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작소설집 '공룡의 이동 경로' 출간
한국문학 담당 편집자이자 소설가로 활동
[서울=뉴시스]신재우 기자 = "저는 항상 무언가에 늦게 빠지고 늦은 만큼 초조해지는 편이에요. 소설은 유일하게 그렇지 않았죠."
소설가 김화진(31)은 소설에 둘러싸인 삶을 살고 있다. 낮에는 출판사의 편집자로 일하고, 밤에는 소설을 쓴다.
함께 글을 쓰던 친구들과 모여 독립잡지 '유령들'을 만들고 때로는 읽기 모임을 갖기도 한다. 한국문학을 담당해 하루 종일 교정지를 바라보고도 퇴근 후 소설을 쓴다. 소설이 그의 인생에서 조바심을 내지 않고 즐길 수 있을 때까지 시간을 쏟은 유일한 것이기 때문이다.
책 읽는 것이 좋아 대학에서 국어국문학과를 전공한 그는 편집자로 먼저 책에 다가갔다. "대학을 졸업하던 시기 세상 모든 게 다 어려웠다"는 그는 "글을 계속 써왔지만 소설가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고 그저 좋아하는 작가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벅찼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럼에도 2021년 문화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해 지난해 첫 소설집 '나주에 대하여'를 펴냈다. 올해는 예스24의 독자들이 뽑은 '한국 문학의 미래가 될 젊은 작가' 16인에도 이름을 올렸다. 최근 연작소설집 '공룡의 이동 경로'를 펴낸 김화진 작가를 만나 소설가로 한 걸음 더 다가간 삶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소설, 용기가 필요해 다시 쓰기 시작했다"
소설가 이전에 김화진이 편집자로서 이름을 알리게 된 계기는 우연히 출연하게 된 출판사의 유튜브였다. '민음사TV'를 통해 한국문학을 담당하는 편집자로 다양한 콘텐츠를 찍은 그는 덕분에 첫 책부터 빠르게 독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소설가로서 등단할 수 있었던 것은 포기하지 않고 소설을 쓴 노력 덕분이다.
취직 후 소설 쓰기를 멈춘 그는 2년이 지난 시기에 다시 펜을 들었다. 이대로라면 영원히 소설을 쓰지 않을 것 같은 마음에 한 장짜리 소설을 시작해서 이를 10장짜리 단편으로 늘리는 식으로 이어갔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그에게 필요했던 것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10장짜리 이야기를 끝까지 쓸 수 있다는 용기"였다.
그는 일상에서 마주한 이야기들에서 힌트를 얻고 고민을 담아두곤 집에 와 문장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그것을 모아 하나의 이야기로 완성했다.
"아직까진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요"
'공룡의 이동 경로'를 완성한 후에는 소설에 등장하는 공룡 타투(피망이)를 자신의 오른쪽 팔목에 새겼다. 왼쪽 팔목 유니콘 타투(김밥이)에서 시작된 소설이 다시 '피망이'로 이어진 것처럼 삶과 소설은 느슨하게 이어져 있다.
일상에서 특히 자주 다루는 것은 '관계'다. 첫 소설집에 이어 이번 소설집에서도 그는 네 명의 친구를 중심으로 관계와 사랑에 대해 말한다. 주희, 솔아, 지원, 현우 4명이 구성한 '되기 전 모임'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다양한 형태의 애정과 질투, 헤어짐을 그린다.
"저에겐 관계가 너무 신기해요. 그리고 그걸 관찰하는 것도 좋아하고요."
김화진은 "사람들이 너무 비슷해서 지루하다고 하더라도 책이랑 가까운 데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내 소설 안에 써보고 싶은 마음"이라고 했다.
편집자이자 소설가인 그는 두 직업 중 한 가지만 택해야 한다면 무엇을 고를까.
한참을 고민하던 김화진은 답했다.
"소설가요.(웃음)"
"소설은 항상 제 현실보다 나아요. 소설을 써야 실제의 나보다 더 많은 걸 해낼 것 같아요. 저 되게 실용적인 걸 좋아하거든요."
소설가 김화진은 지금보다 나은 현실을 담은 다음 장편소설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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