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약 성장세에 국내 기업도 개발 도전장
[서울=뉴시스]황재희 기자 = 전 세계적으로 노보 노디스크의 비만 치료제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와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성분명 티르제파타이드)가 승승장구하면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비만치료제 개발에 속속 도전하고 있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기업들도 비만치료제 개발에 속속 도전장을 냈다.
셀트리온 서정진 회장은 지난 24일 셀트리온그룹 투자자를 대상으로 열린 온라인 간담회에서 “셀트리온제약을 주축으로 펩타이드 기반 당뇨·비만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2030년까지 매출의 40%를 신약으로 채우겠다는 목표를 세운만큼 글로벌 대세로 자리 잡은 당뇨·비만 치료제를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한미약품도 자사 독자 플랫폼 기술 ‘랩스커버리’를 적용해 일주일에 한번 투여하는 주사 제형의 대사질환 치료제로 개발해 온 ‘에페글레나타이드’를 비만치료제로 적응증을 변경키로 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는 임상 3상 진행을 위한 임상시험계획 승인 신청서(IND)도 제출했다.
한미약품은 에페글레나타이드가 한국인의 비만 기준(체질량지수 25kg/㎡, 대한비만학회)에 최적화된 ‘한국인 맞춤형 GLP-1’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비만약을 시판한 글로벌 기업들이 체중 감소 비율 수치의 우월성을 경쟁적으로 발표하고 있지만, 이는 서양의 고도비만 환자에게 유익할 수 있는 수치”라고 말했다.
대원제약은 라파스와 마이크로니들(미세바늘) 패치 비만치료제 ‘DW-1022’을 개발 중이다. 앞서 유전자 재조합 세마글루타이드를 합성펩타이드로 전환해 신약에 준하는 원료의약품을 개발하고 완제의약품 비임상 연구를 해왔다. 라파스는 마이크로니들 패치 완제의약품의 제제 개발을 담당해 왔다. 대원제약은 DW-1022의 임상 1상 IND를 식약처에 제출한 상태이다.
동아ST도 개발 중인 비만치료제 ‘DA-1726’에 대한 글로벌 임상 1상 IND를 준비 중이다.DA-1726은 전임상 결과에서 티르제파티드 성분 비만치료제 대비 유사한 체중감소 효과와 식욕억제를 확인했으며, 기초대사량 증가에 기인한 체중 조절 기전도 확인했다.
마이크로바이옴 신약개발 기업 지아이바이옴은 자사 항비만·대사질환 마이크로바이옴을 프로젠의 비만치료제 후보 물질과 병용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글로벌 기업들도 비만치료제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노보 노디스크와 일라이 릴리는 주사제인 비만치료제를 편의성을 높인 경구용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다.
노보 노디스크는 지난 5월 세마글루타이드를 1일 1회 경구 복용하는 방식으로 임상 3a상을 진행한 결과, 15~17% 정도 체중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일라이 릴리는 위고비보다 효과가 더 좋다고 알려진 마운자로를 현재 경구용으로 개발하기 위해 임상 중이다.
마운자로는 당뇨병이 없는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72주간 최고 용량인 15㎎·0.5㎖ 투약 시 22.5%의 체중 감량 효과가 나타난 바 있다. 다만 아직까지는 2형 당뇨병 환자의 혈당 조절을 위한 식이·운동요법의 보조제로만 허가를 받았다. 비만 적응증을 받기 위한 절차는 진행 중이다.
한편 이 같은 비만치료제 성장세에 의료기기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올해 2분기 위고비 판매량은 약 7억3500만달러(약 9862억2300만원)를 기록해 지난해 동기 대비 6배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다빈치 수술용 로봇 제조사로 유명한 인튜이티브 서지컬(Intuitive Surgical) CFO(최고재무책임자)인 제이미 사마스는 “비만약에 대한 관심 증가로 비만수술 로봇 성장세가 2분기에 둔화됐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그는 비만 환자들이 약물과 수술 중에 하나를 고려하고 있다는 의견이 있다며, 수술용 의료기기 매출 성장 둔화가 일시적일지 아니면 계속될 추세인지에 대해 현재로서는 결론 내리기 이르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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