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이, 가자 점령 가능하지만 막대한 대가 치를 것"[이-팔 전쟁]

기사등록 2023/10/23 11:21:54

최종수정 2023/10/23 13:04:53

인구 비슷한 모술서 민간인 최대 1만1000명 사망

마리우폴 포위도 유사 사례…하마스 항전 길 수도

군사력 우위로 단기전 전망도…이, 지상전 임박 신호

[가자지구=AP/뉴시스] 22일(현지시각)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가자지구에서 연기가 치솟고 있다. 2023.10.23.
[가자지구=AP/뉴시스] 22일(현지시각)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가자지구에서 연기가 치솟고 있다. 2023.10.23.

[서울=뉴시스] 이혜원 기자 =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를 근절하기 위한 가자 지구 지상전을 앞둔 가운데, 인구 밀집 도시인 가자 지구 특성상 임무 완수까지 막대한 피해가 잇따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22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과거 유사 사례와 비교해 이번 가자 지구 지상전에서 이스라엘군뿐만 아니라 팔레스타인 민간인이 막대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가전, 특히 가자 지구와 같이 6층 이상 건물이 밀집된 지형에선 방어하는 쪽이 유리하다. 근접 전투는 일반적으로 기술적 이점을 발휘하기 힘들어 이스라엘의 막강한 군사적 우위를 부분적으로 상쇄할 수 있다.

이라크 모술서 IS 소탕 작전과 유사…민간인 최대 1만1000명 사망

2016~2017년 이라크 제2 도시 모술에서 미국 주도로 이슬람국가(IS)를 상대로 벌인 탈환 작전 당시 모술 인구는 가자 지구(210만)와 비슷한 규모였다.

277일간 이어진 모술 작전은 막대한 희생자를 낳은 장기전이었고, 정확한 사망자 수는 현재까지도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AP통신이 공동묘지 기록과 비정부기구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민간인 9000명~1만 1000명이 사망한 것으로 파악됐다.

모술의 역사적 중심지는 대부분 잔해로 변했다. IS는 2017년 6월 수세에 몰리자 이라크 대표 유적이자 과거 자신들이 칼리프 국가 수립을 선언한 '알누리'(al-Nuri) 모스크를 폭파하기도 했다.

미 육군 모술 연구그룹은 작전 후 평가에서 IS가 미국의 작전 속도를 늦춰 자신들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거나 민간인 살상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을 조성했다고 분석했다.

가자 보건부는 전날까지 이스라엘 공습으로 4385명이 사망하고 1만3561명이 다쳤다고 발표했다. 다만 정확한 사상자 수는 교차 확인이 어려운 상황이다.

르벡 위험 관리 컨설팅사의 마이클 호로비츠는 "이스라엘이 원하는 대로 하마스를 무너뜨리고 군사력을 파괴하면 가자 지구 전역이 모술처럼 될 것"이라며 "이는 엄청난 민간인 사상자와 피해를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가자지구=AP/뉴시스] 22일(현지시간) 가자 지구 데이르알발라의 이스라엘 공습 피격 이후 모습. 2023.10.23.
[가자지구=AP/뉴시스] 22일(현지시간) 가자 지구 데이르알발라의 이스라엘 공습 피격 이후 모습. 2023.10.23.

러 '마리우폴' 포위 때 수만명 사망…이스라엘, 시간과의 싸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 도시 마리우폴 포위 공격도 유사 사례로 거론된다. 러시아는 지난해 인구 45만명의 마리우폴을 수개월간 포위 공격했고, 우크라이나는 이 기간 민간인 수만명이 사망했다고 보고 있다.

당시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침공을 예상 못 했고 무기, 탄약, 연료 등을 비축하지 못해 3개월 만에 항복했다. 수년간 광범위한 땅굴과 요새망을 준비한 하마스와 다른 점으로, 하마스의 항전은 이보다 장기화될 수 있다.

외교정책연구소의 롭 리 선임연구원은 "시가전은 매우 느리고 장기적이며 비용이 많이 든다. 쉬운 방법은 없다"며 "도시 지형을 방어하는 적, 특히 좋은 방어를 구축할 시간이 있었고 쉽게 포기하지 않는 적과 맞서 싸우려면 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전 세계적으로 휴전 목소리가 고조되고 예비군을 30만명 이상 소집한 이스라엘에 장기전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도 딜레마다.

IS 격퇴전을 광범위하게 연구해 온 워싱턴 근동정책연구소의 마이클 나이츠는 이스라엘이 작전을 빨리 진행할수록 더 많은 무력을 사용해야 하고, 민간인 희생자와 기반 시설 피해가 증가한다는 역설이 존재한다고 지적한다.

나이츠는 "모술에서 어느 정도 그랬던 것처럼, 인위적으로 작전 속도를 높이는 '전투 촉진제'에는 도시 전체를 초토화하는 것도 포함된다"며 "이스라엘 사람이라면 국제사회에 '180일 주면 사상자를 줄이면서 작전을 완수하겠다. 30일 안에 해내라고 하면 그건 당신들 책임이다'라고 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자지구=AP/뉴시스] 22일(현지시각) 가자 지구 라파의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이스라엘의 폭격을 받은 건물에서 대피하고 있다. 2023.10.23.
[가자지구=AP/뉴시스] 22일(현지시각) 가자 지구 라파의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이스라엘의 폭격을 받은 건물에서 대피하고 있다. 2023.10.23.

군사력 우위로 '단기전 '전망도…이스라엘, 지상군 투입 임박

다만 이스라엘 군사력이 중동에서 IS 격퇴전을 벌인 이라크군 및 민병대, 시리아 민병대보다 월등히 뛰어난 만큼 단기간에 작전을 완수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2018년부터 3년간 미국 시리아 특사를 역임한 미 중부사령부 전략정보 고문 출신 조엘 레이번 미 육군 예비역 대령은 이스라엘방위군(IDF)의 목표 달성 가능성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어떤 면에선 모술 연합군보다 더 쉬운 싸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레이번 대령은 "이미 예견된 결론이다. 하마스는 가자 지구에서 전술적으로 패배할 것이고,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가자 지구를 방어할 수 없다"며 "가자 지구는 군사적으로 섬과 같다. 스스로 재보급할 방법도 없고 전선 작전을 지원할 후방 지역도 없어 효과적으로 방어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가자 지구 민간인에게 가자시티가 있는 북쪽을 떠나 남쪽으로 이동하지 않으면 테러범으로 간주하겠다고 경고하며 지상전 임박 신호를 보냈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도 같은 날 텔아비브 공군 사령부를 찾아 가자 지구에 대한 지상 작전이 3개월 이상 지속될 수 있다며, 지상전을 마치면 더 이상 하마스는 존재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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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이, 가자 점령 가능하지만 막대한 대가 치를 것"[이-팔 전쟁]

기사등록 2023/10/23 11:21:54 최초수정 2023/10/23 13:0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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