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일대 특강 후 학생들과 질의응답
부동산 문제에 "더 많은 집 지어야"
[뉴욕=뉴시스] 권혁진 기자 = "민감한 질문이라 피하고 싶었는데 걸려들었네요."
21일(현지시간) 미국 동부 세계적인 명문대인 예일대학교에서 '약자와 동행하는 글로벌 도시 서울'을 주제로 특강에 나선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후 진행된 질의응답에서 학생들의 예리한 질문에 자신의 철학을 가감없이 설명했다.
첫 질문은 '사회적 동행을 언급했는데 여성과 성소수자를 위한 정책은 어떤 것인가'였다.
오 시장은 "민감한 질문이다. 나는 보수당에 속해 있다. 물론 10년 전 여성정책을 시작했다. 여성전용 주차장 등 많은 다른 정책들이 있었다"면서 "(성소수자 문제는) 미국은 내 생각하고 다를 수 있다. 나도 그들의 인권을 생각한다. 그들을 존중해야 하고 그들이 불편함이 없는 사회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것도 인정하지만 한국 사회는 아직 조금 그 문제에 대해 보수적"이라고 말했다.
한 학생은 과거 오 시장의 무상급식 이슈를 거론하면서 "10년 전만 해도 선택적 복지편에 섰다는 것이 널리 알려졌는데 최근 대중교통 정책은 보편적 복지를 향하는 것 같다. 철학이 무엇인지 약간 혼란스럽다"고 언급했다.
이에 오 시장은 "그때 반대당은 부자와 가난한 사람 구분 없이 공짜 점심을 주자는 것이었고 나는 가난한 사람만 주자, 부자들 줄 돈 있으면 가난한 사람 학비도 도와주자는 입장이었다. 지금도 그 철학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정한 요금을 내면 대중교통을 무제한으로 쓸 수 있다는 것은 가난한 사람일수록, 수입이 적은 사람일수록,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하는 학생일수록 더 많은 혜택을 받는다. 내 철학이 바뀌었다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 이 역시 어려운 사람을 위한 정책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아프카니스탄에서 왔다는 한 학생은 한국의 젠더 문제에 대해 물었다.
오 시장은 "한국에서 여성 인권이 급성장하고 있다. 시험 봐서 뽑는 경우 여성의 진출이 더 많다"면서 "팀장급에는 여성이 절반 정도가 되고 과장급, 국장급으로 갈수록 여성이 많아지고 있다. 10년 뒤면 아주 실질적인 평등이 이뤄질 것"이라고 점쳤다.
그러면서도 "기업체 같은 곳에는 유리천장이 많이 남아 있다. 정치 영역에서도 성평등이 이뤄지고 있지 않다. 한국 사회는 좀 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부연했다.
페미니즘을 두고는 "나는 딸만 둘이다. 본능적으로 여성편"이라고 운을 뗐다. 오 시장은 "하지만 한국의 페미니즘은 과격하다고 생각한다. 역사적으로 남성 우위 사회였기에 반작용으로 훨씬 더 공격적인 페미니스트들이 생겨났다는 해석도 가능하다고 본다"면서 "한국 사회가 아직 여러 측면에서 가야할 길이 멀다. 좀 더 형평이 이뤄지는 사회가 될 때까지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학생들과의 질의응답에 앞서 에릭 함 교수와 진행한 대화에서는 부동산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오 시장은 "다른 시장 임기였던 지난 10년간은 '안티 재개발, 재건축'이었다. 그런 정책 때문에 당시 주택가격 매일 계속 상승했다"고 꼬집은 뒤 "서울에 더 이상 빈 공간이 없다. 새로운 주택을 공급하려면 오래된 것 허물고 더 많은 집을 지어야 한다. 그게 가장 중요한 해결책"이라고 역설했다.
기후 문제에 대해서는 에코 마일리지 시스템의 효과 등을 거론하며 "이산화탄소는 빌딩, 교통에서 많이 발생한다. 도시에서는 제로에너지빌딩과 저탄소차량 이 두 가지 방법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공장에서 뿜는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 2030년 70%, 2050년 100% 줄일 것"이라고 밝혔다.
"그때까지 시장을 할 것인가"라는 에릭 함 교수의 농담 섞인 질문에는 "오프 코스"라고 웃으며 화답했다.
시급히 풀어야 할 저출산 문제의 대책으로는 교육 복지와 이민자 확대를 꼽았다.
특히 이민을 두고 "매우 민감한 문제라서 한국에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이런 이슈가 해법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오 시장은 "1년이나 2년 후에 많은 한국인들은 이민을 통한 해법에 점점 동의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동남아 학생들이 한국으로 많이 온다. 우리는 그들이 더 좋게 정착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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