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發 정전' 3년새 75%↑…"유해조수 포획" vs "정답 아냐"

기사등록 2023/10/07 08:00:00

최종수정 2023/10/07 11:04:05

떼까마귀 수, 20년간 26배 증가

농작물·과수 피해 때 포획 가능

전력 시설 피해 땐 포획 어려워

환경부 "내년엔 포획 가능토록"

"공존 속 자연 조절해야" 지적도

[안성=뉴시스] 최근 서울 구로구에서 까마귀가 전선을 건드려 400여세대에 전기공급이 끊기는 사고가 발생하는 등, 까마귀로 인한 정전 사고가 급증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월 경기도 안성시의 한 도심지 전선줄에 앉아 휴식 중인 떼까마귀 모습. (사진 = 안성시 제공) 2023.10.06. photo@newsis.com
[안성=뉴시스] 최근 서울 구로구에서 까마귀가 전선을 건드려 400여세대에 전기공급이 끊기는 사고가 발생하는 등, 까마귀로 인한 정전 사고가 급증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월 경기도 안성시의 한 도심지 전선줄에 앉아 휴식 중인 떼까마귀 모습. (사진 = 안성시 제공) 2023.10.0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박광온 기자 = 최근 서울 구로구에서 까마귀가 전선을 건드려 400여세대에 전기공급이 끊기는 등, 조류로 인한 정전 사고가 늘어나고 있다. 이에 환경당국이 까마귀의 유해조수 지정을 확대해 포획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의견이 엇갈린다.

소방 당국과 한국전력공사(한전)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오후 12시30분께부터 오후 4시30분께까지 약 4시간 동안 서울 구로구 오류동 일대 총 483세대에 전기 공급이 끊기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까마귀가 전신주 위에 앉으면서 전선을 건드렸고, 이로 인해 변압기에서 스파크가 튀어 정전이 발생한 것으로 한전은 파악했다.

지난 8월9일에도 인천 미추홀구 용현동 일대 3800세대에 5초가량 전기공급이 끊기기도 했다. 이 여파로 인근 아파트·오피스텔 주민들은 10~50분가량 전기를 사용하지 못했고, 승강기 갇힘 사고 등도 발생했다. 이 사고도 까마귀가 전선 위에 앉으면서 발생한 사고로 추정된다.

한전 관계자는 "까마귀 등 조류가 전신주 위 전력 설비에 접촉해 전기회로상의 누전을 발생시켜 정전이 일어난다"며 정전 원인을 설명했다.

실제 한전 집계 자료를 보면, 전국에서 조류 접촉으로 일어난 정전 사고는 2020년 20건, 2021년 29건, 2022년 35건으로 매년 증가 추세를 보였다.

이는 지난 20년간 조류, 특히 까마귀 개체 수가 급증한 탓이다. 특히 다가오는 겨울철 정전 주범으로 여겨지는 '떼까마귀'는 지난 20년간 무려 26배나 증가했다.

국립생물자연관에 따르면, 지난 2003년 5124마리였던 떼까마귀는 2013년엔 7만1275마리로 늘어나더니, 올해 1월 기준으로 13만694마리까지 늘었다.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최근 서울 구로구에서 까마귀가 전선을 건드려 400여세대에 전기공급이 끊기는 사고가 발생하는 등, 까마귀로 인한 정전 사고가 늘어나고 있다. 사진은 지난 8월8일 오후 서울 관악구 봉천동 일부 지역에 전기 공급이 끊겨 가로등이 꺼져 있는 모습.  2023.08.08. myjs@newsis.com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최근 서울 구로구에서 까마귀가 전선을 건드려 400여세대에 전기공급이 끊기는 사고가 발생하는 등, 까마귀로 인한 정전 사고가 늘어나고 있다. 사진은 지난 8월8일 오후 서울 관악구 봉천동 일부 지역에 전기 공급이 끊겨 가로등이 꺼져 있는 모습.  2023.08.08. [email protected]

또 최근 도심 전신주 위에 자주 출몰하는 큰부리까마귀도 지난 2003년 312마리였다가, 올해 1월엔 3176마리로 약 10배 증가했다.

최창용 서울대 농림생물자원학부 교수는 "개체 수 증가로 먹잇감이 줄어든 큰부리까마귀가 인간이 사는 저지대까지 내려오게 된 상황"이라며 "정전 등 여러 피해가 커지고 있어, 인위적인 조절도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문제는 까마귀의 경우, 농작물과 과수에 피해를 주는 경우에만 포획과 수렵이 가능하도록 제한이 돼 있다는 점이다. 전신주 등 전력 시설에 피해를 줘도 마땅한 제재 방안이 없다는 것이다.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장기간에 걸쳐 무리를 지어 농작물 또는 과수에 피해를 주는 참새, 까치, 까마귀, 갈까마귀, 떼까마귀에 한해서, 유해야생동물로 지정돼 시장·군수·구청장의 허가를 받아 포획할 수 있다.

또 최근 개체 수가 급증해 도심에 출몰하는 큰부리까마귀는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돼 있지도 않은 상황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까마귀가 전신주 등 전력 시설에 앉아있다가 정전을 일으키는 등 피해를 입혀도 제재할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지적이 잇따르자 환경부는 내년부터 전력 시설에 피해를 입히는 경우에도 까마귀, 갈까마귀, 떼까마귀 등의 포획을 허용하는 방침을  지난 7월 내놨다. 아울러 큰부리까마귀도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하기로 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정전 등 전력 시설 피해가 증가함에 따라 내년부터 까마귀가 전력 시설에 피해를 주는 경우에도 포획과 수렵이 가능하도록 법령을 개정했다"라고 전했다.

다만 유해조수 포획으로 개체 수를 조절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최강석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하는 것만이 정답은 아니다"라며 "까마귀의 행동, 습성, 자연스러운 개체 수 조절 등에 대한 연구를 통해 인간과 공존하면서도 피해를 줄일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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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發 정전' 3년새 75%↑…"유해조수 포획" vs "정답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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