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 과열에 일부 종목 거래정지
협력사 무단 도용 의혹 나와 주의 요구
증권가 "실망감 전환시 강한 변동성 촉발" 우려
[서울=뉴시스] 신항섭 기자 = 상온 초전도체 개발 소식으로 관련주가 3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가는 무서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협력사 도용 등 개발 성공에 대한 의혹도 제기되고 있어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전문가들은 전형적인 단기 테마주이며 기대감이 실망감으로 전환될 경우, 강한 변동성이 촉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 서남과 코스피 상장사 덕성은 3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두 종목은 지난달 27일부터 상승세가 나타났으며 1일부터 전날까지는 상한가 행진을 이어갔다.
두 회사의 주가 급등은 상온 초전도체 개발 소식 때문이다. 서남은 2세대 고온초전도 선재를 제조·판매하고 있고, 덕성은 초전도 마그네트 상용을 개발하고 있다는 부분에서 관련주로 분류된다.
지난달 22일 이석배 퀀텀에너지연구소 대표와 오근호 한양대 명예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 아카이브를 통해 상온 초전도체 LK-99를 만드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영하 180도 이하에서 생성되는 초전도체는 실용화에 한계가 있는데 이를 30도 상온에서 구현할 수 있다고 한 것이다.
특히 미국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LBNL) 연구원이 같은달 31일(현지시간) 아카이브에 국내 연구진 발표를 뒷받침하는 내용을 게재하면서 주목받았다.
다만 단기간 급등에 따라 금융당국의 거래정지 조치도 이뤄진다. 전날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는 서남의 매매거래가 이날 하루 동안 정지된다고 공시했다. 거래소 측은 "지난달 31일 투자경고종목 지정 이후 주가가 2일간 40%이상 급등해 1일간 매매거래가 정지되니, 투자에 주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거래소는 덕성을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했다. 거래소는 주가가 일정기간 급등하는 등 투자유의가 필요한 종목에 대해 '투자주의종목→투자경고종목→투자위험종목' 단계로 시장경보 종목으로 지정하고 있다. 투자경고 및 위험종목 단계에서는 조건에 따라 매매거래가 정지될 수 있다.
하지만 퀀텀에너지연구소가 홈페이지에 협력사 일부를 무단도용했다는 의혹이 나오는 등 상온 초전도체 개발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 앞서 연구소는 홈페이지에 협력업체로 삼성SDI, SKC솔믹스(현 SK엔펄스), LG이노텍, 포스코, 삼성전기, 스미모토 상사, 한국화학연구원, 대한화학회, 고려대학교, 한양대학교, 인제대학교 등 유명 대기업과 대학, 연구원들을 게시해놨다.
LG이노텍, 삼성SDI와 삼성전기 등 파트너사로 명시된 일부 업체들은 퀀텀에너지연구소와 공식적인 협약 등을 맺거나 함께 연구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밝혔다. '도용 의혹'이 제기된 이후 퀀텀에너지연구소는 현재 '사이트 준비 중'이라는 안내와 함께 공식 홈페이지를 폐쇄한 상황이다.
특히 퀀텀에너지연구소는 아직 학회 측에 시편을 비롯한 기타 자료·정보 등을 아무것도 제공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국초전도저온학회가 LK-99에 대해 상온 초전도체가 아니라는 결론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학회는 이메일을 통해 연구소에 검증을 위한 시편 제공을 요청하자 "지금 (LK-99) 관련 논문이 심사 중이니 심사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시편에 대한 교차 측정은 그 뒤로 미뤄달라. 심사 이후 시편을 제공하겠다"는 취지의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초전도체 테마주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기대감이 컸던 만큼 실망감에 따른 매물이 출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준지 SK증권 연구원은 "초전도체 테마 관련주들 일부에서 강한 모습 나타났으나 해당 테마로 엮이는 모든 기업들이 급등한 것은 아니었고 상한가를 간 종목들을 제외하면 대부분 부진했다"며 "홈페이지 내 파트너사 무단 도용 의혹 등 뉴스플로우 흐름에 따라 주가도 요동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여전히 기대감에 의해 주가 움직이는 상황"이라며 "현실화 될 경우의 파급력이 굉장할 수 있기에 지켜봐야 하겠으나 기대감이 실망감으로 전환될 경우, 촉발될 수 있는 강한 변동성은 유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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