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전쟁 이후 연말까지 유가인상 전망
역대급 무역적자·한전부채·스태그플래이션
[세종=뉴시스]이승주 기자 =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글로벌 에너지 변동성이 커지면서 특히 에너지 해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 경제 위기감이 고개를 들고 있다. 무역적자가 15개월째 계속되는 가운데 유가 인상이 물가까지 압박하는 '스태그플레이션 공포'가 드리우고 있다.
22일 한국석유공사가 운영하는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국내 주유소 휘발유 판매가격은 리터 당 1759.6원을 기록했다. 이는 평균가일 뿐, 지역별로 1800원이 넘는 곳도 있다. 서울은 전주 대비 10.1원 상승한 1841.9원에 달한다.
인베스팅닷컴 등에 따르면 미국 내 원유 가격 지표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지난 14일(현지시간) 기준 90달러를 넘어섰다. 이처럼 WTI 가격이 90달러를 넘어선 건 지난해 11월7일 이후 처음이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11월 인도분 브렌트유도 배럴당 93.70달러에 마감했는데, 이 역시 지난해 11월15일 이후 최고가다.
기름값이 오르면서 물가를 자극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중국발 경기 위기가 해소되지 않는 상황이 겹치면서 물가 상승이 유지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나타날 수 있다.
에너지 위기에 수입 증가…역대급 무역적자로
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무역수지는 역대 수준인 477억8489만 달러(약 64조556억원)적자를 기록했다. 수출은 6835억8476만 달러(약 916조3453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6.1% 증가했음에도 역대급 적자를 기록한 배경은 글로벌 에너지 위기로 인해 수입이 증가한 데 있다. 지난해 수입은 7313억6965만 달러(약 98조401억원)로 전년 대비 18.9% 증가했다.
지난해 적자 규모는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때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도 심각한 수준이다. 이 때 생긴 무역적자는 올해까지 15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물론 지난 6월부터 월별 무역수지는 3개월 째 흑자로 돌아섰다. 하지만 이번에는 11개월 째 수출 감소세가 이어지면서 '불황형 흑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에너지 위기에서 촉발된 '경제 위기의 늪'에 빠진 모양새다.
요금 인상 놓친 한전…200조 부채 위기
전기요금의 경우 지난해 2분기부터 연이어 약 40% 인상했지만, 지난 6월 말 기준 한전의 부채는 201조원 누적된 상태다. 이는 사상 처음 200조원을 넘긴 것으로, 이런 상황이면 내년 신규 한전채 발행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 가스공사의 미수금은 전년 말 대비 3조6579억원이 불어난 12조2435억원이 됐다.
국제유가 연말까지 인상될 듯…하반기 경제는
이에 따라 무역수지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닐지 지켜봐야 한다. 김태환 에너지경제연구원 석유정책연구실장은 "지난해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처음으로 무역적자가 난 이유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수입액이 증가했기 때문"이라며 "연내 그 정도 수준까지 가격이 인상되진 않겠지만 유가 오름세는 계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시와 달리 반도체 수출액이 많이 줄어든 데다 3개월 째 이어지는 흑자도 불황형인 만큼, 유가가 이전만큼 큰폭 인상은 아니더라도 무역수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예상보다 유가 오름세가 계속된다면 하반기에 월별 무역적자로 다시 돌아설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국제 유가는 국내 물가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통상 국내 유가는 국제 유가와 약 2주의 시차를 두고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이것이 저성장 기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 경제의 스태그플레이션은 이미 진행 중이다. 물가 상승과 경기 부진이 상당히 강하게 진행되고 있고, 그 가운데 핵심은 에너지 가격 상승에 있다"며 "반도체 경기가 충분히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중국 경기 악화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경기 부진을 회복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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