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매력적인 향 입문서다.
이 책 ‘향수 식물학’(아멜리에북스)은 조향계의 살아 있는 전설로 통하는 장 클로드 엘레나가 썼다. 전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마스터 조향사이자 프랑스의 유명 브랜드 에르메스의 수석 조향사였다.
40여 가지 향기로운 식물들을 엄선해 그 식물들이 향수에 어떤 영감을 주고 어떻게 향수로 변신하는지를 소개한다. 그가 직접 조향한 에르메스의 ‘운 자르뎅 수르닐’, ‘떼르 데르메스’, 시슬리의 ‘오 드 깡뺘뉴’, 까르띠에의 ‘데클라라시옹’, 프레데릭 말의 ‘로 디베’ 등 유명 향수는 물론 디올, 샤넬, 겔랑 등 70여 가지 향수들이 어떤 식물의 향에서 시작되었는지, 식물과 향에 얽힌 추억이나 향수 탄생 과정의 에피소드들이 흥미롭다.
1980년대 ‘향수계의 왕’이라 불리던 투베로즈. 투베로즈 향을 이용한 디올의 ‘쁘와종(Poisin)’은 높은 별점을 받은 고급 레스토랑에서는 출입 금지된 향이었다. 향이 너무 강해 주변 손님의 식사를 방해한다는 이유였다. 향이 너무 강해 두통을 일으키기 때문에 투베로즈를 딸 때 아이들은 접근하지 말라는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사실은 전혀 다른 사정이 있다. 투베로즈는 줄기가 약해서 주의를 하지 않으면 쉽게 끊어지기 때문이라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미슐랭 가이드에서 세 번이나 스타를 획득한 셰프인 올리비에 롤링거의 피드백을 받고 ‘카다멈’ 향을 추가해 만들어낸 에르메스의 ‘에피스 마린(Epice marine)’, 장 폴 겔랑이 처음 알려준 씁쓸한 향을 풍기는 식물인 ‘압생트’, 중국 여행 중 오스만투스의 향기를 테마로 삼아 만든 에르메상스의 ‘오스망뜨 윈난(Osmanthe Yunnan)’ 등 향수들의 탄생 비하인드는 이 책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매력이다.
책에 등장하는 식물을 가장 아름답고 우아하게 표현한 40여 컷의 일러스트는 품격을 한층 더 높여준다. 보그에서 ‘2022 선물하기 좋은 최고의 책’으로 선정된 바 있다. 주황색의 한국판 양장본 표지는 에르메스 박스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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