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항공유 없이 비행기 못뜬다"...HVO 시대 열린다

기사등록 2023/08/17 09:01:00

최종수정 2023/08/17 16:22:14

'바이오 항공유' 원재료 HVO…EU 규제로 성장세

HD현대오일뱅크, 일부 설비 HVO 생산으로 전환↑

LG화학, 단석산업과 합작 안 해…"사업화 진척 방법 고민중"

[서울=뉴시스] HD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 전경. (사진=HD현대오일뱅크) 2023.8.1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HD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 전경. (사진=HD현대오일뱅크) 2023.8.16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다솜 안경무 기자 = 수소화 식물성 오일(HVO)은 전 세계적인 '탈(脫)탄소' 움직임과 맞물리며 차세대 핵심 연료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한국 기업들도 관련 시장 개화에 맞춰 사업에 속속 뛰어드는 모습이다.

다만 현행 석유법의 한계로 업계가 적극 투자 움직임에는 나서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선 정부가 이를 시급히 개정해 한국이 HVO 세계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늘길 필수 된 SAF…탄소중립 대안 되다

HVO는 동식물성유지, 폐식용유, 팜부산물 등의 원료를 수소와 반응시켜 생산하는 차세대 바이오연료다. 기존 화석연료 대비 92%의 탄소를 저감할 수 있어 탄소 중립의 대안으로 평가 받는다.

특히 극저온에서도 얼지 않는 특성을 가져 차량용뿐 아니라 항공유(등유)를 대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때문에 지속가능항공유(SAF) 중 하나인 바이오 항공유의 원재료로 쓰이지만, 바이오 선박유, 바이오 디젤 등도 생산할 수 있다.

최근 유럽연합이 환경 보호를 위해 SAF 사용을 의무화하면서 HVO는 더욱 주목받고 있다. 오는 2025년부터 유럽 역내 27개국의 모든 공항에서 급유하는 모든 항공기는 반드시 기존 항공유에 SAF를 최소 2% 이상 섞어 써야 한다.

오는 2050년에는 SAF 의무 포함 비율이 70%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이미 주요 국가들은 바이오 항공유 사용을 늘리고 있는 추세다. 미국은 2030년까지 연간 최소 SAF 114억리터(ℓ)를 생산하겠다고 발표한 상황이다.

시장규모 폭증…정유사 HVO 생산에 '군침'

상대적으로 기술 개발에 뒤처져 있던 한국에서 우선적으로 사업에 나선 것은 정유업계다. SAF의 의무 도입을 계기로 정유업계가 바이오 항공유를 새 먹거리로 삼았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TMR에 따르면 세계 SAF 시장규모는 2021년 1억8660만달러에서 연평균 26.2%씩 증가해 2050년 402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HD현대오일뱅크는 대산공장 일부 설비를 HVO 생산설비로 전환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내년부터 차세대 바이오 항공유를 생산한다는 목표다. 다만 현재 HVO와 관련한 투자 계획은 아직 검토 중으로 확정되지 않았다.

SK이노베이션도 HVO 사업 투자를 구체적으로 확정하진 않았지만, 다양한 가능성을 엿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최근 생활폐기물을 가스화해 합성원유를 만드는 미국 기업 펄크럼에 투자하며 바이오 에너지 사업 보폭을 넓히고 있다.

올해 울산 CLX에 SAF 생산 설비도 구축하기로 한 만큼 향후 HVO 사업을 구체적으로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LG화학도 HVO 사업화…업계 "법령 정비 필요"

단석산업과 국내 첫 HVO 공장을 함께 세우기로 했던 LG화학은 2년 만에 '홀로서기'에 나선다.

당초 LG화학은 지난 2021년 단석산업과 합작법인을 통해 2024년 완공 목표로 HVO 공장을 설립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주요조건합의서(GOA)까지 이행된 이후 양사 입장이 달라져 최종 사업화는 무산됐다.

LG화학은 지난 2020년부터 핀란드 바이오디젤 기업인 '네스테'를 통해 HVO를 외부에서 조달하고 있다. 현재 LG화학은  HVO에 대한 사업을 이어가기 위해 로드맵을 정비 중이다. LG화학 관계자는 "HVO 로드맵 실행을 위해 새 파트너를 찾거나, 공장을 짓는 등 구체적인 사업화 방법을 구상 중이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HVO를 비롯한 지속가능항공유 시장이 2026년부터는 본격적으로 개화할 것으로 본다. 단 업계에서는 시장이 성장하려면 관련법 개정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행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사업법'(석유사업법)에 따르면 정유사가 '석유'를 정제해야 제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명시돼있어 동식물성유지나 폐식용유 등 석유대체연료로 석유 제품을 사용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다. 세계 각국이 SAF 정책을 강화하기 위해 세액공제 혜택이나 각종 지원 제도를 펴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탈탄소 시대에 맞춰 친환경 연료 사업을 준비하려고 앞다퉈 사업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단 정부 지침이 아직 분명하지 않아 구체적인 투자 계획을 미루려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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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항공유 없이 비행기 못뜬다"...HVO 시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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