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가 인하, 매출·이익 감소로 이어져
자금·시스템 부족한 중소제약사 타격
[서울=뉴시스]송연주 기자 = 보건복지부가 기등재 의약품의 재평가 결과에 따라 지난 5일부터 7675개 품목의 약값을 인하했다. 주로 제네릭(복제약) 의약품이 약가 인하 대상에 올라, 매출 타격을 받은 제약업계가 곡소리를 내고 있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번 약가 인하는 정부가 2020년부터 추진한 제네릭 약가재평가의 1차 결과다. 지난 2018년 발사르탄 성분 고혈압 치료제의 불순물 검출 사태를 계기로 2020년 7월 제네릭 의약품 약가제도가 개편된 바 있다. 그 후속조치로 제도 개편 이전에 보험 목록에 등재된 의약품에 대해 의약품의 상한금액을 재평가했다.
제약사의 개발·품질관리 노력에 따라 약가 보상체계가 다르게 적용되도록 ▲자체 생물학적동등성(생동성) 시험 수행 ▲등록된 원료의약품 사용 등 요건을 충족하면 기존 약가를 유지하는 식의 약가 차등제를 도입했다.
제네릭의 안전성과 효능이 오리지널 의약품과 같다는 것을 입증하는 생동성 시험을 자체 수행하고, 등록된 원료의약품을 사용하는 두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의약품은 가장 높은 가격(오리지널의 최대 53.55%)을 인정받지만 그렇지 못하면 낮은 금액을 적용받는 식이다.
2020년 8월 제도 개편 이후 등재된 제네릭은 차등 가격을 적용받고 있고, 그 이전에 등재된 제품들에 대해 3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이번에 인하됐다.
이들 의약품은 최소 15%에서 최대 27.75% 인하된다. 정부는 작년 건강보험 청구액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이번 가격 인하로 2970억원의 건강보험 재정이 절감될 것으로 예상했다.
약가 인하 대상에 포함된 기업은 180여곳. 이 중 휴텍스제약이 153개 품목으로 가장 많고, 하나제약, 대웅바이오, 이든파마, 일화 등이 100개 이상 제품의 약가 인하를 겪어야 한다.
15% 인하만큼 매출·이익 감소…"중소회사들 타격"
한 중소제약회사의 대표이사는 "3년의 유예기간이 있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생동성시험 수행 기관(의료기관)을 잡는 것조차 어려운 기간이 꽤 길었다"며 "잡더라도 코로나 기간 동안 비용이 2배 이상 올랐다. 약가 인하 품목이 많은 회사일수록 준비할 시간이 짧고 자금에 대한 부담도 컸다"고 말했다.
이어 "15% 약가 인하는 고스란히 이익 감소로 이어져 아무리 준비했어도 경영이 어려워지는 건 사실이다"며 "원래 생동성시험을 받은 제품을 다시 직접 하라는 지시 자체가 불합리하게 여겨진다. 특히 대형제약사보단 자금과 R&D 시스템이 부족한 중소제약사에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일부 제약회사들은 제네릭 약가재평가 검토 결과에 불복하면서 복지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해 집행정지가 수용됐다. 22개 제품이 한달동안 약가가 잠정 유지된다.
"과도한 제네릭 약가인하가 신약개발 원동력 꺾어"
국내 제약기업의 주요 매출원(매출점유율 51%)은 제네릭이고, 국내 제약산업은 제네릭 등 캐시카우에서 발생한 이윤(상장제약 2021년 영업이익률 8.1%)을 고스란히 연구개발(상장제약 연구개발비중 8.5%)에 재투자하는 구조다. 제네릭을 재정적 기반으로 해서 신약, 개량신약으로 고도화하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발사르탄 불순물로 시작된 의약품의 품질관리 이슈가 약가 인하로 변질됐다"며 "사실상 둘은 무관한데도 정부가 무리하게 품질관리를 강화하겠단 명분 아래 약가 인하를 접목해 비효율적인 비용(생동성시험 재시행) 지출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제네릭에 대한 약가 인하 기조가 강화되면 기업체의 연구개발 위축이 불가피하다"며 "또 값싼 원료 사용을 통한 해외 원료 의존도 확대와 자국 내 의약품 개발·생산 경쟁력 상실로 이어져 의약품 접근성도 저하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적정 약가 가치 부여는 혁신적인 의약품에 대한 개발 동기를 부여하고, 이로 인한 수익을 다시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며 "제네릭 매출을 기반으로 R&D와 생산시설 등에 투자해 신약 개발 국가로 전환할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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