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청구간소화법, 13일 법사위 통과 좌절돼
소비자단체 "가입 이유에 서비스 편익도 포함돼"
의료계 "법사위 통과 시 위헌소송도 불사할 것"
[서울=뉴시스] 남정현 기자 = 실손의료보험금 청구를 전산으로 요청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이번에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소비자 단체들은 즉시 기자회견을 열고 조속한 통과를 촉구했다. 당초 올해 안에 본회의까지 통과될 것이란 기대와 달리 의료계의 강력 반발에 따라 법 시행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15일 보험업계 등에 따르면 국회 법사위는 지난 13일 전체회의를 열고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골자로 한 보험업법 개정안을 의결하지 않았다. 법사위는 개정안을 제2소위원회로 회부하지 않고 계속해서 논의를 이어 나간다. 개정안은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의 반대로 강력한 반대로 통과되지 못했다.
박 의원은 이날 "보험사들이 전자적으로 가공된 정보를 많이 축적하고 이를 이용하면 많은 이익을 낸다는 이야기가 있다"며 "이는 단순한 우려가 아니다. 정보가 제대로 보호될 수 있는지에 대해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실손보험청구간소화는 보험금 청구를 위한 종이서류를 전자서류로 대체하는 것이 골자다. 보험 소비자가 보험금을 받기 위해 관련 자료를 의료 기관에 요청하면, 의료기관은 이 자료를 전산망을 통해 제3의 중계기관을 통해 보험사로 전송하게 된다.
실손보험은 입원·통원 치료를 받았을 때 실제로 본인이 지출한 의료비를 보험가입금액 한도 내에서 지급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특히 실손보험은 3900만 명이 가입돼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린다.
하지만 현재 보험 소비자들은 실손보험금 청구를 위해 병원에서 종이서류를 따로 발급한 후 모바일앱·팩스·이메일·우편 등의 방법을 통해 보험사에 직접 청구해야 한다. 물리적·시간적 비용이 필요 이상으로 발생하는 만큼 소비자들이 청구를 포기하는 경우가 여전히 잦아 오랫동안 불편함으로 지적됐다.
실손보험청구화법의 법사위 통과가 좌절되자 금융소비자연맹, 소비자와함께 등 8개 단체가 연합한 소비자단체협의체는 전날 국회소통관에서 이 법안을 발의한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과 법안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촉구했다.
이들은 공동성명서에서 "소비자들이 실손보험을 가입하는 이유는 실손보험을 통해 비급여 의료비에 대한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더 나은 의료서비스를 받기 위해서고 여기에는 실손보험과 관련된 서비스의 편익도 포함된 것"이라며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특정 이해기관들의 이익적 측면이 아니라 오로지 3997만 명 실손보험 가입 소비자의 편익 제고와 권익증진을 위한 대승적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실손보험청구간소화는 2009년 처음 국회에 올랐지만 개인정보 유출 등의 악용을 주장하는 의료업계의 반발로 14년째 국회에서 공전했다.
이후 현 정부 들어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가 지난해 12월 '국민이 체감하는 디지털플랫폼 정부 추진'의 일환으로 실손보험청구간소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4월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가 제1번 과제로 실손보험청구간소화를 선정하며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대한의사협회·대한병원협회·대한치과의사협회·대한약사회 등 의료계 4개 단체는 13일 국회 앞에서 공동집회를 열고 "국회에서 마련한 보험업법 개정안(대안)은 국민 편의성 확보라는 본연의 취지를 망각한 채 정보 전송의 주체인 환자와 보건의료기관이 직접 보험회사로 전송하는 가장 빠르고 정확한 데이터 전송 방법을 외면하고 오직 보험회사의 편의성만 보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건의약계는 동 보험업법 개정안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통과 시 전송거부운동 등 보이콧과 위헌소송도 불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