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역대급 당근에도 파업…알고보니 '노노 갈등' 탓?

기사등록 2023/10/11 15:34:24

최종수정 2023/10/11 18:04:04

사측, 사실상 정년 2년 연장

노조는 "부족하다" 파업 준비

연말 노조 집행부 선거 앞둬

노조 계파 간 강경투쟁 경쟁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민주노총 금속노조가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현대기아차 본사 앞에서 고용안정 등을 촉구는 그룹사 공동투쟁 승리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2022.06.02. sccho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민주노총 금속노조가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현대기아차 본사 앞에서 고용안정 등을 촉구는 그룹사 공동투쟁 승리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2022.06.02.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유희석 기자 = 기아 노사의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이 3개월이 넘는 시간에도 타협점을 찾지 못한 채 파행으로 치닫고 있다. 역대 최고 수준의 기아 사측 제시안에도 노조가 강경한 태도를 보인 결정적 배경에는 '노노 갈등'이 자리잡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민주노총 금속노조 산하 기아차지부는 지난 10일 열린 임단협 제14차 본교섭을 끝내고 최종 교섭 결렬을 선언했다. 이후 12일부터 하루 총 8시간씩 총파업을 예고했다.

기아 노조는 이날 노조 소식지를 통해 "현대차 교섭안을 베끼는 수준의 교섭을 진행하는 사측의 만행에 더는 교섭의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지부 쟁대위를 통해 주야간 4시간씩 총파업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기아 노조는 올해 정년 62세로 연장과 신규 채용 확대, 신사업 및 신공장 방안 제시, 주 4일제 도입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사측은 현대차 수준의 임금 인상은 물론 '베테랑 1+1' 제도를 통해 사실상 정년 연장 요구를 수용했다.

'베테랑 1+1' 프로그램이란 정년퇴직을 앞둔 조합원이 최대 2년간 현장에서 더 일할 수 있는 제도로, 사실상 정년을 연장하는 장치다. 기아 관계자는 "베테랑 1+1은 현대차에서도 제시하지 못한 것"이라며 "노조에서 이를 거부하니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불협화음의 쟁점은 고용세습 조항 삭제 여부로 꼽힌다. 노조는 조합원 자녀를 우선채용 하는 내용의 단협 27조 삭제를 거부했다. 기아 노조 홍진성 지부장은 "단협 27조로 조합원 자녀가 특혜받지 않는다"며 "위법이라는 이유로 개정을 주장하지만, 먼저 재벌 경영 세습을 어떻게 근절할지 같이 제시하지 않으면 단협 27조 조항 개정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기아 노조가 현대차를 뛰어넘는 사측 제안에도 계속 강경한 행보를 보이는 배경에 올해 말 집행부 선거를 앞두고 노조 계파와 현장 조직 간 경쟁이 자리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노조 집행부 선거를 의식한 노조 계파가 자극적인 성과를 과시하고, 노조 주도권을 잡기 위해 강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기아 노조에는 금속민노회, 새노회, 우리노동자 등 다양한 계파와 현장 조직이 섞여 있다. 이들이 올해 말 지부장 등 집행부 선거를 앞두고 경쟁하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노노 갈등으로 회사 측 제안을 무조건 거부해 협상이 길어지고, 파업으로 이어지면 결국 노사 모두가 피해를 보게 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기아 노사가 파업 전 극적으로 교섭을 타결할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 기아 노조도 "교섭이 진행되는 날에는 파업하지 않겠다"며 협상의 여지를 남겨 놓았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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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역대급 당근에도 파업…알고보니 '노노 갈등'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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