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 오브 레전드(LOL·롤)'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게임이다. 2011년 출시된 게임이 아직까지도 PC방 점유율에서 압도적인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제는 단순히 하나의 게임이 아니라 문화 현상이나 마찬가지다. 수많은 유행어와 밈(meme·유행 콘텐츠), 2차 창작물들이 이 게임에서 탄생했다.
롤에 대한 이해도를 기준으로 비교적 정확하게 'MZ세대'와 '기성세대'를 구분할 수 있다. 이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MZ세대다. 젊은 세대라면 롤을 플레이하지 않더라도 대부분 게임에서 파생된 문화와 정서를 공유하고 있다. 하지만 처음 출시됐을 때 이미 30대 이상이었던 윗 세대는 이 게임에 대해 잘 모른다.
'그님티'는 게임을 하는 사람들만 이해할 수 있는 유행어다. '그래서 님 티어가?'의 줄임말이다. 티어는 롤 게임 상에서 실력에 따라 부여받는 계급을 뜻한다. 플레이어 사이에 마찰이 발생했을 때 심리적으로 우위에 서기 위해 상대방의 티어를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아 '그님티'라는 말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이 유행어가 널리 사용되면서 온라인 상에서는 '그님대(대학교)', '그님점(시험점수)', '그님연(연봉)' 등 서열 정리용 파생어도 등장했다.
밈은 예측할 수 없이 변한다. 수명이 다 한 것 같던 유행어가 변형을 거쳐 재부상하기도 한다. 몇년 전 유행했던 '그님티'가 최근 유튜브에서 숏폼 콘텐츠의 소재로 활용돼 인기를 얻고 있다.
채널 이름 자체가 '그님티'다. 이 유튜버는 전국 곳곳을 돌아다니며 사람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롤 티어 어디세요?(어떻게 되세요?)', '닉네임이랑 주챔(주로 사용하는 챔피언)은 어떻게 되나요?' 이게 질문의 전부다. 당연히 답변도 세네 마디면 끝난다. 그런데 유튜브에서 활동을 시작한지 2개월 남짓 된 이 채널의 숏폼 영상이 상당한 인기를 얻고 있다. 지난 5월15일 올린 첫 영상부터 474만회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26일 기준으로 그님티 채널은 20개의 영상을 올렸는데 그 중 15개가 조회수 100만회를 넘겼다.
행인을 붙잡고 질문을 던지는 콘텐츠를 만드는 숏폼 크리에이터는 많다. 이어폰을 끼고 있는 사람에게 지금 듣는 노래가 무엇인지 물어보기도 하고, 슈퍼카를 타는 사람에게 직업이 뭔지 질문하기도 한다. 그런데 도대체 롤 티어에 대해 묻고 답하는 영상이 뭐가 재미있다는 것인가. 롤을 모르는 사람은 이해하지 못한다.
그님티 채널의 가장 큰 특징은 영상에 등장하는 인물도, 영상을 보는 사람들도 대부분 젊은 세대라는 점이다. 시청자들은 롤에 대한 짧은 답변에서 또래들의 특성을 탐색한다. '상위 티어에 있는 고수들은 현실에서 어떤 모습일까?' '누가봐도 인싸처럼 보이는 멋진 사람들도 롤을 할까?' '닉네임과 유저의 실제 모습은 연관성이 있을까?' 그님티의 영상은 이런 호기심을 자극하고 동시에 해소해주는 콘텐츠다.
사실 현실에서 남에게 '그님티'를 시전하는 것은 도전적인 행동이라고 한다. 하지만 불편한 상황을 마주했을 때 얼굴을 붉히고 호통을 치며 분노의 상승 작용을 만들어 내는 것은 옛날 방식이다. 사람들간의 대립과 갈등 구도조차 웃음과 재미를 주는 소재로 전환시키는 센스를 장착한게 요즘 젊은 세대다.
에디터 FunnyB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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