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자동차 노조 회사 설립 이래 첫 파업
수억원짜리 차량 팔아도 임금 등 처우 '열악'
서비스센터 신입사원 월급, 최저임금 갓 넘어
[서울=뉴시스]강주희 기자 = 벤츠코리아의 국내 최대 공식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동조합이 창립 이래 처음 파업에 나선 가운데 임금 인상과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수입차 딜러사 직원들의 목소리가 잇따른다.
2일 업계에 따르면 금속노조 수입자동차지회 한성자동차 노조는 이날 인천 중구 서비스센터에서 부분 파업을 벌이고 있다. 파업 참여 인원은 전체 조합원 중 30%인 300여명으로 주로 성산·성수·인천 등의 자동차 서비스센터에서 일하는 직원들이다.
한성자동차 노사는 지난 1월 첫 임금협상을 시작으로 13차례 단체교섭과 4차례 실무교섭을 이어갔지만 접점을 찾는데 실패했다. 노조는 기본급 인상과 상여금 지급, 근속 수당 신설을 요구했지만 사측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협상은 한 발짝도 진전되지 못했다.
지난달 중앙노동위원회 협상까지 최종 결렬되자 노조는 쟁의권을 확보해 26일 파업 출정식을 갖고, 단체행동에 돌입했다. 한성자동차 설립 이래 38년 만의 첫 파업이다.
"수억원짜리 고급차 팔아도…딜러는 남는 게 없어요"
한성자동차 노조는 "한성자동차의 최대주주를 거느리고 있는 실질적 주인인 홍콩계 레이싱홍그룹은 한국에 소유한 기업들로부터 최근 3년간 배당금 4000억원을 챙겼다"고 밝혔다.
그러나 레이싱홍그룹과 달리 한성자동차 직원들의 임금 수준은 열악하다는 지적이다.
노조 대표인 라대관 수입차지회 부회장은 "같은 한성자동차 직원이라고 해도 서비스센터에서 근무하는 직원은 급여 수준이 열악하다"며 "한성자동차 신입사원의 경우 최저임금이 간신히 넘는 월급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라 부회장은 "밖에서는 수억원대 수입차 직원들이 화려한 정장을 입고, 억대 연봉을 번다고 하지만 한성자동차의 실상은 그렇지 않다"고 덧붙였다.
통상 수입차 시장은 해외 본사가 국내 법인에 수입해 온 차량을 판매하면, 국내 법인이 딜러사에게 팔고, 딜러사가 다시 소비자에게 파는 구조다. 국내 법인이 딜러 선임, 물량 배분 같은 권한을 갖고 있어 갑을 관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잘 파는 딜러사에 차량을 우선 배정하며, 딜러 관리와 서비스센터를 구축하는 것도 딜러사 몫이다.
이렇다보니 딜러사들은 '제 살 깎기' 식 경쟁으로 딜러사가 정한 목표치를 간신히 채워가는 실정이다. 고객을 끌기 위해 각종 부가서비스 제공은 물론 차량 고장 시 직접 사비를 들여 고쳐주기도 한다.
판매 할당량을 채우지 못한 딜러들은 각종 불이익을 당하는 등 구조적인 문제가 심각하다는 평이다. 물론 딜러사마다 판매 지침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있지만 딜러 입장에선 사실상 무용지물이라고 주장한다.
사측 "우리는 교섭 원한다", 다른 딜러사들 노사 '일촉즉발'
벤츠코리아는 별도 입장 없이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벤츠 코리아 관계자는 "해당 법인(한성자동차)는 벤츠코리아와의 별개의 법인이고 노조 활동에 대해 입장을 언급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처우 개선을 둘러싼 갈등은 비단 한성자동차만의 현안이 아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포르쉐 딜러사인 도이치아우토와 스투트가르트스포츠카(SSCL), 벤틀리 딜러사 참존오토모티브 노조 등도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QDA모터스(람보르기니), 비젼오토모빌(스텔란티스) 직원들도 노조를 결성한 상태다.
이중 SSCL 노조는 2015년 사측의 인센티브 삭감에 반발하며 국내 수입차 업계 최초로 쟁의행위에 나선 바 있다. 이 SSCL도 한성자동차의 최대주주인 홍콩계 레이싱홍그룹이 소유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국내 수입차 딜러사 노조의 양대 파업은 모두 레이싱홍그룹 소속 딜러사에서 벌어진 셈이다.
당시 SSCL 노조의 단체행동은 마진율 저하를 이유로 딜러 판매 인센티브를 30% 이상 삭감했는데, 이 문제를 사측에 제기한 노조 간부 4명을 사측이 해고하면서 불거졌다. SSCL 노조는 2016년, 2018년에도 기본급 인상 등을 요구하며 사측과 강대강 대치를 이뤘다.
수입차 노조는 딜러들을 옥죄는 근무환경 등이 개선되지 않으면 이 같은 갈등이 앞으로 더욱 거셀 수 있다고 본다. 한 딜러사 관계자는 "판매 할당치를 팔지 못하면 100만원 안팎의 기본급으로만 살아야 하는 것이 수입차 딜러들의 현실"이라며 "수 십년째 반복되는 불합리한 갑을 관계를 타파하지 않으면 딜러들은 생활이 아니라 생존이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