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3주기 추모·신경영 3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
삼성 첫 공식 추모 행사…이건희 리더십·경영철학 재조명
[서울=뉴시스] 동효정 기자 = "내가 죽어도 삼성은 영원히 변해야 한다."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이 '신경영' 선언을 통해 삼성그룹 전체의 변화를 주문하면서 30년 전 남긴 말이다.
18일 이재용 회장의 취임 1주년을 열흘 가량 앞두고 삼성전자 서초사옥에는 이건희 선대회장을 기리는 대형 현수막과 포토월이 설치됐다. 이 선대회장의 사진 앞에서 사진을 찍으며 고인의 경영 철학과 평소 생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그를 떠올렸다.
한국경영학회는 이날 삼성전자 서초사옥 다목적홀에서 '이건희 회장 3주기 추모·삼성 신경영 3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 선대회장이 세상을 떠난 후 삼성이 공식적으로 추모 행사를 개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회장에는 행사 시작 시간인 오전 10시가 되기 전부터 이 선대회장을 기리기 위한 인파들로 북적였다. 김재구 한국경영학회장, 김황식 호암재단 이사장을 비롯해 국내·외 석학들과 삼성 임직원 등 총 300여 명이 준비된 자리를 모두 채웠다.
이 자리에는 '성대회' 회원들도 대거 참석했다. 성대회는 삼성에서 CEO를 역임했던 퇴직 사장단 모임이다. 오동진 전 삼성전자 북미총괄 사장을 비롯해 20여 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한 성대회 회원은 "이건희 회장의 생전 영상을 보니 감회가 남다르다"며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카리스마가 남달랐고 한마디로 대단했다"고 평가했다.
김재구 한국경영학회장은 개회사에서 "이건희 선대회장은 미래 지향적이고 도전적인 경영으로 삼성을 세계적인 초일류기업으로 성장시켰다"며 "이번 국제학술대회는 한국 기업의 창조적 혁신과 새로운 도약을 모색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황식 호암재단 이사장은 "이건희 선대회장은 기업이 가진 인재와 기술을 중심으로 국가 사회가 처한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고자 했다"며 "이번 학술대회가 신경영 정신 재조명을 통해 한국 기업의 미래 준비에 이정표를 제시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백건우 피아니스트가 이 선대회장 3주기를 추모하는 공연을 했다. 그는 별다른 추도사 없이 공연만 진행했다.
문화와 예술에 관심이 높았던 이 선대회장은 생전 백건우 피아니스트의 해외 연주 활동을 적극 후원했으며, 백 씨는 2000년 삼성호암상 예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는 2020년 고인을 떠나보내며 "아버님을 잃은 것 같다"며 눈물을 보였다. '이 회장에게 남기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사랑한다고…"라며 말을 잇지 못할 정도로 애통해한 바 있다.
이어진 강연에서는 신경영이 삼성의 새로운 30년을 이끌기 위해서는 새로운 관점에서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과학대 교수는 '신세대와 함께 도전하는 새로운 삼성'을 강연 주제로 삼아, 미래 세대에게도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제2의 신경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구 교수는 "제2의 신경영을 위해서는 삼성만의 혁신적 이미지 구축과 개인의 자율과 창의성을 최대한 이끌어내는 조직문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한국뿐 아니라 글로벌 기업들이 삼성의 신경영 철학을 적용해 성장의 근간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부탄투안 베트남 풀브라이트대 교수는 "신흥국 기업들의 '기업가 정신·혁신·글로벌화' 등과 같은 과제에 삼성 신경영이 좋은 솔루션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이 선대회장의 신경영 철학을 재조명하며 또 한번의 글로벌 대변혁 시대를 맞아 이를 기업과 사회에 적용시켜야 한다는 데에 뜻을 모았다.
김재구 회장은 "우리는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을 통해 '끊임없는 혁신'에 대해 배웠고 이는 2012년 창조경영에 이어져 삼성은 한 순간도 변화와 혁신을 멈추지 않았다"며 "저성장 고착화된 현실에서 이 선대회장의 혁신 경영이야말로 한국 기업과 사회에 꼭 필요한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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