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Ⅰ유형 수혜자 74만명…1년 전 80만여명
공시가격 과거 4~5%대 상승…2021년 19% 폭증
가정 소득 수준 별 변화 없었어도 장학금 탈락
기준금리 상승에 학자금 대출도 한 때 위기 봉착
[세종=뉴시스]김정현 기자 = 가정의 소득 수준은 큰 변화가 없었음에도 집값 상승으로 국가장학금을 받은 대학생이 1년 만에 7만여명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10일 정의당 이은주 의원실이 교육부에서 제출 받은 국가장학금(Ⅰ유형)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수혜 인원은 74만154명으로 1년 전(80만7103명) 대비 6만6949명 줄었다.
국가장학금 Ⅰ유형은 소득 수준이 일정 이하이면서 성적 기준을 충족하는 대학생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등록금 범위 안에서 소득 수준에 따라 차등 지원한다.
지난달 국회 교육위원회가 작성한 '2022회계연도 교육부 소관 결산 및 예비비지출 승인의 건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국가장학금 지원 사업'은 편성 예산의 92.1%를 집행했지만 2949억6200만원이 불용 처리됐다.
부모 월급은 그대로인데 집값 올라서 국가장학금 탈락
국가장학금은 신청자 본인과 부모의 연봉 뿐만 아니라 재산 수준까지 전반적으로 따져 본 뒤 지급하고 있다.
국가장학금을 받으려면 한국장학재단이 산정한 신청 학생의 '월 소득인정액'(소득·재산 수준)이 '학자금 지원구간'(소득 구간) 8구간 이내여야 한다.
'월 소득인정액'은 학생과 가족의 근로·사업소득(월 소득평가액)에 부동산 등 일반재산, 금융, 차량, 부채 등을 합산한 '재산의 소득환산액(월)'을 합해서 정해진다.
올해는 월 소득인정액이 학자금 지원구간 8구간 상한선인 월 1080만1928원보다 낮아야 수혜가 가능하다.
그런데 이는 실제 가계소득이 월 1080만원이라는 의미가 아니다. 결산보고서에서는 국가장학금 학자금 지원구간 7~8구간에 해당하는 월 소득인정액에서 재산가액을 제외하면 통계청 가구 소득분위 5~6구간 수준이라고 밝힌다. 올해 2분기 기준 6분위 소득은 월 평균 450만원이다.
물론 부동산 공시가격은 매년 3~4월 중에 국토교통부가 공시하므로 예산안을 편성할 때 고려할 수는 있다.
문제는 과거 4~5%대 상승률을 보이던 연도별 부동산 공시가격 상승률이 2021년 19.05%로 솟구쳤다는 점이다. 2016년 5.97%→2017년 4.44%→2018년 5.02%→2019년 5.23%→2020년 5.98%→2021년 19.05%였다.
즉, 실제 가계소득 수준은 큰 변화가 없는데 부동산 가격이 갑자기 높아지며 재산이 불어난 것으로 평가돼 국가장학금을 받지 못하게 됐다는 것이다.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1년 전과 견줘 18.61% 하락했고, 고물가 등으로 기준 중위소득이 상승함에 따라 학자금 지원구간 기준도 전년 대비 5.47% 높아졌다.
학자금 대출금리 인상 위기…장학금 예산으로 진화
당초 지난해 본예산에서 '맞춤형 국가장학금 지원' 사업에는 4조6567억원이 편성됐으나 '한국장학재단 출연' 사업으로 299억원이 전용됐다. 이는 당초 국가장학금에 쓰려던 국고를 학자금 대출에 썼다는 이야기다.
학자금 대출을 신청했을 때 지급되는 재원은 한국장학재단에서 채권을 발행해 조달하는데, 이 때 발생하는 이자 비용을 정부가 출연금 형태로 지원하는 구조다.
학자금 대출 금리는 1.7%로 시중금리보다 크게 낮다. 2021년부터 올해 2학기까지 6학기 연속 동결이다.
그 사이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2021년 7월 0.5%에서 지난해 12월 3.25%로 인상했다. 학자금 대출(재단채) 조달금리는 지난해 10월 5.12%였다. 당초 정부가 2022년 예산안 편성 당시 예측(1.91%)한 것의 2.7배였다.
이를 고려한 듯 교육부는 올해 본예산에서 한국장학재단 출연 사업비 3217억원을 편성, 문제가 생길 뻔 했던 2022년도와 견줘 59.7% 증액했다. 신규 재단채 조달금리를 4.1%로 당초 1.9%에서 크게 높여 편성한 것이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예산 소진으로 저금리 유지가 곤란했다면 학생들이 고금리 부담을 안아야 했던 만큼 299억원 전용은 의미 있고 적극적인 조치였다"며 "올해 예산이 늘어나 지난해 같은 상황은 없을 것으로 예상하나 만약을 대비한 모니터링은 필요하다"고 했다.
급한 불은 껐다고 하지만…"적극적 재정 투입 필요"
정부는 증액된 재정을 통해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모든 자녀에게 등록금을 전액 지원하고 학자금 지원구간 1~6구간의 지원 단가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혜택을 더 늘리겠다는 약속에 앞서 경기 변동에 따라 국가장학금과 학자금 제도의 안정성이 흔들려 왔던 문제를 함께 손질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 교육위원회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예산결산기금심사소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전체회의에서 결산심사 결과 "공동주택 공시가격의 급격한 변동을 완충할 수 있는 학자금 지원구간 산정 방안을 마련하도록 (교육부에) 요구했다"고 전했다.
최근 고물가와 학령인구 감소 속에서 많은 대학들이 등록금 인상을 시도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정부에서 더 많은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송 위원은 "정부의 '대학생 1인당 학비부담 경감액' 추산치는 2019년 197만원에서 2022년 240만원으로 꾸준히 증가해 왔다"며 "추후 등록금이 오를 경우 효과가 반감될 수 있어 더욱 적극적인 대학 재정 지원이 중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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