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석 풍화 촉진 기술 ERW…기후변화 신무기로 주목
"전 세계 적용 시 국제 사회 CO2 제거 목표 기여" 전망
[서울=뉴시스]이인준 기자 = 암석의 풍화 작용을 이용해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글로벌 시장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암석이 토양으로 변하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데, 이를 인위적으로 촉진해 온실가스 저감에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21일 재계와 학계에 따르면 미국 예일대 백승훈 박사와 노아 플라나브스키 교수 연구진은 최근 미국 지구물리학회(AGU)가 발간하는 국제학술지 '지구의 미래'에 '암석 풍화 촉진(ERW, Enhanced Rock Weathering)' 기술을 집중 소개했다.
현무암이나 감람석 등 지표면에서 흔히 발견되는 화산암인 규산염암은 빗물과 만나 풍화를 일으키는데, 이때 빗물이 머금고 있던 이산화탄소가 탄산염 형태로 암석에 포집된다.
ERW는 이 같은 현상을 온실가스 저감에 활용하는 기술이다.
자연 상태에서 암석 풍화 작용은 수 십만년이 걸린다. 다만 돌멩이의 입자를 곱게 빻아 농경지 같은 넓은 면적에 뿌려두면 접촉면이 늘어나 이산화탄소가 더 빠른 속도로 포집될 수 있다.
앞서 지난 4월 마이크로소프트(MS)가 ERW 공급사로 처음 낙점한 영국 탄소포집기술 스타트업 언두(UNDO)에 따르면 현무암 2만5000t(톤)을 잘게 쪼개 농지에 뿌려두면 향후 20년간 이산화탄소 5000t을 포집한다. 인위적으로 풍화 기간을 수십년 단축시킬 수 있는 것이다.
백 박사와 플라나브스키 교수 연구진이 진행한 연구에서도 세계 각지 농경지 1000여곳에 ERW를 적용하는 가상실험을 진행한 결과, 농경지 1만㎡ 당 현무암 가루 10t을 뿌리면 75년간 640억t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를 전 세계 모든 농경지로 확대하면 포집량은 같은 기간 2170억t으로 늘어난다. 연구진 분석대로라면 국제사회가 2100년까지 이산화탄소 제거 목표(1000억~1조t)를 달성하는 데 이 기술이 큰 기여를 할 수 있다.
연구진은 이와 함께 해양 산성화를 막고, 개발도상국의 농업 개혁을 유도하는 부수적인 효과도 기대했다.
이산화탄소가 포집된 탄산염은 염기성(알칼리성)을 띠기 때문에 바다로 흘러 들어가면 산성비에 의한 해양 산성화를 중화한다.
또 ERW는 고온 다습한 환경에서 효과가 높을 것으로 기대되는데, 열대 지방과 같은 개발도상국이 많은 지역에서 산업화의 잠재력이 크다. 농가에서도 규산염암에 포함된 마그네슘, 칼슘, 카륨, 인 등 풍부한 무기질 덕분에 토양의 산도를 적절하게 유지할 수 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 결과는 개발도상국의 농업 개혁에 대한 투자에 강력한 원동력을 제공한다"며 "이는 지역 이해관계자들에게 ERW의 추가적인 공동 이익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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