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신재우 기자 = 알렉산더 플레밍이 페니실린을 찾아낸 1928년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항생제가 발견되었다. 그 하나하나의 개발 과정에는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 있다. 전쟁의 참화가 불러온 상처를 낫게 하고야 말겠다는 인류애도 있었고, 돈과 영광에 눈이 아득해 흩뿌린 더러운 얼룩도 또렷이 남아 있다. 일흔이 넘어 시작한 연구로 엄청난 돈과 평생 얻지 못한 영광을 얻기도 했고, 자신의 연구를 지도교수에게 ‘도둑’ 맞아 노벨상을 놓쳤다는 하소연이 예사롭지 않은 희대의 스캔들도 있었다.
'세상을 바꾼 항생제를 만든 사람들'(계단)은 최초의 항생물질인 페니실린부터 수많은 항생제의 역사를 들여다본다.
“더러울수록, 더 좋다”
20세기 초반, 이탈리아의 사르데냐에는 장티푸스가 유행했다. 많은 사람들이 고열로 고생했고, 설사와 복통으로 생활조차 제대로 할 수 없었다. 그곳의 의사와 과학자들은 원인을 찾아 질병을 퇴치할 방법을 찾았지만 오리무중이었다. 그러던 많은 이들 중에 바다로 버려지는 폐수와 하수구를 유심히 살펴보는 사람이 하나 있었다.
그는 하수구 이곳저곳에서 폐수를 조심스럽게 수집했고, 실험실로 돌아가서는 그곳에 무슨 세균이 있는지 꼼꼼히 살펴보았다. 도시에는 장티푸스가 유행했지만, 도시 하수가 모여 버려지던 그곳 폐수에는 놀랍게도 장티푸스를 일으키는 살모넬라 균이 하나도 없었다. 바로 하수구 근처의 곰팡이가 살모넬라균을 모두 죽여버린 것이었다. 이렇게 태어난 항생제가 바로 세팔로스포린이다.
2022년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처방된 항생제가 바로 이 세팔로스포린 계열의 항생제이고, 세팔로스포린이 널리 처방되는 경향은 우리뿐 아니라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비슷하게 나타난다.
이 책은 항생제의 개발에 얽힌 극적인 이야기를 통해 과학이란, 과학자란, 혹은 기억되는 과학자란 어떤 사람인지, 그리고 과학자의 보상이란, 회사에서 돈을 받고 일하는 과학자의 이름이란 과연 어떤 의미인지, 그리고 현재와 같이 수많은 사람이 역할을 나눠 참여한 연구에서 '누구'의 연구란 과연 어떤 것인지도 함께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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