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허한 눈빛으로 허공을 응시하며 담담하게 읊조린다. 곁을 지키던 늙은 개를 떠나보낸 후 홀로 남겨진 집, 늙은 여자는 집안의 오래된 가구와 물건을 하나하나 열거하고 어루만지며 이내 고독함에 젖어든다.
연기 인생 60주년을 기념해 올린 연극 '토카타'에서 배우 손숙이 가장 와닿은 대사로 꼽은 대목이다. '오래된 생을 탁 꺼버리고 싶다'는 말에 공감했다는 여든 살의 노배우. 뜨겁게 사랑하고 아이를 길러 품에서 떠나보내고 이제는 혼자가 된 극 중 늙은 여자는 그 자신과도 같다. 그 얼굴에 손숙 자신을 투영하며 삶의 외로움과 쓸쓸함 그리고 찬란함까지 고스란히 담아낸다.
마음 둘 곳 하나 없는 여인은 누런빛으로 말라버린 잔디 위에서 자신의 빛나던 옛 시절을 떠올린다. 자신을 쓰다듬어 주던 남편의 뜨거운 손길, 자신이 쓰다듬던 강아지의 따뜻한 온기를 말할 때면 미소를 띠고 눈빛을 반짝인다. 하지만 지금은 모두 사라졌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시들어 버린 그의 곁엔 쓸쓸함만이 맴돌고 있다.
두 인물이 공통으로 말하고 있는 건 '접촉'이다. 작품의 제목도 '접촉하다', '손대다' 뜻의 이탈리아어에서 유래했다. 사람들 간 접촉이 단절됐던 코로나19 시기에 영감을 받은 작품은 '촉감'을 축으로 삼아 고독을 풀어낸다.
극본을 쓴 배삼식 작가는 간담회에서 "코로나 때 혼자 걷던 산책길에 각자 상념에 젖은 이들이 스쳐 지나가는 모습에서 이 작품이 시작됐다"며 "관객들이 배우들의 말과 움직임을 통해 떠오르는 상념 속에 스스로 조용히 산책하기를 바라며 썼다"고 말했다.
1963년 연극에 첫발을 뗀 손숙은 수많은 작품을 거쳤지만, 기존 작품이 아닌 새로운 창작극을 이번 공연으로 선택했다. 그에게 설레는 첫 무대와 같은 마음으로 돌려놨다는 이번 작품에선 데뷔 이후 처음으로 상반신 노출도 했다.
공연은 오는 9월10일까지 LG아트센터 서울 U+스테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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