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쇳말은 '미완성'…진상규명·책임자 처벌로 완성
[서울=뉴시스]임철휘 기자 = 이태원 참사 1주기를 사흘 앞둔 26일, 참사가 일어난 골목길이 '기억과 안전의 길'로 탈바꿈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유가협)와 시민대책회의(대책회의)는 이날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 용산구 해밀톤호텔 옆 골목을 '10·29 기억과 안전의 길'로 조성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골목을 '10·29 기억과 안전의 길'로 명명하고 골목 초입부에 3개의 빌보드(안내판)를 설치했다.
3개의 빌보드는 각기 다른 내용으로 구성됐다.
첫 번째 빌보드는 유가족과 시민사회가 함께 작성한 메시지로 채워졌다.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은 미완성입니다' 제하의 메시지는 "2022년 10월29일 밤, 이곳에서 참사가 벌어졌습니다"로 시작한다.
이후 글은 "당신이 서 있는 이곳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습니다. 기억해야 할 얼굴들 부르지 못한 이름들이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아직 부르지 못한 이름을 새기고 누구나 안전하고 존엄하게 이 길을 걸을 수 있을 때 비로소 완성될 것입니다. 우리에겐 아직 기억해야 할 이름들이 있습니다"로 이어진다.
"부디 그날 밤을 기억하는 모두의 오늘이 안녕하기를 바랍니다"라는 마지막 문장은 희생자의 출신 국가 및 사용 언어 등을 반영해 총 14개 언어로 적혔다.
길을 디자인한 미술가 권은비 작가는 "특별법이 통과돼 진상규명이 되고 희생자들을 사회가 기억하고 사과할 때야말로 제대로 된 기억공간을 만들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며 '미완성'을 길의 열쇳말로 삼은 이유를 설명했다.
두 번째 빌보드에는 시민들이 남기고 간 추모 메시지가 담긴다. 추모 메시지는 2개월마다 교체된다. 세 번째 빌보드는 이태원 참사 관련 예술작품이 담겼다.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골목길 초입에는 길의 시작을 알리는 비탈길 모양의 거울로 된 표지목이 설치됐다.
이에 대해 권 작가는 "시민들이 이 앞에 서서 그날 밤을 기억할 때 우리 스스로가 이 길을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걸 전달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참사의 시작점 바닥엔 '우리에겐 아직 기억해야 할 이름들이 남아있다’는 문구의 바닥 표지석이 놓이고, 반대편 종착점에는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이라고 적힌 바닥 표지석이 깔렸다.
한편 유가족들은 이날도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을 거듭 촉구했다.
이정민 유가협 운영위원장은 "모두가 안전하게 일상을 보낼 수 있는 사회가 되는 것이 저희 유가족이 가장 바라는 것이다"며 "진정 안전해지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 진상규명과 책임자들에 대한 처벌을 통해 경각심을 바로 세워야 모두가 일상을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게 된다"고 밝혔다.
이지현 대책회의 공동운영위원장은 "오늘은 어디까지나 중간 과정"이라며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지금은 법사위에서 잠자고 있지만, 특별법이 국회에서 통과되고 참사의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이뤄질 때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추모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기자회견 직후 유가족들은 권 작가의 설명을 들으며 골목길을 둘러봤다.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은 지난 23일 용산구 명 명예도로로 지정되어 도로 표지판이 설치됐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