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 경제학상의 역대 세 번째 여성 수상자
'소득격차 줄이려면 유연한 보상체계' 강조
"근본 원인 분석…백인 고학력자 대상의 한계"
[세종=뉴시스]임하은 기자 = 올해 노벨 경제학상은 노동시장에서 여성의 역할을 연구한 노동경제학자 클로디아 골딘 미 하버드대 교수(77)에게 돌아갔다.
경제사학자이기도 한 골딘 교수는 역사적 맥락에서 여성과 남성의 임금격차의 근본적인 원인을 분석하고 그 해결책을 모색한 노고를 인정받았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9일(현시시간) 클로디어 골딘 하버드대 교수를 20203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골딘 교수는 여성 경제학자로는 역대 세 번째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다.
첫 여성 수상자는 2009년 공공재의 활용에 대해 연구한 엘리너 오스트롬 교수, 두 번째는 2019년 지구촌의 빈곤문제를 경감하기 위한 방법을 연구한 에스테르 뒤플로 교수다.
그는 1946년 미국에서 태어나 코넬대에서 미생물학을 전공하고, 시카고대에서 경제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0년 하버드대 경제학과에서 최초의 여성 종신직 교수로 임명되는 등 독보적 행보를 보였다.
골딘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여성의 노동참여는 역사적으로 'U자형' 모양을 띄며 진화했다. 1800년대 산업 사회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여성의 노동참여율은 감소했으나, 1900년대 초 서비스 산업이 성장하면서 다시 증가했다.
국내에 번역된 골딘 교수의 저서인 '커리어 그리고 가정'에서는 이에 대한 역사적 고찰이 잘 드러난다. 책은 스토리텔링식으로 5세대에 걸쳐 여성이 노동시장에 어떻게 진출하게 됐는지와 고질적인 성별 임금 격차의 원인을 설명한다. 미국의 경우 여성이 받는 임금은 남성의 80%가량이다.
그는 성별에 따른 소득 격차를 줄이는 것은 경제성장과도 밀접한 연관성을 갖기에 노동이 구조화된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여성의 노동이 시장에서 과소평가되는 부분은 단순히 고임금을 제공해 해결할 것이 아니라, 근무 유형과 성과 보상 체계가 유연하고 비례적으로 변화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사회적 차원의 돌봄 서비스가 지원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반적인 경제학에서 나아가 그동안 다루지 않았던 젠더 문제를 경제학에 끌고 들어온 인물"이라며 "노동경제에 대한 젠더 이슈를 매우 정밀한 경제학적 방식으로 분석했다는 점에서 상당히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윤자영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여성 경제학자라고 꼭 젠더문제를 다루지는 않는데, 주류 노동경제학자로서 노동시장의 성별 임금격차에 주목하고, 이를 설명하려는 시도가 있었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며 "장기 데이터를 통한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율, 성별 직종 분리 등에서 나아가 젠더 소득격차가 발생하는 근본적 이유를 파고들었다"고 평가했다.
다만 "여전히 백인 고학력자를 중심으로 다루면서 남녀의 기존 성역할을 순응하는 방식으로 설명했다는 측면에서 성별 간의 이해관계를 구조적으로 다루지 못했다는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