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규제·인바운드에 아웃바운드 투자 제한
"영향 제한적", "동맹국 동참 유도할 수도"
[세종=뉴시스]이승주 임소현 기자 = 미국 정부가 첨단기술 분야에서 자국 자본의 중국 투자에 제한을 건 것과 관련, 통상 전문가들은 국내에 미칠 직접적인 파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진단했다. 다만 앞선 다른 수출 규제 등과 맞물려 어떤 영향이 있을지 살피는 것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11일 정부 등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지난 9일(현지시간) 인공지능(AI)·양자컴퓨팅·반도체와 관련해 '우려 국가의 특정 국가 안보 기술 및 제품에 대한 미국 투자 대응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행정명령은 일단 중국을 비롯해 홍콩과 마카오를 '우려 국가(country of concern)'로 규정, 해당 국가 소재 및 관할 등인 특정 기업이 AI·양자컴퓨팅·반도체 관련 활동을 할 경우로 제한한다.
구체적으로 미국인이 관련 투자를 진행하려면 미 재무부에 관련 내용을 통보해야 하며, 재무부는 상무부와 논의해 금지 대상 등을 결정한다. 다만 미국 정부의 공식 업무 등과 관련된 거래는 제외된다.
'中디커플링' 정책의 완성…"모든 수단 동원"
이번 조치가 그동안 미국이 중국을 대상으로 펼친 '디커플링(탈동조화)' 정책의 세트를 완성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앞선 수출규제부터 자국 내로 들어오는 '인바운드' 투자를 넘어 자국 자본이 해외로 나가는 '아웃바운드' 투자까지 제한하는 수순을 완성했다는 설명이다.
김계환 산업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수출규제를 점차 강화하더니 미국으로 들어오는 민간 기술·인프라 등에 대한 중국 의 투자 심사도 강화했다"며 "그동안 미국 자금의 해외 투자도 제한한다는 것은 말만 나왔지 구체적 조치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첨단기술 분야에서 중국과 디커플링(탈동조화·decoupling) 강화 조치를 완성하겠단 뜻"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미 당국자가 이번 조치를 두고 "경제가 아닌 안보 조치"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에 김 선임 연구위원은 "미 정부는 디커플링이 아닌 디리스킹(위험제거·derising)이라고 표현하지만, 결국은 첨단기술 분야에서 중국과 격차를 유지하겠다는 뜻 아니겠나"라며 "산업은 물론 군사적으로도 압도적으로 우위에 서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하겠단 취지"라고 풀이했다.
AI·양자컴퓨팅 주력 사업 아냐…"우리 기업에 영향 제한적"
전문가들도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이란 점에 의견을 같이했다. 메모리반도체를 제외한 AI·양자컴퓨팅 분야에서는 미-중과 우리의 기술 격차가 크게 난다는 이유도 들었다.
구기보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교수는 "미 기업이 중국에 투자하는 것을 제한한다는 점에서 한국 기업에 미치는 직접적 영향은 없을 것 같다"면서 "AI·양자컴퓨팅은 우리가 미중과 비교해서 기술력이 크게 뒤진다는 점에서 우리 기업들이 (조치 제한) 대상이 안 될 수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서진교 GSJ인스티튜드 원장도 "첨단기술 분야는 현재 우리 기업들이 사업에 집중적으로 뛰어드는 분야는 아니다. 전략적으로 그보다 덜 고도화한 산업 분야에서도 충분히 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미국이 전분야가 아닌 첨단기술만 규제를 한다는 점에서 우리 기업이 크게 영향을 받진 않을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수출규제 등 큰 틀 살펴야…산업부 "영향 면밀히 분석"
향후 미국이 다른 동맹국의 동참을 요구하는 등 확장될 가능성도 제기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실장은 "바이든 행정부가 대(對)중 정책에서 트럼프 정부와 다른 점은 동맹국 동참을 유도한다는 점"이라며 "반도체 수출규제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우리나라에 동참을 요구하지는 않을 지 지켜봐야 한다"고 짚었다.
이와 관련 산업부 관계자도 전일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분석하고 분석 내용에 따라 필요한 경우 우리 정부 및 업계 의견을 미국 정부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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