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봉 처분 받아놓고 금지 기간 무단여행 반복
파면→정직 낮아졌지만 "승인 받았다"며 소송
法 "수기 신청, 구두 승인…형식·절차 어긴 것"
"심사 진행 중 여행 알려질까봐 전산 안 쓴 듯"
'꼼수' 판단…"무단 해외여행으로 보는 것이 타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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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수차례 무단 해외여행으로 정직 처분을 받은 교수가 구두로 승인을 받았다며 징계를 취소해달라고 소송을 냈지만 1심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판사 김순열)는 대학교수 A씨가 교원소청심사위원회의 징계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지난 5월18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지방의 한 대학에서 근무 중인 A씨는 학교 승인 없이 해외여행을 반복했다는 이유로 정직 처분을 받았다.
이 대학 교원징계의결서는 교원의 해외여행과 관련해 출국예정일 7일 이전까지 관련 서류를 교무처에 제출하고 총장의 승인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어길 경우 1년간 해외여행을 금지한다는 규정도 담고 있다.
A씨는 2020년 10월 해외여행을 신고하지 않아 감봉 1개월 처분을 받았는데, 제재 기간이 지나지 않은 이듬해 1월 전산이 아닌 수기로 작성한 해외여행 신청서를 제출하고 승인 없이 9일간 여행을 다녀온 것으로 파악됐다. 또 불과 6개월 뒤인 같은 해 7월에도 승인 없이 35일간 자리를 비웠다.
이에 대학 측은 지난해 2월 A씨를 교원징계위원회에 넘겼고, A씨에게는 파면 처분이 내려졌다. A씨가 소청심사를 구하며 징계 수위는 정직 3개월로 낮아졌는데, 이에 불복한 A씨는 결국 행정소송을 냈다.
사전에 총장으로부터 '구두 승인'을 받아 신청서를 제출했고, 자신을 배제한 채 이뤄진 교원인사위원회 심의 등은 방어권 침해라는 게 A씨 측 주장이다.
하지만 법원은 A씨의 주장 모두를 배척했다.
재판부는 사립학교법과 학교 정관 등을 살펴 교원인사위 심의에 징계 대상자 출석은 필수가 아니라고 짚었다. 또 A씨의 소명서를 토대로 심의가 이뤄진 만큼 방어권 침해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특히 재판부는 A씨가 총장에게 찾아가 허가를 받고, 이후 수기로 작성한 신청서를 제출한 것은 '꼼수'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허가 없이 공무 외 해외여행을 한 이유로 감봉 처분을 받고 교원소청심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원고는 또다시 여행 사실이 알려지면 불리한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해 전산이 아닌 수기 신청서를 제출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무처를 통해 여행 신청을 하도록 한 규정의 취지는 수업과 직무수행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업무상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설령 총장이 구두로 승인했다 해도 형식과 절차를 충족하지 못했기에 무단 해외여행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부연했다.
이 밖에도 A씨는 대학 직원에게 '당신이 뭔데 교수를 오라 가라 하느냐'는 등 폭언을 해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서도 징계를 받았는데, 재판부는 행정직에 괴롭힘을 행사할 우위가 없다는 A씨 측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근로기준법상 관계의 우위는 지위상 우위와 달리 직장 내 영향력 등 사실상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판단되는 모든 관계가 포함된다"며 "교수이자 교수협의회 회장인 원고가 일반직에 대해 연령, 역량 등에 있어 직장 내 관계에서 우위에 있다고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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