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지널스' 출판사 기획
"좀 더 책을 읽게 하려는 시도"
[서울=뉴시스]신재우 기자 = "저는 종이책이 사라질 거라고 절대 생각 안 해요."
전자책 플랫폼에 몸 담고 있는 김태형 밀리의 서재 출간 사업 본부장은 "전자책은 종이 책의 대체재가 아니라 함께 상호 보완하는 형태로 발전할 것"이라면서 종이 책에 대한 가치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책을 사랑하는 독자들이 서재에 책을 모이고 책장을 넘기는 그 감성과 정서는 전자책이 대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자책은 종이책을 압도하고 있다. 시장의 규모는 지난 2020년 4619억 원을 돌파했고 오디오북 시장 또한 300억 원을 넘어섰다. 최근에는 종이책이 아닌 전자책으로만 출간되는 사례도 크게 늘었고 올해 상반기 화제가 됐던 '세이노의 가르침' 또한 전자책으로 큰 사랑을 받은 뒤에야 종이책이 출간돼 판매됐다.
이러한 흐름속에서 밀리의서재는 '역행자'의 분위기다. 최근 이례적인 도전에 나섰다. 밀리의 서재에서 기획하고 발굴한 '밀리 오리지널' 전자책을 자체적으로 종이책으로 출간했다. 지난달 밀리는 '오리지널스'라는 출판사를 만들어 첫 종이책으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허규형의 ‘나는 왜 자꾸 내 탓을 할까’를 내놨다. 김 본부장이 맡은 출간사업본부는 바로 이 '밀리 오리지널'과 종이책 출간을 총괄하는 부서다.
"각 형태의 장점이 명확한 것 같아요. 중요한 것은 종이책이나 전자책이라는 형태가 아닌 그 안에 담고 있는 콘텐츠가 얼마나 가치 있냐는 거죠. 그리고 정말 가치 있는 내용이 담긴 책이 독자들에게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닿을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되는 거죠."
2017년 서영택 대표와 밀리의서재를 만들기까지 김 본부장은 출판사 웅진씽크빅에서 종이책 밥을 먹었다.
"전자책과 종이책의 선순환 기대"
김태형 본부장의 목표는 한 가지다. 바로 "조금이라도 많은 사람이 책을 읽게 하는 것"이다.
밀리의 서재의 행보는 목표와 맞닿아 있다. 전자책을 읽을 수 있는 구독 플랫폼에서 시작해 오디오북, 오디오 드라마, 챗북(채팅형 독서 콘텐츠) 등 김 본부장은 그간 회사의 사업들을 설명하며 "모두 책에 대한 진입 장벽을 조금이라도 낮추고자 한 시도"라고 말했다. 그간 출시하거나 시험해 본 모든 서비스가 "독자들에게 제안하는 독서의 한 방식"인 셈이다.
단순히 종이책만 출간하는 것이 아닌 "전자책과의 선순환"을 통해 독자를 늘리려는 시도다. 이번 책 출간은 지난 5월 베타 서비스를 시작한 출간 플랫폼 '밀리 로드'의 연장선에 있다.
"저희가 최근 선보인 '밀리 로드'는 누구나 글을 쓸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글을 쓰는 문턱을 굉장히 낮춰놓은 거죠. 그리고 그중 호응이 좋은 작품의 경우엔 '밀리 오리지널'이 돼서 전자책으로 출간하는 거고요. '밀리 오리지널' 중 종이책으로 출간하면 좋을 내용은 이제 단행본으로도 제작하는 하나의 과정이 생긴 거죠."
종이책 출간을 통해 '파급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밀리 오리지널로 시작해 출판사 클레이하우스를 통해 종이책으로 대박을 터트린 황보름 작가의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가 대표적인 사례다. 김 본부장은 "아무리 전자책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종이책의 파급력은 무시할 수 없다"며 "종이책 시장이 아직은 훨씬 더 큰 시장이다 보니 종이책 출간이 더 큰 대중성과 인기를 불러오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저는 독서 인구가 다시 늘어나는 것도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왜냐면 지금 시대는 어느 떄보다 더 많은 텍스트를 읽고 글을 읽기도 더 편한 환경이 됐잖아요. 그러니까 책을 읽는 행위를 조금 더 즐겁고 가볍게 느낄 수 있게 만들어 준다면 되지 않을까요? 어떤 형태가 됐든 책에 관심을 갖고 가까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밀리의서재 역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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