고서
13국 응답자 ⅓, 1년 내 차별 경험…5년 안은 ½
獨, 6년 만에 33→64%로 2배…오스트리아와 선두
[서울=뉴시스] 이명동 기자 = 유럽 전역에서 흑인을 향한 차별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특히 독일에서는 흑인을 향한 차별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5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산하 기본권청(FRA)은 EU 회원국 13개국에 거주하는 아프리카계 국민을 대상으로 흑인 차별 실태를 조사한 보고서 'EU에서 흑인 되기-아프리카계 사람의 경험'를 발간했다.
응답자 45%는 5년 안에 인종차별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특히 3명 중 1명(34%)은 1년 안에 차별을 경험했다. 이는 2016년 직전 조사와 비교해 10%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증가세는 주로 주택·구직 시장과 교육 과정에서의 차별이 견인했다.
인종차별 수준이 가장 높은 국가는 독일, 오스트리아, 핀란드였다. 특히 이목을 끄는 것은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자료다. 2016년 조사 뒤로 6년 만에 실시된 조사에서 독일은 인종차별을 경험한 사람 숫자가 2배로 급증했다.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는 1년 안에 인종차별을 경험한 응답자가 64%였다. 독일은 6년 전 조사에서 33%였던 것과 비교하면 94% 증가했다. 핀란드는 같은 기준으로 54%가 차별을 겪었다. 5년 안에 차별을 경험한 비율도 독일 76%, 오스트리아 72%, 핀란드 63%로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FRA는 보고서를 발간하면서 "전체적으로 2016년 뒤로 EU 국가에서 인종차별 경험이 증가해 최고 77%에 이르렀다"라며 "2000년 이래로 EU의 차별금지법과 그 뒤로 상당한 EU 정책 개발에도 불구하고 진전이 부족하다는 점은 우려할 만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FRA는 이 같은 결론으로 귀결된 원인을 구체적으로 분석하지 않았다. 다만, 아프리카·서아시아 등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이민자 행렬이 이어진 데 따른 반발 작용으로 이들을 향한 인종차별이 늘어났을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마이클 오플라허티 FRA 국장은 "인종차별의 실제 규모를 마주하는 것은 충격적이고 부끄러운 일이다. 이번 결론은 아프리카계 사람의 평등과 포용에 관한 조치를 촉구하는 경종을 울려야 한다"며 "인종차별은 유럽에서 설 자리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021년 미국 전역을 움직인 경찰에 의한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 뒤로 EU는 사상 최초의 'EU 인종차별 금지 행동 계획(2020~2025)'을 채택했다고 소개했다.
설문은 아프리카계 흑인 대부분은 거주하는 독일, 오스트리아,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13개국에 거주하는 흑인 1·2세대 6752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응답자는 최소 12개월 이상 해당 국가에 거주했고, 응답자 84%는 다른 나라에서 태어나 현재 거주하는 유럽 국가로 이주한 이민자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