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명 지도부 "체포동의안 가결표, 정치적 책임 질 부분 있어"
비명 "덕분에 방탄프레임 벗어, 가결표 색출 아닌 통합 나서야"
리더십 공고화 속 숙청 가능성…분열 해결하기 위해 포용할 수도
[서울=뉴시스] 김지은 기자 = 국회의 체포동의안 가결로 절체절명의 갈림길에 섰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구속영장 기각으로 기사회생했다.
이로써 비명(비이재명)계의 퇴진 요구는 잠잠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체포동의안 국면에서 다시 표출된 계파 갈등은 여전히 부담으로 남아 있다.
체포동의안 반란을 주도한 비명계는 체포안 '가결'로 인해 민주당이 '방탄' 오명을 벗어났다는 점을 내세우면서도 지도부의 쇄신이 미칠 여파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리더십 재건'이라는 과제를 맞닥뜨린 이 대표가 비명 의원들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할지 관심이 쏠린다.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전날 이 대표의 구속영장 기각 후에도 민주당은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가결 사태로 내분이 여전한 양상이다.
지도부를 중심으로 한 당내 주류인 친명계는 체포동의안 가결 투표를 '해당 행위'로 규정하고 출당 조치 등 징계까지 필요하다고 압박하고 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가결파 의원들을 향해 "지지자, 국민들에게 피멍 들게 했던 자해행위에 대해 통렬한 반성과 사과를 요구한다. 반드시 외상값은 계산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서은숙 최고위원도 구체적인 징계 수위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면서도 가결 투표를 직접 밝힌 의원들에게 정치적 책임을 묻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지난 26일 선출된 홍익표 신임 원내대표도 체포동의안 가결표 색출 움직임에 대해 "민주주의 사회에서 당연히 자신의 정치적 선택에 대해 민주성과 다양성이 보장돼야 하지만 그에 따른 정치적 책임을 져야 될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비명계는 체포동의안이 부결됐다면 '방탄 정당' 싸움이 계속됐을 것이라며 오히려 체포안 가결 이후 법원의 판단을 받게 되면서 '방탄' 오명을 벗게 됐다는 논리를 폈다. 그러면서 가결표 색출이 아닌 통합 정치가 내년 총선 승리에 도움이 된다고 맞받았다.
이원욱 의원은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이번에 가결한 의원들 덕분에 민주당은 방탄 프레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며 "(가결표에) 표창을 줘야 될 문제"라고 강변했다.
이 의원은 "지금은 당의 근본적인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지 않으면 당은 결국 이재명의 사당화가 완성되고 그러면 국민들로부터 버림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종민 의원도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법원의 판단, 양쪽 기록을 다 본 어떠한 중립기관의 판단을 구해보는 게 이 지리한 싸움을 정리 정하는 데 아주 중요한 계기가 됐다"며 "이재명 대표한테도 그렇고 당에도 그렇고 이런 과정을 통해서 우리가 도망 다닌다 또는 사법 리스크를 안고 방탄 정당을 한다는 국민의 불신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조응천 의원은 "방탄에 대해선 조금 몸이 가벼워졌다"며 "이 상태에서 제대로 정책정당으로서 민생과 경제를 얘기하고 여당의 실정에 대해서 싸우는 게 국민의 신망을 회복하는 일"이라고 했다.
이어 "어쨌든 기각이 됐으니까 친명 쪽에서 많이 안정을 찾았으리라고 본다"며 "재창당의 각오로 당내 통합 또 일대 혁신의 계기로 삼아야지 누구를 색출하고, 누구를 찍어서 골라낸다는 건 여당이 좋아할 일이다. 통합을 위해서 좀 더 노력을 해야지, 마녀사냥에 들어가면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평했다.
이 대표는 추석 연휴 기간 휴식을 취하면서 건강을 회복하고 당내 혼란을 수습할 쇄신안을 고민할 것으로 전망된다. 내부 갈등이 격화하거나 길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최선책이 무엇인지를 두고 장고를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서 친명 체제가 더 단단해지고 지지층이 결집한 만큼 체포동의안 반란을 주도한 비명계 숙청이 임박했다는 전망도 나오지만 리더십을 다시 세우기 위해서라도 비명계를 포용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통합을 모색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비명계 징계를 하지는 않더라도 비명계의 가결 표결에 대한 경고성 조치를 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당 관계자는 "체포동의안 가결표에 대한 해당 행위 규정과 이에 따른 징계 요구는 현재로서는 개별 의원의 주장과 입장일 뿐"이라며 "당 차원에서 구체적으로 논의하는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무기명 비밀투표 특성상 투표를 징계하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미래 해당행위에 '좌시하지 않겠다, 주시하겠다'는 경고로 보인다"며 "비명계가 공천 시즌을 앞두고 어떻게 반응할지가 이 대표 결단을 결정할 것이다"고 내다봤다.
당내에서는 가결표 색출과 이에 따른 징계까지 이어진다면 분당까지 언급될 정도의 대혼란을 야기할 수 있어 신중론도 거세다.
한 중진 의원은 "당 지도부가 (당 운영을 두고) 어떻게 할지 답을 내놓는 게 맞다. 해당 행위자를 찾아 그분들을 징계하면 더욱더 당이 혼란에 빠질 수 있다"며 "민주당 내부에 과한 적대적인 분열은 상황을 수습하는 데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우려했다.
이어 "가결표 징계에 공천갈등까지 더해지면 이 대표 석방 탄원서에 서명하지 않은 의원 6명 등 비명계는 탈당 등 거취를 고민할 수 있다"며 "당내 분열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찾는 게 우선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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