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율성 사업 충돌…보훈부 "사업 중단" 광주시 "위법 없다"(종합2보)

기사등록 2023/10/11 16:38:47

최종수정 2023/10/11 19:38:05

'정율성 기념사업' 중단 및 기존사업 시정 권고

"한국 정체성 배치 인물 기념시설 존치 용납못해"

광주시 "지자체 사무…의견 수렴해 지혜롭게 추진"

[서울=뉴시스]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이 1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지방보훈청에서 정율성 기념사업 중단 권고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국가보훈부 제공) 2023.10.1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이 1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지방보훈청에서 정율성 기념사업 중단 권고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국가보훈부 제공) 2023.10.1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옥승욱 기자 = 국가보훈부가 11일 광주시 등에 정율성 기념사업을 중단할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광주시는 보훈부 입장 발표 직후 입장문을 통해 지자체 사업이라며 계속 강행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보훈부가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즉각 시정명령을 내리겠다고 한 만큼, 이번 사업을 놓고 또 한번 광주시와의 충돌이 불가피하게 됐다.

박민식 장관은 이날 오전 10시30분 용산 서울지방보훈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여러 차례 정율성은 6.25 전쟁 당시 북한군과 중공군의 나팔수이자 응원 대장으로 우리 국민과 국군에게 총부리를 겨눈 적군이기 때문에 국민의 세금으로 이를 기념하는 것은 용납될 수 없음을 강조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광주광역시장 등은 이미 20년간 진행해 온 사업이라 중단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며 "이에 국가보훈부는 지방자치법 제184조에 근거해 정율성 기념시설이 있는 광주광역시와 광주광역시 남구, 광주광역시 동구, 전라남도 화순군, 전라남도 교육청, 전라남도 화순교육지원청에 시정을 권고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방자치단체의 자율성은 존중하지만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헌법 제1조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인물에 대한 기념사업의 설치, 존치에 대해 용납할 수 없다"며 "권고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지방자치법 제188조에 따른 시정명령을 즉각 발동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는 보훈과 관련해 부적절한 자치사무에 대해 보훈부가 지방자치단체 등에 시정할 것을 요구하는 법률적 조치라는 게 박 장관 설명이다.

광주시는 정율성의 생가(동구 불로동)를 복원하는 한편 인근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연계, 대규모 중국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는 계획과 함께 2018년부터 관련 공사를 이어오고 있다. 사업비 48억 중 부지매입비만 30억원에 달한다. 내년 초 완공 예정이다.

중국 인민해방군가로 지정된 팔로군 행진곡을 지은 정율성은 중국 3대 작곡가로 꼽힌다. 광주 출신인 정율성은 1933년 중국 난징에서 의열단에 가입해 조선혁명군사정치 간부학교를 졸업했다. 일본군을 상대로 첩보 활동을 벌이다가 옌안으로 이주했고, 1939년에는 중국 공산당에 가입했다. 해방 뒤에는 북한으로 건너가 활동하다가 '조선인민군 행진곡'도 작곡했다.

'정율성 기념사업’은 대한민국헌법 제1조, 국가보훈 기본법 제5조,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3조 등에 따른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인하고, 대한민국을 수호하기 위해 목숨을 바친 호국영령과 그 유가족의 영예를 훼손하는 것이라는게 보훈부 측 판단이다.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국가보훈부가 광주시를 향해 정율성 기념 사업 중단을 권고한 11일 오후 광주 동구 불로동 정율성 생가가 한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3.10.11. leeyj2578@newsis.com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국가보훈부가 광주시를 향해 정율성 기념 사업 중단을 권고한 11일 오후 광주 동구 불로동 정율성 생가가 한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3.10.11. [email protected]

광주시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사업 강행 방침을 재차 확인했다. 시는 "정율성 역사공원 조성 등 기념사업은 지방자치단체 자치사무"라며 "정율성 생가 터 복원사업인 역사공원 조성 사업 완료 시기에 맞춰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종합적인 운영계획을 수립, 이 사업을 지혜롭게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또한 "지방자치법 제188조에 따르면 자치사무는 위법한 경우에만 주무부장관으로부터 시정 명령을 받을 수 있다"며 "정율성 기념사업은 1988년 노태우 정부 때부터 35년간 지속돼 온 한중 우호교류 사업으로 위법한 사항이 없다"고 강조했다.

정율성 기념사업을 놓고 보훈부와 광주시가 다른 입장을 내놓으며 정부 중앙부처와 지자체의 정면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박민식 장관은 "1차적으로 오늘 하는 것은 지방자치법 184조에 따른 시정권고"라며 "이것이 적절한 시점까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188조 시정명령을 바로 발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미 끝난 사업에는 손을 안댄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도 시정조치를 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이라며 "그것(시설물)이 지금 존속하는 것 자체가 우리 헌법 위반이기 때문에 어떤 형식으로던 조치를 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현재 정율성과 관련된 기념시설물은 생가표지석, 정율성로 도로명, 정율성로 '거리 전시관', 정율성 고향집(전시관), 능주초의 정율성 흉상·교실 등이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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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율성 사업 충돌…보훈부 "사업 중단" 광주시 "위법 없다"(종합2보)

기사등록 2023/10/11 16:38:47 최초수정 2023/10/11 19:3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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