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명 생사 오가는데"…무력감·자괴감
소방교 333명 최다…소방장·소방사 순
오영환 "충분한 치료 필요…정원확대뿐"
[서울=뉴시스]여동준 기자 = "참사 당시 출동했던 대원들을 대상으로 인터뷰 요청이 들어왔지만 거절했다. 대원들이 당시의 일을 입 밖으로 내기도, 기억하고 싶지도 않아 한다"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소방노조 관계자 A씨는 지난 13일 서울 영등포구 당산역 인근에서 진행된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입을 뗐다. 그는 지난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비번이어서 현장에 출동하지는 않았다.
그는 "참사를 이유로 힘들고 일을 못 하겠다고 하는 대원은 거의 없다. 서로가 고생하고 힘든 상황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 다만 속으로 삭히고 있을 뿐"이라고 전했다.
15일 오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태원 참사가 1년 가까이 지났지만 여전히 후유증으로 심리적 어려움을 겪어 치료나 관리를 받는 소방대원이 1316명에 달했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906명으로 가장 많았고 ▲경기남부 192명 ▲경기북부 128명 ▲충북 33명 ▲인천 30명 ▲충남 27명 순이었다.
소방노조 자체 조사에서도 참사 당시 출동한 소방대원들은 대부분 무력감과 허탈감을 겪은 것으로 파악됐다.
한 15년차 베테랑 구급대원은 이태원 참사 때 출동하자마자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거리에 쓰러진 청년 수백명의 생사가 오가는, 전쟁영화보다 더한 현장을 목격해서다.
A씨는 "평소 성격이 좋은 친구였는데 이번에 인터뷰하겠냐고 물으니 '그런 거 안 합니다'라고 전화를 끊어버리더라"며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 것에 계속 마음 아파했다"고 전했다.
인근 소방서에서 참사 당시 지원을 왔던 또 다른 구급대원도 심적 고통에 시달려 왔다. 출동한 지 시간이 흐른 뒤, 차를 몰다가 갑자기 벽을 들이받는 사고를 낸 그는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고 당황했다고 한다. A씨는 "그런 일이 반복되다가 결국 얼마 전 휴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평소 심정지 환자 관련 출동이 적지 않지만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한 현장이 많은 것은 아니다"라며 "소방대원 입장에서 이태원 참사는 삼풍백화점 붕괴 이후로 가장 충격으로 다가왔을 상황이었다"고 덧붙였다.
참사 당시 출동하지 않았던 소방대원들도 참사의 후유증을 겪는 시민들과 동료들을 보며 간접경험을 하게 된다.
A씨는 "참사 일주일 뒤 자해를 하는 등 공황장애 증상이 있던 여성이 스스로를 신고했는데 문진에서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CPR을 하다가 지인을 떠나보낸 뒤로 너무 힘들고 숨도 쉬기 어렵다고 한 경우가 있었다"고 밝혔다.
또 "약 반년쯤 전에는 극단적 선택을 한 분이 있어서 이를 수습하고 있는데 같이 출동 나간 대원이 '이 분이 이미 이태원 참사로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앓아 여러 차례 신고가 접수된 분'이라고 알려준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소방관으로 근무한 기간이 길수록 이태원 참사로 인한 심리적 어려움을 더 크게 느끼게 된다.
A씨는 "연차가 쌓여 지식과 경험이 쌓이면 '이분은 상태가 좋아지겠다' '이분은 어렵겠다'고 예상이 된다"며 "그러니 '이런 조치를 했다면' '내가 5분만 먼저 도착했다면'과 같은 자괴감과 무력감이 이 더 클 수 있다"고 짚었다. 이어 "오랜 소방대원 생활로 피로와 스트레스가 누적된 데다가 회복 속도도 더디다"고 부연했다.
실제로 트라우마를 겪는 소방대원을 계급별로 나눈 결과 각각 8급과 7급 공무원에 해당하는 소방교와 소방장이 333명과 311명으로 9급에 해당하는 소방사(258명)보다 많았다. 소방위와 소방경 이상이 각각 236명과 142명이 뒤를 이었다.
소방청과 본부 차원에서 트라우마 관리를 위한 프로그램이나 심리적·정신적 치료와 상담을 지원하고 있지만 일선 소방대원의 피부에 와닿지는 않는 분위기다.
A씨는 "막상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대원이 많지 않았다"며 "다들 이태원 참사로 힘들어하는 걸 아는 상황에서 '제가 힘드니 다녀오고 싶다'고 하기 어렵다. 내가 빠지면 다른 사람의 업무가 과중해진다는 점도 신경쓰는 듯하다"고 했다.
구체적으로는 "팀별로 많게는 하루 20회까지 출동하는 경우도 생기는데 환자와 만나 조치한 뒤 병원 이송하고 센터에 복귀하는 데 1시간이라고만 잡아도 쪽잠은커녕 휴식이나 식사 시간도 확보하기 어렵다"며 "정원 확대를 통해 여유를 확보해 주는 것이 소방대원 개개인이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는 가장 실질적 조치"라고 강조했다.
A씨는 "지금 짓고 있는 국립소방병원에서 소방대원들의 심리적·정신적인 어려움에 대해 더 많이 신경 써주면 좋겠다"는 바람도 밝혔다. 소방공무원을 주 대상으로 하는 국립소방병원은 오는 2025년 개원 예정이다.
