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3분기 상권 매출 전년 대비 60~75%
주점에 타격 집중…참사 직후 37%까지 감소
'불금'·주말 시민 발길 줄어…역 이용객 10%↓
[서울=뉴시스]임철휘 여동준 기자 = 10·29 이태원 참사로부터 1년이 지나며 이태원 상권에 점차 훈풍이 분다지만, 상흔은 여전히 깊게 남아있었다.
참사 직후 곤두박질쳤던 매출이 오름세로 돌아섰지만, 여전히 지난해 같은 기간의 3분의 2 수준에 그쳐 완전한 상권 정상화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분석이 나온다.
25일 국내 한 카드사로부터 입수한 '서울 용산구 이태원 소비 분석 자료'에 따르면, 지난 2·3분기(4~9월) 이태원 상권 매출은 지난해 같은 달 대비 60~75% 수준에 머무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 분석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9월까지 1년간 이태원1·2동에 있는 음식점(한식·패스트푸드·카페·주점)과 편의점, 의류·화장품·잡화 업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분석 결과, 코로나19 종식 선언 후 일상회복이 한창이던 지난해 9~10월 이태원 상권은 그 전년도인 2021년의 두 배 넘는 매출을 기록했지만, 참사 발생 직후인 지난해 11월에는 전년(2021년) 동월의 61% 수준으로 급감했다.
이후 이태원 상권회복 상품권이 발행된 23년도 1분기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소폭 상승했으나, 지난 4월부터 다시 떨어지기 시작해 최근 6개월간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60~75% 수준에 머물고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전년 동월 대비 이태원 상권 매출은 ▲4월 75% ▲5월 61% ▲6월 71% ▲7월 72% ▲8월 73% ▲9월 75%다.
특히 주점에 타격이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참사 직전인 지난해 9·10월 주점 업종은 그 2021년 9·10월에 비해 약 4~5배 넘는 매출 상승을 기록했다. 그러나 참사 직후인 지난해 11월 매출은 그 전년도 동월의 37% 수준으로 급감했다.
같은 달 편의점 매출이 86%, 의류·화장품·잡화 업종 매출이 82%, 카페 매출이 65%, 패스트푸드점 매출이 61%였던 데 비춰봐도 유독 타격을 크게 입은 셈이다. 주점은 여전히 회복이 더뎌 지난 9월 매출은 아직까지 전년 동월 대비 60% 수준에 그쳤다.
'불금'과 주말에 이태원을 찾는 시민들의 발길도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25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교통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 2·3분기 금요일과 주말 서울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이용객은 203만6849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26만1723명에 비해 약 10%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대표 상권인 서울 지하철 2호선 신촌역 이용객이 같은 기간 500만6318명에서 554만3639명으로 약 11% 증가한 것과도 대비되는 모습이다.
현장 분위기도 이와 비슷했다.
뉴시스 취재진이 지난 20일과 23일 양일 저녁 시간대 이태원역 인근 세계음식문화 거리에서 만난 상인들은 이태원 상권이 참사로 인한 타격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곳에서 수년째 호프집을 운영 중인 한 자영업자는 "체감상 (매출이) 60% 정도는 회복된 것 같다. 그런데 이마저도 부족하다. 물가도 올라 장사는 여전히 힘들다고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인근 가게의 종업원 역시 "주말을 앞둔 금요일이나 사람이 붐비고 그 외에는 한산한 편"이라며 "여전히 매출은 많이 찍히지 않는 상태"라고 전했다.
참사로 변한 이 지역의 성격과 분위기를 '뉴노멀'이라며 다시는 이전과 같은 매출을 내긴 힘들 거라는 푸념도 나왔다.
이태원의 한 주점 사장은 "옛날에는 한국인이 많이 왔다면, 지금은 외국인 비율이 훨씬 늘었다. 한국인들은 이제 이곳을 참사 현장이라고 생각하고 오는 걸 망설이는 것 같다"며 "상권 성격이 완전히 바뀌었다. 이게 뉴노멀일지도 모른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