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134개국에 구세군 활동
한국은 1908년 개전한 42번째 구세군 사역지
자선냄비 통한 모금 활동·재해 구호· 보육시설 운영
"나눔과 돌봄만은 멈춰서는 안돼…경기불황에도 실천 노력"
[서울=뉴시스] 이수지 기자 = "나눔과 기부가 더 이상 특별하지 않은 시절이 됐습니다. 마음만 있다면 핸드폰으로도 쉽게 기부할 수 있으니까요."
구세군 개전주일을 맞아 최근 서울 서대문구 구세군빌딩에서 만난 김병윤 구세군 서기장관은 "MZ세대에 기부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아가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MZ세대는 기성세대와 달라서 기부 방식도 온라인으로 많이 합니다. 그래서 구세군도 다양한 온라인 기부 방식을 운영하고 있죠. '소소한 행복'처럼 '소소한 기부'를 뜻하는 구세군 웹사이트 '기부하소소'에 들어가면 소액인 500원부터 기부할 수 있답니다."
구세군은 1865년 영국 감리교 목사 윌리엄 부스와 그 아내 캐서린 부스가 창시한 개신교 교파다. 성직자를 사관, 신학교를 구세군사관대학원대학교, 교인을 병사 또는 군우라고 부르는 등 군대식 조직을 가진 특색 있는 기독교다.
전 세계 134개국에 구세군이 있다. 한국은 1908년 개전한 42번째 구세군 사역지다. 1907년 선교를 위해 일본 순회 중이던 구세군 창립자 윌리엄 부스를 한국인 유학생들이 찾아와 고통 받는 동포들을 구해달라며 한국 구세군 창설을 요청했다.
다음해인 1908년 10월8일 영국 구세군 로버트 호가드 정령(正領)이 서울 서대문에 구세군 대한 본영을 설립하면서 전파됐다. 자선냄비를 통한 모금 활동, 재해 구호, 보육시설 운영 등 자선사업을 펼쳤다.
구세군한국군국은 이를 기념해 매년 10월 첫째주를 개전(開戰)주일로 지키고 있다. 개전주일에는 구세군대한본영이 시작했던 선교 정신을 일깨우고 어려운 상황에 있는 다른 나라들을 돕기 위한 모금 활동을 한다. 올해는 개전한 지 115년이 되는 해다.
김 서기장관은 "구세군한국군국은 그렇게 어려운 가운데 시작했지만 지금은 몽골과 캄보디아에 대표부를 설치해 활동하고 있다"며 "마침내 개전 115년만인 올해 캄보디아에 신임사관 8명을 파송하기에 이르렀다"고 자부심을 보였다.
"불교가 95% 이상인 나라에서 오래도록 나눔을 실천하고 복음을 전하며 노력해 온 결과"라며 "구세군한국군국은 초창기에 해외 사관들의 도움을 받았지만 이제 캄보디아, 몽골 등 전 세계에 더 어려운 국가와 사람들을 돕는 위치에 서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에서도 구세군하면 연말 구호모금을 위해 걸린 자선냄비 외에 구세군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구세군에서 신앙생활을 하게 됐고 구세군 사관으로 일한 지 이제 23년 차가 됐다"는 김 서기장관은 자신을 '북한 군인이냐'고 물었던 초등학생을 만난 일화를 소개했다.
"예전에 새문안교회 앞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데 초등학교 4학년 아이가 저한테 오더니 저를 한참 바라보더라고요. 아이가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아저씨 혹시 북한에서 온 사람 아니냐?'고 해서 '북한에서 온 사람이 아니고 구세군 사관'이라고 하면서 자연스럽게 구세군에 대해 설명해 줬던 기억이 납니다."
김 서기장관은 예전에는 두부장수가 들고 다녔던 종을 쳐서 '종소리가 시끄럽다'는 불만을 들었던 때도 있었지만 최근에는 자녀의 손을 잡고 직접 자선냄비에 기부하는 젊은 부모들을 많이 보면서 한국사회에 기부문화가 정착되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
"이제 자선냄비 모금을 하거나 봉사활동을 할 때 사람들에게서 듣는 '정말 수고가 많다', '든든하다'라는 말 한 마디에 모든 피로가 사라지는 느낌을 받아요. 자선냄비에 기부하던 한 40대 분이 제 손을 잡고 '저희 어머니도 어려울 때 구세군 도움을 받았다'고 이야기할 때 보람을 느꼈다"는 일화도 털어놓았다.
구세군은 최근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도 '차별 없는 나눔'과 '멈춤 없는 돌봄'이란 원칙하에 연말 자선냄비 모금 외에도 노숙자 돌봄, 무료 급식 등 연중 나눔과 구호활동을 펼치고 있다.
김 서기장관은 "구세군 활동만은 경기의 영향을 받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한국전쟁 당시에도 부산에서 종을 울렸던 구세군이기에 나눔과 돌봄만은 멈춰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이를 실천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기부문화는 경기를 타지 않았다. 코로나가 한창이었던 시기 오히려 국제적으로 구세군 기부금은 더 늘었다. 김 서기장관은 "코로나 팬데믹에 경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에 사람들은 어려운 사람들은 더 어려워질 거로 생각해 구세군에 돈을 더 많이 기부했다"며 "실제로 코로나 기간 구세군 기부액은 국제적으로 더 늘었다"고 전했다.
특히 한국은 마스크 기부를 위해 자선냄비를 걸었던 유일한 나라였다. 구세군 국제본부에서도 상당히 관심 있게 봤던 사례였다. 김 서기장관은 "2020년에 마스크를 후원하려고 12월이 아닌 3, 4월에 자선냄비 모금에 나섰다"며 "실제 자선냄비 모금함을 걸고 마스크를 기부받거나 마스크 구매를 위한 모금을 했던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김 서기장관은 마지막으로 한국 기부문화가 확산되길 기대하며 MZ세대에게 기부를 당부했다.
"나누고 싶은 마음, 돕고자 하는 마음이 있어도 실천하지 않으면 안 되잖아요. 나눔과 기부에 함께 참여해 더 밝은 사회를 만들어 가는 일에 함께해 주시기 바랍니다. 변화와 희망을 만들어 내고 소소한 행복과 기적을 만들어 나가는 일에 바로 여러분이 주인공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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