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민원, 교사 설문서 교권침해 1순위 유형 꼽혀
"매뉴얼 있어도 페널티 없으면 실효성 없어" 지적
통합민원 누가 맡냐 따라 갈등 떠넘기기 가능성도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전국의 교사들이 지난 22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에 대한 추도식 및 교사 생존권을 위한 집회를 열고 진상 규명과 교권확립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2023.07.25. photocdj@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3/07/22/NISI20230722_0019968093_web.jpg?rnd=20230722155852)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전국의 교사들이 지난 22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에 대한 추도식 및 교사 생존권을 위한 집회를 열고 진상 규명과 교권확립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2023.07.25.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김정현 기자 = 교육 당국이 잇단 교권침해를 계기로 학부모가 교사에게 직접 전화를 걸지 않고 통합 민원창구를 통하게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가운데 그 실효성에도 관심이 모인다.
26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일부 학부모들의 악성 민원으로부터 교원을 보호하기 위해 시도교육청과 함께 민원 응대 매뉴얼을 마련할 계획이다. 중앙 부처 등의 통합 민원창구 체계 도입도 검토 중이다.
교사의 개인 전화를 통해 퇴근 이후 밤낮을 가리지 않고 주말에도 전화나 문자를 보내는 일부 학부모의 악성 민원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전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정부 기관에서도 민원을 통합으로 접수한 뒤 해당 과에 보내서 처리하고 결과를 다시 통보하는 방식"이라며 "1차적으로 별도 창구를 만드는 것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방안은 조율 중이나 적어도 교사가 일부 학부모 갑질에 직접적으로 노출되지는 않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자동녹음, 폭언·욕설을 하지 말 것을 안내하는 통화연결음 등의 조치도 도입 검토 중이다.
서울시교육청에서는 우선 교육활동 침해 피해를 입은 교원을 보호할 수 있는 근거가 담긴 '교육활동 보호 조례'(교권보호조례)가 제정돼야 하지만 그 전에 민원과 교사를 분리할 방안을 고민 중이다.
함영기 교육청 교육정책국장은 전날 교육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교직3단체와 협의해 조례로 정하지 않더라도 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며 녹음 가능 전화기, 콜센터 운영을 검토 중이라 밝혔다.
교직단체들은 성향을 막론하고 교사가 민원에 시달리지 않고 교육과 수업에 집중하게 해 달라는 입장을 강조해 왔던 만큼 필요한 조치라는 반응이다.
이날 전국초등교사노동조합이 발표한 전국 초등교사 2390명 대상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응답자 99.2%가 교권침해를 당했으며 이 중 가장 많은 49%가 '학부모의 악성 민원'을 겪었다고 답했다.
서울교사노동조합 등은 지난 18일 교내에서 극단 선택을 한 채 발견된 서울 서이초 교사가 학부모의 민원에 시달려 왔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김용서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 위원장도 전날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의 간담회에서 "많은 교사들이 담임교사가 시와 때를 가리지 않는 학부모의 민원을 곧바로 일대일 대응해야 하는 학교 민원처리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교사들은 학생의 교육적인 성장을 돕는 상담 뿐만 아니라 학교와 관련한 온갖 불만과 민원까지도 집중된다며 이를 바꿀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황수진 교사노조 제2정책실장은 "예컨대 에어컨을 틀어서 어떤 아이는 춥다, 또 어떤 아이는 덥다고 하는 등 행정실에서 할 수 있는 민원까지도 교사 한 사람에게 다 집중돼 있다"며 "사안에 따라 교감, 교장, 학급, 행정실에서 답할 수 있는 게 다 다른데 학교에 무슨 일만 있으면 교사에게 몰린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지난 20일 오후 교사가 교내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를 방문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3.07.25 hwang@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3/07/20/NISI20230720_0019966482_web.jpg?rnd=20230720183808)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지난 20일 오후 교사가 교내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를 방문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3.07.25 [email protected]
다만 실효성을 담보하려면 악성 민원인을 제재할 수 있는 강제력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원 응대 매뉴얼이 그간 아예 없던 것은 아니다. 행정안전부에서 마련한 '공직자 민원응대 매뉴얼'이 대표적이다. 반복적 폭언은 관계법령에 따른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 단순 폭언은 10만원 이하의 벌금 등을 받을 수 있다고 안내한다.
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교권본부장은 "강제 의무 조항임에도 일선 교육청에서 지역 민원을 고려해 고발 조치를 주저하는 경향이 있다"며 "매뉴얼이 강제력을 가지려면 이를 이행하지 않는 민원인에 대한 페널티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행위가 전혀 없어 존재감도 실효성도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교원지위법)은 시도교육청이 형사 처벌 대상인 교육활동 침해 행위로 피해를 입은 교원이 요청하는 경우 이를 수사기관에 고발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교총은 당국에서 이를 적극 적용하라고 주장한다.
결국 민원을 아예 없앨 수는 없고 학교 단위에서 통합 민원창구를 만든다면 그 책임은 누가 져야 할지도 보다 세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컨대 중간 관리자나 행정직, 교육공무직 등이 민원 창구 역할을 맡게 되면 학부모와의 갈등이 학교 내 갈등으로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다.
김 교권본부장은 "교사 개인이 온전히 짊어지는 부담을 학교 홈페이지가 됐든 어떤 시스템을 마련해 덜어주고 수업에 집중하게 한다는 점은 기본적으로 찬성한다"면서도 "국가 차원의 학교 민원 실태조사를 통해 지역별, 학교별로 맞춤형 대응 방안을 다양하게 마련해야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고 제언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민원 응대 매뉴얼이 그간 아예 없던 것은 아니다. 행정안전부에서 마련한 '공직자 민원응대 매뉴얼'이 대표적이다. 반복적 폭언은 관계법령에 따른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 단순 폭언은 10만원 이하의 벌금 등을 받을 수 있다고 안내한다.
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교권본부장은 "강제 의무 조항임에도 일선 교육청에서 지역 민원을 고려해 고발 조치를 주저하는 경향이 있다"며 "매뉴얼이 강제력을 가지려면 이를 이행하지 않는 민원인에 대한 페널티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행위가 전혀 없어 존재감도 실효성도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교원지위법)은 시도교육청이 형사 처벌 대상인 교육활동 침해 행위로 피해를 입은 교원이 요청하는 경우 이를 수사기관에 고발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교총은 당국에서 이를 적극 적용하라고 주장한다.
결국 민원을 아예 없앨 수는 없고 학교 단위에서 통합 민원창구를 만든다면 그 책임은 누가 져야 할지도 보다 세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컨대 중간 관리자나 행정직, 교육공무직 등이 민원 창구 역할을 맡게 되면 학부모와의 갈등이 학교 내 갈등으로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다.
김 교권본부장은 "교사 개인이 온전히 짊어지는 부담을 학교 홈페이지가 됐든 어떤 시스템을 마련해 덜어주고 수업에 집중하게 한다는 점은 기본적으로 찬성한다"면서도 "국가 차원의 학교 민원 실태조사를 통해 지역별, 학교별로 맞춤형 대응 방안을 다양하게 마련해야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고 제언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