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미·중 첩보전, 냉전 때보다 훨씬 더 치열하다”

기사등록 2023/09/18 16:35:54

최종수정 2023/09/18 19:00:05

상대 정상의 의중과 군사 능력 파악에 집중

미 10년 전 붕괴된 중국 정보망 재구축 성공

중국 인적 정보·사이버·인공지능 활용 앞서

[머틀 비치=AP/뉴시스] 미국과 중국 사이의 첩보전이 냉전시대 미국과 소련 사이의 첩보전보다 훨씬 치열해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2월7일(현지 시간) 미 대서양 해안에서 격추된 중국 정찰풍선을 미 해군 요원들이 인양하는 모습. 2023.9.18.
[머틀 비치=AP/뉴시스] 미국과 중국 사이의 첩보전이 냉전시대 미국과 소련 사이의 첩보전보다 훨씬 치열해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2월7일(현지 시간) 미 대서양 해안에서 격추된 중국 정찰풍선을 미 해군 요원들이 인양하는 모습. 2023.9.18.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미국과 중국 상대국 정상의 동향과 군사력에 대한 정보 수집 전쟁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2월 미국이 중국 정찰풍선을 해안에서 격추한 사건을 두고 시진핑 중국 주석이 크게 화를 냈음을 미 정보기관들이 파악했다.

이후 정보 기관들은 중국 군부가 정찰 풍선이 미국 상공에 진입할 때까지 (시진핑 주석에게) 보고하지 않았다고 결론 내렸다.

시 주석은 정찰풍선이 궤도를 이탈해 앤서니 블링컨 장관의 중국 방문 일정이 파탄나자 궤도 이탈 사실을 보고하지 않은 군 고위 장성들을 질책했던 사실이 파악됐다.

이 사안은 미국과 중국이 치열한 첩보전을 벌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 가운데 하나다. 정찰풍선 사건은 중국의 첩보 활동의 일부에 지나지 않지만 중국이 미국에 대한 정보수집에 매우 공격적임을 드러냈다. 반면 미국도 중국에 대한 정보 수집 능력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두 나라의 첩보전은 상대국 지도자가 자국에 대해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있는 지와 군사기술 능력 수준을 파악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미 중앙정보국(CIA)은 시주석에 초점을 맞추면서 특히 대만 관련 입장을 파악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연방수사국(FBI)는 미국내 중국의 첩보 활동을 막는 반탐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12개월 동안 중국인이 미 본토 군사 기지에 침입한 사례가 수십 건 적발됐다.

미국과 중국 모두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첩보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핵심 군사 우위 및 경제 우위를 유지하고 첩보 능력도 앞서기 위해서다.

미 당국자들은 중국이 미국과 동맹국들에 대해 안보, 외교, 첨단 민간 기술 등 모든 부문에서 첩보 활동을 벌인다고 밝힌다.

CIA와 국방정보국(DIA)는 중국첩보 전담 부서를 설치하고 중국 해안가를 비행하는 첩보기를 활용하는 등 도청 능력을 강화해왔다.

크리스토퍼 레이 FBI 국장은 미중 첩보전이 냉전시대 미소 첩보전보다 훨씬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이 많은 인구와 막강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미국보다 광대한 첩보망을 구축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 세계에 최대 스파이망을 가진 미국이 제1의 첩보망을 가진 나라”라고 반박했다.

일거수 일투족을 잡아낸다

첩보전은 전쟁 발발을 막고 미묘한 협상을 진전시키는데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거꾸로 전쟁을 촉발하거나 외교 분쟁을 일으키기도 한다.

앤서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지난 2월 중국 정찰풍선 격추 사건 직후 중국이 러시아에 무기를 제공할 것이라는 정보가 있다며 중국을 비난했다. 미 당국자들은 블링컨 장관 발언으로 양국간 긴장 강도이 높아졌으나 중국의 무기 지원을 막은 것은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블링컨 장관은 지난 6월 중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중국이 쿠바에 첩보 기지를 설치하려 한다고 문제 제기를 했었다.

중국은 첩보 위성 능력을 강화하고 사이버 침투를 통해 정보를 수집하는 능력을 크게 강화해왔다. 또 정찰풍선과 같은 조악한 수단으로 중국은 규제가 미치지 않은 “준 우주 공간”을 십분 활용해왔다. 또 미국은 동맹국들에게 중국산 통신 장비를 사용할 경우 정보가 유출될 것으로 경고해왔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두 나라의 첩보 경쟁도 치열하다. 미국은 인공지능 기술로 중국의 숫적 우위를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은 인공지능 기술로 미국의 잠수함을 찾아내고 우주에서 우위를 확립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중국은 특히 인적 접촉을 통한 첩보전에 능하다. 미국은 중국 국가안전부가 미 정부 전반과 기술 기업 및 방위산업 분야에 요원을 배치하고 정보망을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은 취업 안내 소셜 미디어 링크드인을 통해 정보원을 확보하고 있다. 정보 분야 일자리를 구하는 미국인 누구라도 중국인들로부터 엄청난 일자리 제안을 받는다고 한다.

