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 내정된 지 이틀 만에 日오염수 방류
반일감정 확산 되는데…차기장관 과제는?
[세종=뉴시스]이승주 기자 = 윤석열 정부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원포인트로 교체할 정도로 '원전 생태계 복원' 의지를 보인지 이틀 만에 일본에서 원전 오염수를 방류했다. 전국적으로 원전 우려가 확산되는 가운데 후임 산업부 장관이 정부의 '탈원전 폐기' 정책에 속도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26일 대통령실 등에 따르면 방문규 국무조정실장이 지난 22일 신임 산업부 장관으로 내정됐다. 장관급으로는 사실상 원포인트 인사란 점에서 인사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업계에서는 산업부 장관이 윤 정부가 내세웠던 탈원전 정책 폐기와 원전 산업 생태계 복원에 속도를 내 줄 것을 주문한 것으로 보고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5월9일 국무회의에서 "탈원전, 이념적 환경정책에 매몰돼 새로운 국정기조에 맞추지 않고 애매한 스탠스를 취한다면 과감하게 인사조치하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후 2차관에 당시 강경성 대통령실 산업정책비서관을 전격 임명한 것도 이 같은 인사 방침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반도체와 원전 등 핵심 업무를 담당했던 그를 산업부로 보낸 것이 탈원전 정책 폐기와 원전산업 생태계 복원에 속도를 내란 주문으로 해석된다. 방 장관 후보자도 소감문에서 "원전 생태계 복원을 조기에 완성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문제는 인사를 단행한 지 이틀 만인 지난 24일 일본에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방출했다는 점이다. 도쿄전력은 정부 결정에 따라 오염수를 바닷물로 희석한 뒤 방류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올해 탱크 30기 규모인 약 3만1200t, 약 5조 베크렐(Bq) 분의 트리튬 섞인 오염수를 4차례에 나눠 방류할 계획이다. 해양 방류에 걸리는 시간은 30년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 정부는 오염수와 관련 위험성을 검증했으며 안전에 문제가 없으니 믿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전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관련 대국민 담화문에서 "우리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것은 정치적 선동이 아닌, 과학"이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공포심은 국민들 전반에 확산되는 분위기다. 야권과 시민단체의 장외투쟁 및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언론 등에 따르면 반일감정과 함께 수산물 시장은 썰렁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수산물 대신 닭고기를 찾을 것으로 예상하는 투자자들로 대체주가 급등하는 현상도 발견된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전주 대비 1%포인트 내린 34%로 나타났다.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이 22~24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에게 '윤 대통령이 현재 대통령으로서 직무를 잘 수행하는가' 물어 발표한 결과 지지율은 34%로 나타났다. 직무 수행 부정을 평가한 이유 3위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다.
현재 차기 산업부 장관 앞에는 무역수지 흑자와 수출 플러스 전환, 한국전력 등 에너지 공기업 재무구조 개선을 비롯 첨단산업 육성 등 과제가 산적해있다. 여기에 후쿠시마 오염수로 인한 원전 공포가 커진 분위기에서 '원전 생태계 복원'에 속도를 내야 하는 과제도 맡은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에 국정감사까지 앞둔 상황인데 통상부터 에너지까지 이슈가 다방면으로 걸쳐있는 상황"이라며 "무엇보다 국민 우려를 잠재우면서 전 장관 때보다 원전 정책에 속도를 내는 방법이 무엇일지 고민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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