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잇따라 증거금률 100% 높여
"시장 충격 추가로 발생할 가능성"
[서울=뉴시스] 박은비 기자 = '빚투(빚을 내 주식 투자)'에 나선 개인투자자들이 영풍제지 하한가 이후 반대매매가 쏟아지면서 후폭풍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수 거래 반대매매는 17년 만에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2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실제 반대매매금액은 5257억2000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2006년 4월14일 관련 통계가 나온 이후 역대 최대 규모다.
같은 날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 비중도 69.0%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8년 10월24일에도 23.0% 정도였는데 이보다 3배나 높은 수준이다.
올해 들어 반대매매 공포는 지난 4월 라덕연 사태로 시작했다. 이후 2차전지주 강세에 빚투가 기승을 부리면서 지난 7월5일 반대매매금액 사상 최대 기록(976억6700만원)을 다시 썼다. 최근 반대매매 규모는 5000억원대로 이보다 눈에 띄게 치솟은 상태다.
미수 거래는 당장 주식을 사들일 자금이 부족해도 종목별 증거금률에 해당하는 금액만 있으면 투자금 중 일부인 증거금만으로 주식을 사들이고 나중에 부족한 금액(미수금)을 채워넣는 게 가능한 방식이다.
문제는 증권사에 빌린 돈을 갚지 못했거나 신용거래 후 주가가 담보비율 아래로 떨어졌을 때 증권사들이 주식을 강제로 매도하는 반대매매에 나선다는 점이다. 증권사는 반드시 거래가 체결되게 하기 위해 전날 종가의 하한가로 주식을 팔기 때문에 반대매매를 당하는 투자자 손실이 클 수 밖에 없다.
앞서 영풍제지가 하한가로 달려갔던 지난 18일 반대매매 규모는 2767억5500만원으로 하루 전(511억5200만원)보다 2256억300만원 불어나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였다. 영풍제지 주가조작 세력으로 의심받는 일당이 지난 17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체포된 직후다. 반대매매 비중 역시 이달 들어 10% 안팎 수준을 유지하다가 지난 18일 전 거래일(10.2%) 대비 43.3%포인트 급증한 바 있다.
키움증권은 지난 20일부터 거래가 정지된 영풍제지 하한가로 인해 미수금 4943억원이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영풍제지 거래가 재개되면 반대매매로 미수금을 회수할 계획이지만 이로 인해 주가가 또 다시 하락할 경우 반대매매로 이어지는 악순환 가능성이 점쳐진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영풍제지의 거래정지 전 3일 평균 거래대금이 3464억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수 거래가 비정상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했으며 키움증권의 미수 증거금 비율(40%)이 다른 증권사(100%) 대비 상대적으로 낮아 쏠림 현상이 나타났다고 판단된다"며 "키움증권 예상손실금액은 거래정지가 풀리고 반대매매가 종료된 이후 1차로 집계될 것이고 이후 고객 변제 규모에 따라 최종 손실금액이 확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민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영풍제지의) 하한가 기록 횟수에 따라 키움증권 손실 규모 또한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거래 재개 직후 하한가가 풀릴 경우 손실은 없으나 3거래일 연속 하한가를 기록할 경우 약 2000억원, 5거래일 연속일 경우 약 3500억원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설용진 SK증권 연구원은 "추가적으로 키움증권이 리스크 관리를 목적으로 지난 19~20일에 걸쳐 일부 종목의 증거금률을 100%으로 높였다"며 "해당 종목에 대한 우려 확대 충격이 추가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우려했다.
키움증권이 미결제 위험 증가를 이유로 최근 증거금률을 100%로 높인 종목은 에코프로, 에코프로비엠, 포스코(POSCO)홀딩스, 포스코DX, 레인보우로보틱스, 한미반도체 등 23개 종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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