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철근 부실 대상 발표 후 공주 월송 LH입주민 '불안감' 호소
철근 말고도 물새고, 벽에 금까지… “너무 빨리 지었다” 말까지
LH대전충남본부 해명 요구에 “보내겠다” 말할 뿐 ‘묵묵부답’
[공주=뉴시스]송승화 기자, 박진우 인턴기자 = “순살 아파트가 우리 집이 될 줄은 상상도… 입주 일 년도 안 됐는데, 무슨 날벼락인지. 불안해서 다른 곳으로 이사 갈 수 있는지 알아볼 계획이다.”
국토교통부가 1일 발표한 ‘철근 누락’, 일명 순살 아파트로 불리는 공주월송 LH천년나무4단지 아파트에 거주하는 30대 서 모씨는 뉴시스 취재진을 만나 이같이 말하며 불안을 호소했다.
서 모씨는 “지난 5월 뉴스를 통해 인천 검단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를 보고 그곳에 아직 입주자들이 없어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남 걱정할 때가 아닌 것 같다”며 “지난해 7월 입주해 1년을 살면서 철근 빼 먹은 아파트에 살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곳도 아닌 정부 기관인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발주해 지은 아파트가 이 모양이라면 다른 곳은 더하지 않을까, 의심이 든다”며 “우리는 다른 곳과 달리 철근이 얼마나 덜 들어갔는지도 (조사가)안 나와, 걱정이 더 들며 LH가 혹시 알고도 그냥 넘어간 것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했다.
지난 7월에 입주했다는 양 모씨(35·여)는 “(국토부)발표 후 지하주차장 가는 것도 무섭고 승강기를 탈 때 아이 손을 잡고 긴장돼 혹시나 하는 생각을 한다”며 “다시 짓는 것이 아니면 목숨 걸고 살아야 하는지, 대책이 절실한 상황이다”고 억울해했다.
또 “이곳은 전부 800세대 정도 되는데 당연히 들어가야 하는 철근이 빠진 아파트에서 하루하루 보내기가 두렵다”며 “LH는 속히 안전 관련 진단을 통해 보강, 보수와 함께 상식적인 대응을 바라며 LH를 상대로 집단 소송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분노했다.
또한 이날 만난 입주민은 ‘철근 부실’ 말고 1년 정도 된 아파트에 ‘하자’가 많다고 귀띔했다.
70대 입주민은 “장마 때 지하 1층 벽 쪽으로 물이 새서 수건으로 막았고 단지 내 유치원에도 물이 새서 역시 수건으로 벽을 막았다”고 말했다. 다른 입주민 유 모씨는 “어젯밤(7월 31일)에 갑자기 LH에서 와서 입주민에게 하자가 있는 곳에 보수공사를 해준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50대 김 모씨는 “지난해 7월 입주했는데 들어오기 전부터 아파트에 하자가 많다는 이야기를 주위에서 들었고 복도 벽에 금이 있는 등 문제가 있다”며 “아파트를 너무 빨리 지은 것 아니냐는 말까지 있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해당 아파트는 다른 철근 부실 아파트와는 달리 1일 현재까지 총 345개 기둥 중 몇 개가 덜 시공 됐는지 발표가 없어 입주민은 사태가 심각한 지경이 아니냐며 불안감은 커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해당 아파트와 같은 무량판 구조 지하주차장의 경우 설계와 시공, 감리 등 건축 과정 전반에 대한 철저한 관리·감독이 재정비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익명을 요구한 건축사사무소 대표는 “이번 LH 아파트 ‘철근 누락’ 15곳 가운데, 보강근 적용 구간 오류를 비롯한 ‘설계 미흡’은 10곳, ‘시공 미흡’은 5곳이다”며 “무량판 구조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건축 설계, 미숙련된 현장 기술 인력, 부실한 감리 등이 겹치면서 빚어진 사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LH대전충남지역본부에 철근 부실 관련 향후 계획과 시공사 관리, 감독 등 문제점에 대한 답변을 요청했지만 “보내겠다”며 말할 뿐 보내지 않았다.
한편 공주월송 LH천년나무4단지 아파트는 345개의 철근을 시공하게 돼 있는 만큼, 부실 여부를 현재 조사 중이며 남영건설, 제일건설, 성원건설, 도림토건 등이 시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