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떠나 허망" 유족들, 대책마련·수사상황 공유 요구
한덕수 총리 분향소서 유족 위로 "투명한 감찰할 것" 약속
[청주=뉴시스] 안성수 조성현 기자 = "오빠, 여기는 걱정말고 좋은 곳 가서 행복해! 함께 잘 버텨볼게...보고 싶을거야."
출근길에 유명을 달리한 친오빠의 합동분향소를 찾은 A씨. 오빠가 걱정없이 하늘로 가야한다며 애써 담담한 표정을 짓던 그녀는 분향소를 나가는 길에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A씨의 오빠 조모(32)씨는 가족 간 우애가 깊은 반듯한 청년이었다. 그가 변을 당하기 불과 이틀 전인 13일은 조씨의 생일이기도 했다.
사회적 참사에 누구보다 공감해 왔던 이 청년은 급류에 휘말린 747번 급행버스 안에서 목숨을 잃었다. 미호천교 확장공사를 위해 설치한 임시 제방이 무너지면서 나온 참사였다.
A씨는 "많은 사람들이 응원을 해줘 오빠가 편안히 떠날 수 있을 것 같다"면서 "오빠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꼭 세웠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9시부터 차례차례 분향소를 찾은 유족들은 슬픔을 억누른 채 먼저 떠난 가족들의 명복을 빌었다. 손으로 가린 이들의 얼굴은 벌겋게 상기돼 있다.
어머니를 잃은 유족 B씨는 "아직 참담한 심정이며, 너무 갑자기 떠나셔서 슬프고 허망하다"며 "이런 일이 다시는 벌어지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관련 지자체마다 책임을 떠넘기고 있어 유족들의 고통이 더욱 크다"며 "지자체는 잘못을 인정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경찰은 수사 진행상황을 유족들에게 모두 공유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9시께 김영환 충북지사는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을 했다.
이범석 청주시장도 김 지사에 이어 합동분향소를 찾았다. 이 시장은 조문을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뒤로 하고 급히 자리를 벗어났다. 김교태 충북경찰청장, 윤건영 충북교육감도 분향소를 찾아 고개를 숙였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낮 12시께 합동 분향소에서 유족 대표를 만나 위로를 전했다.
유족 대표 이경구(49) 씨는 "구조과정 동안 상황을 알지 못한 우리 유족들은 지옥같은 시간을 보냈다"며 "진상 규명과 함께 진행되는 과정을 우리 유족들에게 꼭 알려줬으면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한 총리는 "관련 기관에 대한 철저한 감찰을 약속드린다"며 "투명하게 조사해 유족 분들과 국민들에게 알리겠다"고 약속했다.
흥덕구 오송읍 버스환승센터에 마련된 지하차도 침수 참사 추모 공간에서도 희생자 추모가 이어지고 있다.
시민 장모(33)씨는 "747번 버스를 자주 타는데 소식을 듣고 너무 놀랐다"며 "출근길에 희생된 분들이 많다고 들었는데 너무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지난 15일 오전 8시45분께 미호강 임시 제방이 무너져 청주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가 침수됐다.
수분만에 6만t의 물이 흘러 들어오면서 차량 17대가 침수됐고, 14명이 목숨을 잃었다.
궁평 지하차도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는 이날부터 오는 26일까지 매일 오전9시부터 오후 8시 사이 운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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