미국은 이를 차단하기 위해 대대적인 스파이 검거 작전을 펴고 있다. 레이 FBI 국장이 중국 스파이 사건 수천 건을 조사하고 있다면서 FBI의 56개 지부 전체가 수사에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모든 지부에 대중국 반탐 및 사이버 태스크 포스가 설치돼 있다.

중국도 마오쩌뚱 시대와 유사한 광범위한 반탐 활동을 펴고 있다. 지난 7월 1일 간첩법이 발효했고 지난달에는 국가안전부가 “모든 시민”이 해외 간첩 색출을 도와야 한다며 정보 제공자에 보상하겠다고 밝혔다.

두 나라는 또 여러 나라와 정보를 공유하는 한편 해외 도청 기지를 설치하고 있다. 브뤼셀, 아부다비, 싱가포르 등이 첩보전이 활발하게 펼쳐지는 대표적 도시들이다.

10년 전 중국 내 미 첩보망이 붕괴된 적이 있다. 중국 정보기관에 의해 정보원들이 대거 검거된 때문이다. 이후 미국은 정보망을 재구축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어 왔다. 중국에 파견된 현장 요원의 움직임을 일일이 추적하는 안면식별 장치가 가장 큰 방해요소였다. 중국은 인공지능으로 요원의 걸음걸이까지 구별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과거엔 추적을 따돌리고 현지 정보원과 접촉하는데 몇 시간이면 충분했으나 지금은 며칠씩 걸린다는 것이다.

시 주석은 도청을 피하기 위해 전화와 전자 통신 장비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그러나 중국 당국자들이 전자 통신 장비를 대거 사용하는 탓에 도청으로 주요 첩보를 확보할 수 있다.

정찰 풍선의 경우 풍선이 하이난섬에서 발사된 1월 중순부터 CIA가 추적했다. 미국은 풍선이 미국 상공에서 격추될 때까지 중국 중앙군사위원회에 보고되지 않아 풍선 발사를 관장하는 장군들 여럿이 질책 당했음을 파악했다.

이후 중국은 정찰 풍선 발사를 중단했다. 그러나 미국은 중국이 언제든 재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윌리엄 번스 CIA 국장은 2021년 취임 초부터 중국 전문가를 늘리고 중국 첩보 수집 예산을 확대했으며 새 중국임무센터를 설치했다. 이런 노력 끝에 번스 국장은 지난 7월 미국이 “강력한 인적 정보 능력”을 구축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미 당국자들은 수십 년 동안 느슨한 통제의 혜택을 입어온 정치, 경제 엘리트 등 중국 시민들이 시주석의 독재에 실망한 탓에 정보망 구축이 가능한 것으로 설명한다. 실제로 공산당 고위직 인사의 자녀 등 유명 인사들이 사석에서 시주석의 통치 방식에 불만을 표시한다.

중국도 미국 내 정보원 확보를 위해 광범위하게 노력해왔다. 미 법무부는 지난 7월 제임스 울시 전 CIA 국장을 상대로 중국 정부와 관련된 재계 인사가 접촉했음을 공개했다.

최근에는 마이크로소프트사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해킹해 주중 미 대사 등 국무부 고위 당국자 이메일과 지나 레이몬도 미 상무장관의 이메일을 빼냈다.

중국을 방문하는 미 당국자들은 휴대폰과 노트북을 가져가지 않으며 대신 방문 동안만 사용하고 버리는 휴대폰을 가져 간다.

군사력 파악에 집중

미국은 대만을 2027년까지 통일하라고 중국인민군에 명령한 시 주석의 진의를 파악하는데 집중해 왔으나 아직은 시 주석의 명령이 실제로 군사력을 동원한 침공을 염두에 둔 것인지를 판단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미군이 대만을 방어할 것이라고 4번이나 강조했다. 이와 관련 중국은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을 영구적으로 지킬 것인지를 파악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이처럼 상대방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는 때문에 미국과 중국은 상대방의 군사력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 군사 기지에 대한 공중 정찰을 늘리고 있고 중국은 대만 정부에 침투한 스파이들을 통해 미 정부가 대만에 무기를 어느 정도까지 지원하고 비밀 군사 훈련을 어느 정도까지 하는 지를 파악하고 있다. 또 각국에 침투한 요원들을 통해 미국과 아시아 각국 사이의 군사 협력 현황을 상세하게 파악하려 시도하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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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미·중 첩보전, 냉전 때보다 훨씬 더 치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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