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장기 침체는 노동인구 감소가 근본 원인
중국은 일본의 1990년대 후반과 비슷한 상황
일본은 실업 극복…전체주의 중국은 극복 어려워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미 뉴욕타임스(NYT)의 칼럼니스트 폴 크루그먼이 25일(현지 시간) 1990년대 미국을 능가할 것이라던 일본 경제가 장기 침체에 빠진 것 이상으로 중국 경제가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크루그먼은 일본 경제가 부동산 거품이 터지며 급격히 침체한 근본 원인이 인구 변화에 있다고 분석했다. 낮은 출산율, 이민자 수용 거부 등으로 일본의 근로 연령 인구가 1990년대 중반부터 빠르게 줄었다는 것이다. 또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다른 선진국보다 1인당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었으나 그렇게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크루그먼은 그러나 일본의 인구 구조를 감안하면 일본의 경제 실적이 실제로 크게 나쁘지 않다고 분석했다. 1인당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지난 한 세대 동안 45% 상승했다는 것이다. 다만 노동 인구가 줄면서 투자도 줄어 일본 경제가 장기 침체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그러나 대규모 실업 사태를 피해 고용율이 미국보다 높은 상태였으며 1990년대 오르던 청년 실업률도 다시 낮아졌다고 크루그먼은 강조했다.
크루그먼은 일본이 과도한 재정 지출로 고용을 유지한 탓에 재정 적자 위기가 닥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지만 수십 년 동안 위기가 불거진 적이 없다면서 일본은 적은 인구로 번영과 사회 안정을 유지한 롤 모델이라고 분석했다. 그 밖에도 외부에서 보는 것보다 일본 사회가 매우 역동적이며 창의적이라고 평가했다.
크루그먼은 이어 “중국이 일본의 뒤를 이을 것인가”라는 질문을 제기하고 1990년대 일본과 현재의 중국이 비슷한 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중국 경제도 소비 수요가 너무 적고 지나치게 과열된 부동산 부문에 의해 지탱되며 노동 인구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1990년대 일본과 달리 중국 경제는 첨단 기술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어 생산성 증가가 빠르게 이뤄질 수도 있으나 많은 신흥 경제국들이 경험하는 '중산층 함정'에 빠져 성장이 정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크루그먼은 강조했다.
크루그먼은 중국 경제가 침체하기 시작할 경우 일본처럼 낮은 성장에도 대량 실업을 막아 사회 안정을 유지할 수 있는 지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크루그먼은 자신이 중국 전문가가 아니라면서도 실수가 많은 전체주의 체제의 중국이 그럴(대량 실업을 막아 사회 안정을 유지할) 가능성이 적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청년 실업률이 이미 과거 일본보다 높은 상태라는 것이다.
크루그먼은 이에 따라 중국의 경제가 일본의 뒤를 따라가기 어려울 것이며 훨씬 더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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