소방관 출신인 오 의원은 "트라우마는 단시간 내 해결될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충분한 시간동안의 쉼과 치료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인력이 부족해 계속 현장에 노출되는 상황에서 치료를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므로 소방력 증원을 통해 현장과 분리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히 제공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소방노조 관계자 A씨는 지난 13일 서울 영등포구 당산역 인근에서 진행된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입을 뗐다. 그는 지난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비번이어서 현장에 출동하지는 않았다.
그는 "참사를 이유로 힘들고 일을 못 하겠다고 하는 대원은 거의 없다. 서로가 고생하고 힘든 상황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 다만 속으로 삭히고 있을 뿐"이라고 전했다.
15일 오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태원 참사가 1년 가까이 지났지만 여전히 후유증으로 심리적 어려움을 겪어 치료나 관리를 받는 소방대원이 1316명에 달했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906명으로 가장 많았고 ▲경기남부 192명 ▲경기북부 128명 ▲충북 33명 ▲인천 30명 ▲충남 27명 순이었다.
소방노조 자체 조사에서도 참사 당시 출동한 소방대원들은 대부분 무력감과 허탈감을 겪은 것으로 파악됐다.
한 15년차 베테랑 구급대원은 이태원 참사 때 출동하자마자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거리에 쓰러진 청년 수백명의 생사가 오가는, 전쟁영화보다 더한 현장을 목격해서다.
A씨는 "평소 성격이 좋은 친구였는데 이번에 인터뷰하겠냐고 물으니 '그런 거 안 합니다'라고 전화를 끊어버리더라"며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 것에 계속 마음 아파했다"고 전했다.
인근 소방서에서 참사 당시 지원을 왔던 또 다른 구급대원도 심적 고통에 시달려 왔다. 출동한 지 시간이 흐른 뒤, 차를 몰다가 갑자기 벽을 들이받는 사고를 낸 그는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고 당황했다고 한다. A씨는 "그런 일이 반복되다가 결국 얼마 전 휴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평소 심정지 환자 관련 출동이 적지 않지만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한 현장이 많은 것은 아니다"라며 "소방대원 입장에서 이태원 참사는 삼풍백화점 붕괴 이후로 가장 충격으로 다가왔을 상황이었다"고 덧붙였다.
참사 당시 출동하지 않았던 소방대원들도 참사의 후유증을 겪는 시민들과 동료들을 보며 간접경험을 하게 된다.
A씨는 "참사 일주일 뒤 자해를 하는 등 공황장애 증상이 있던 여성이 스스로를 신고했는데 문진에서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CPR을 하다가 지인을 떠나보낸 뒤로 너무 힘들고 숨도 쉬기 어렵다고 한 경우가 있었다"고 밝혔다.
또 "약 반년쯤 전에는 극단적 선택을 한 분이 있어서 이를 수습하고 있는데 같이 출동 나간 대원이 '이 분이 이미 이태원 참사로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앓아 여러 차례 신고가 접수된 분'이라고 알려준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소방관으로 근무한 기간이 길수록 이태원 참사로 인한 심리적 어려움을 더 크게 느끼게 된다.
A씨는 "연차가 쌓여 지식과 경험이 쌓이면 '이분은 상태가 좋아지겠다' '이분은 어렵겠다'고 예상이 된다"며 "그러니 '이런 조치를 했다면' '내가 5분만 먼저 도착했다면'과 같은 자괴감과 무력감이 이 더 클 수 있다"고 짚었다. 이어 "오랜 소방대원 생활로 피로와 스트레스가 누적된 데다가 회복 속도도 더디다"고 부연했다.
실제로 트라우마를 겪는 소방대원을 계급별로 나눈 결과 각각 8급과 7급 공무원에 해당하는 소방교와 소방장이 333명과 311명으로 9급에 해당하는 소방사(258명)보다 많았다. 소방위와 소방경 이상이 각각 236명과 142명이 뒤를 이었다.
소방청과 본부 차원에서 트라우마 관리를 위한 프로그램이나 심리적·정신적 치료와 상담을 지원하고 있지만 일선 소방대원의 피부에 와닿지는 않는 분위기다.
A씨는 "막상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대원이 많지 않았다"며 "다들 이태원 참사로 힘들어하는 걸 아는 상황에서 '제가 힘드니 다녀오고 싶다'고 하기 어렵다. 내가 빠지면 다른 사람의 업무가 과중해진다는 점도 신경쓰는 듯하다"고 했다.
구체적으로는 "팀별로 많게는 하루 20회까지 출동하는 경우도 생기는데 환자와 만나 조치한 뒤 병원 이송하고 센터에 복귀하는 데 1시간이라고만 잡아도 쪽잠은커녕 휴식이나 식사 시간도 확보하기 어렵다"며 "정원 확대를 통해 여유를 확보해 주는 것이 소방대원 개개인이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는 가장 실질적 조치"라고 강조했다.
A씨는 "지금 짓고 있는 국립소방병원에서 소방대원들의 심리적·정신적인 어려움에 대해 더 많이 신경 써주면 좋겠다"는 바람도 밝혔다. 소방공무원을 주 대상으로 하는 국립소방병원은 오는 2025년 개원 예정이다.
소방관 출신인 오 의원은 "트라우마는 단시간 내 해결될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충분한 시간동안의 쉼과 치료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인력이 부족해 계속 현장에 노출되는 상황에서 치료를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므로 소방력 증원을 통해 현장과 분리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히 제공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