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신재우 기자 = "듣는 몸이 되어야 했다. 내가 당신의. 듣고 있어요. 모두가 외면하는 어떤 순간이라면 더욱. 예년에 비해 더 잘 들어야 했다. 집으로 돌아와서야 그래야 했다고 울 수 있었다."(본문 195쪽 중)
'술래 바꾸기'(낮은산)의 저자 김지승은 책의 마지막을 "듣고 있어요"로 끝냈다. 책의 말미를 장식한 '설탕과 얼음'은 이태원 참사에 대한 추모와 애도를 '듣는 마음'으로 표현했다.
이번 책은 사물에 깃든 기억을 술래처럼 찾아다니며 “하나의 사물이 세계를 품었다 뱉는 아주 우연한 순간에” 흘러나온 이야기를 밀도 높은 사유와 위트로 꿰어낸 산문집이다.
의자, 모빌, 수건, 가위., 모래시계, 단추 등 다양한 사물이 서로 연결되고 분열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김지승의 시선이 담겼다. 사물에서 출발한 이야기가 꿈과 현실, 픽션과 논픽션 사이를 가로질러 도착하는 곳에는 노인, 외국인, 미혼모, 왕따 등 타자들이다. 저자는 스스로 "이 책에 관해서라면 타자가 모든 것"이라고 선언했듯 사물에 대한 이야기는 결국 타자에 대한 이야기로 흐른다.
특히 가장 많이 할애한 타자는 저자가 글쓰기 수업 인터뷰로 만나온 ‘여성노인’들이다. "직선의, 인과적인, 정량화된 시간선상"에서 벗어난 여성노인들은 마치 술래 바꾸기의 명수들 같다. 그들의 명랑한 촌철살인은 우리에게 친숙한 사물들조차 낯설게 만드는 동시에 새롭게 생각해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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