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등 각국 기준금리 추가 인상…주담대 금리 인상 불가피
금리 인상으로 금융 부담 증가…영끌족, 매물 출회 이어질 듯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부동산 시장이 활황이던 지난 2021년 가능한 모든 대출을 끌어모은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을 통해 서울 강북구에 내 집을 마련한 강모(38)씨는 요즘 은행 계좌를 확인하는 일이 잦아졌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3.5%로, 네 차례 연속 동결해 한숨을 돌렸지만, 최근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 상단이 7%대에 접근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씨가 은행으로부터 빌린 돈은 약 5억원. 강씨는 매달 원리금과 이자를 합쳐 230만원 가량을 내고 있다. 강씨는 "안 그래도 높은 이자에 추가로 부담이 생기면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막막하다"며 "금리가 오른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잠이 오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최근 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7%대 육박하고, 특례보금자리론 금리까지 오르면서 영끌족들의 이자 부담과 부실 위험이 현실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미국 등 각국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예상되면서 대출 금리의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져 영끌족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의 대대적인 규제 완화 이후 부동산 시장에서 거래가 다소 늘었으나, 이전처럼 기존 주택을 처분하기 힘든 상황이다.
기준금리가 동결되고, 주담대 금리도 안정권에 접어 들면서 주담대를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큰 폭을 늘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전월 대비 5조9000억원 늘어난 1062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역대 최대치로, 지난 4월부터 석 달 연속 증가세를 기록했다. 지난달 주담대가 7조원 증가했고, 이는 2020년 2월(7조8000억원) 이후 3년 4개월만에 가장 많이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반등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지난 4일 기준 4.08~6.937%로 집계됐다. 하단이 4%대로 올라오고 상단은 7%대에 근접했다. 앞서 한국은행은 기준금리가 0.25%p(포인트)·0.5%p 인상될 때마다 가계의 1인당 연간 이자 부담이 각각 16만1000원·32만2000원 오를 것으로 분석한 바 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지난 2월 이후 연 3.50%로 동결됐지만, 시중금리가 상승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 국채의 고공행진이 이어지면서 국내 대출금리에 연동되는 은행채 금리 역시 당분간 상승 압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또 지난달 초 새마을금고 사태로 대규모로 풀린 채권 물량도 금리 상승에 한몫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에선 올해 하반기 금리 인상이 지속하면서 이자 부담을 느낀 영끌족들의 매물 출회가 늘어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앞으로 미국 금리가 더 오를 경우 추가 금리 인상이 불가피해지고, 이에 따라 원리금과 이자 상환 부담을 커진 영끌족들이 매물 출회가 이어질 것이란 것이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추가 금리 인상이 불가피하고, 영끌족들의 부담이 갈수록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향후 미국이 기준금리를 더 올릴 것으로 전망되고, 이에 따라 한국이 연내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커졌다"며 "추가 금리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주담대 금리 상단이 7%대를 넘어서면 영끌족들의 금융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부동산 거래량이 좀처럼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금리마저 오른다면 영끌족들의 매출 출회가 증가할 수 있다"며 "하반기 미국과 한국의 금리 인상이 추가로 이어질 경우 매출 출회가 가속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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