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달간 3434억 순매수…해외주식 1위
엔비디아, 이달 11.8% 급락…CEO 지분매각도 나와
[서울=뉴시스] 신항섭 기자 =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 후 매수에 나선 서학개미들이 고점에 물려 곳곳에서 곡소리가 나오고 있다. 외국계 증권사 애널리스트도 믿을 수 없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으며, 일부 개미들은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의 지분 매각에 배신감을 보이고 있다.
20일 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SEIBro)에 따르면 최근 한달간 서학개미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엔비디아다. 한달간 순매수 규모는 2억5822만달러(약 3434억원)에 달한다.
이는 두 번째로 많이 산 종목인 애플의 약 3배가 넘는 수준이다. 서학개미들은 한달간 애플을 7766만달러(약 1032억원) 순매수했다. 신규 플래그십 '아이폰15' 시리즈를 공개하자 매수세가 유입된 것으로 보여진다.
엔비디아에 매수세가 몰린 것은 무서운 주가 상승이 영향을 줬다. 지난해말 주당 146.08달러였던 엔비디아의 주가는 지난 6월 410달러까지 치솟으면서 반도체 기업 중 처음으로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돌파했다. 인공지능(AI)으로 엔비디아가 수혜를 보고 있다는 분석이 주가에 큰 기대감을 반영했다.
여기에 지난달 23일(현지시간) 2분기 실적이 호조를 기록하자 주가 상승세가 이어졌다. 엔비디아는 2분기 매출액이 101% 증가한 135억1000만달러, 조정 주당순이익(EPS)이 429% 급증한 2.7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 전망치를 20~30% 상회하는 수준이었다. 이어 3분기 매출 가이던스를 전년 동기 대비 170% 증가한 160억1000만달러로 제시했다. 실적 발표 이후 엔비디아의 주가는 다시 한번 상승세를 보였다. 실적 발표 전날 456.64달러였던 주가가 같은달 31일 493.51달러까지 치솟았다.
실적 발표 후 월가에서 엔비디아의 목표주가를 일제히 상향 조정한 영향이다. 외국계 증권사들의 평균 엔비디아 목표주가는 620달러다. 또 1100달러의 목표주가를 제시한 투자의견까지 등장했다.
하지만 이달을 시작으로 엔비디아의 주가는 하락하기 시작했다. 493.51달러였던 주가가 현재 435.20달러까지 내려갔다. 이달 주가 수익률은 마이너스 11.82%에 달한다.
중국과 미국의 반도체 갈등이 주요 배경 중 하나다. 여기에 미 국채 금리 상승 등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심리가 약화된 것도 영향을 주고 있다. 일각에선 최근 상장한 ARM으로 수급이 이동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서학개미들은 종목토론방 등을 통해 "500달러 고점에 물렸다. 차라리 코인에 투자할 걸 그랬다.", "국장이나 미장이나 애널리스트는 믿을 게 못 된다.", "목표주가 상향은 매도 신호였다."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젠슨 황 CEO의 주식 매도에 대한 배신감을 보인 서학개미들도 있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따르면 젠슨 황 CEO는 지난 1일부터 6일까지 엔비디아 주식 2만9688주를 장내 매도했다.
그의 지분 대비 상당히 적은 매물이나, 스톡옵션을 실행한 것으로 행사가격은 주당 4달러에 불과하다. 이 기간 엔비디아 주가는 470에서 490달러 수준에서 거래됐다. 통상 경영진의 주식 매도는 고점 도달의 시그널로 해석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