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가니스트 유아라 "'발 연주한다' 욕이 아니라 사실"[문화人터뷰]

기사등록 2023/07/08 06:45:00

최종수정 2023/07/11 09:16:34

오르가니스트 유아라. (사진=롯데콘서트홀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오르가니스트 유아라. (사진=롯데콘서트홀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주연 기자 = "두 손, 두 발을 써서 연주하다보면 자동으로 복근 운동이 돼요."

파이프 오르간은 '악기의 제왕'으로 불린다. 웅장하게 뻗어오른 수천개의 파이프가 오르가니스트의 손끝, 발끝에 맞춰 장엄하고 다채로운 소리를 낸다. 공간이 거대한 울림통이자 악기가 되고, 청중은 마치 악기 속에 들어온 느낌을 받는다.

오르가니스트 유아라(41)가 오는 26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오르간 오딧세이' 무대에 오른다. 68개의 스톱, 5000여개의 파이프, 4단 건반의 롯데콘서트홀 파이프 오르간을 연주, 관객들에게 오르간의 매력을 선사한다.

"오르간의 매력은 무궁무진한 소리의 다양성이에요. 시대별로, 악기별로, 나라별로 악기도 음색도 다르죠. 연주자들이 주어진 환경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소리가 나오거든요."

어린시절 피아니스트를 꿈꾸던 유아라는 교회 반주를 위해 오르간을 배우다가 오르간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오르간을 전공한 후 미국 워싱턴 주립대학에서 오르간 연주학 석사(M.M)와 박사(D.M.A)까지 취득했다. 미국 오르가니스트협회(AGO) '라이징 스타' 연주회, 미국의 역사적 오르간 중 하나로 지정된 워싱턴 제일 장로교회 오르간 설치 125주년 기념 행사 초청 연주 등을 가졌다. 롯데콘서트홀이 '오르간 오딧세이'를 시작한 2017부터는 이곳에서 해설과 연주를 맡았다. 현재 한예종에 출강하며 후학을 양성 중이다.
(사진=롯데콘서트홀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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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프 오르간은 피아노와 달리 2단 이상의 건반과 발건반을 사용하고, 스톱까지 조작해야 해 연주가 쉽지 않다. 발로만 연주하는 곡이 있을 정도로 발연주가 중요하다. 유아라는 이번 공연에서 발로만 연주하는 곡을 들려준다.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변주곡'을 탈벤볼이 발 건반 연주로 편곡한 버전이다.

유아라는 "건반이 2단 이상인데 큰 공연장에는 5단까지 있는 경우도 있다"며 "발 건반도 따로 있는데 손 건반과 같이 온음 반음이 있어서 발의 앞부분과 뒷부분을 써가며 연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발연주 잘 들었습니다'가 오르가니스트에게는 욕이 아니에요. 발 건반도 하나의 독립 성부이고, 연주를 잘 해야 하거든요."

오르가니스트들은 발 연주를 잘 하기 위해 '오르간슈즈'를 신는다. "폭이 좁고 밑창이 부드러운 가죽으로 돼 있어 발이 미끄러지거나 뻣뻣해지지 않아요. 안정적으로 손과 발로 연주를 해야 하니 공연 중 중심을 잡는 게 엄청 중요해요."

체형이 상대적으로 작은 동양 여성인 만큼 유럽의 오래된 파이프오르간을 연주할 때는 뜻밖의 '핸디캡'이 생긴다. "유럽의 교회나 성당에 있는 오래된 오르간들은 의자 높이 조절이 안 되는 경우가 많아요. 거의 의자에 매달려서 연주를 해야 하죠. 다리가 짧아 생기는 어려움이 있답니다.(웃음)"
【서울=뉴시스】 롯데콘서트홀 파이프 오르간. 2017.08.13. (사진 = 롯데문화재단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롯데콘서트홀 파이프 오르간. 2017.08.13. (사진 = 롯데문화재단 제공) [email protected]
오르가니스트 유아라. (사진=롯데콘서트홀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오르가니스트 유아라. (사진=롯데콘서트홀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오르간은 건반악기지만 바람으로 소리를 내는 원리가 관악기와 비슷하다. 다른 음색을 얻기 위한 '스톱'이라는 장치를 사용하면 바순, 클라리넷, 트럼펫, 오보에 등 목관악기의 소리도 낼 수 있다. 스톱이 68개 있다는 것은 68개의 관악기 소리를 낼 수 있다는 의미다. 마치 최첨단 전자악기 같지만 수백년 전 만들어진 오르간들도 다양한 관악기 소리를 낼 수 있다.

공연장마다 오르간의 건반 단수도, 파이프 갯수도, 의자 높이도 달라 해외 공연이 있을 때는 바짝 긴장한다. 다행히 전자기능이 탑재된 최신 파이프오르간은 음색·옥타브 등 설정값을 저장하는 '메모리' 기능이 연주를 돕는다. 하지만 유럽 교회의 오래된 오르간에는 스톱을 바꾸기 위해 보조자들이 붙기도 한다.

유아라는 "오르가니스트들은 연주를 앞두고 메모리 작업을 하는 시간을 갖는다"며 "리사이틀을 한 번 하면 메모리를 보통 200개까지 하는데, 메모리한 것을 사용할 때 손으로 다 못하면 발로도 선택할 수 있다"고 했다.

"손과 발을 다 써가면서 연주를 하고 스톱도 눌러요. 정말 사지를 다 쓰면서 연주하는 거죠. 모든 오르간들이 다 다르다보니 해외공연 전에는 출국 전 오르간의 스톱리스트 등을 미리 받아보고 최대한 시뮬레이션을 해봐요. 최대한 준비하고, 상황에 맞춰 최선을 다하는 방법 밖에 없는 것 같아요."

유아라는 오르간의 매력을 더 많은 이들에게 알리고 싶다. "오르간을 종교적 악기로 알고 계신 분들이 많아요. 파이프 오르간을 갖춘 공연장도 많지 않죠. 오르간으로 클래식곡을 편곡해 연주하는 것에 대해 좋지 않게 보는 보수적 시각도 있어요. 하지만 오르간의 대중화를 위해서는 그런 것들도 필요하죠. 더 많은 이들이 오르간을 즐길 수 있게 적절한 균형을 맞춰가려고 하고 있습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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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가니스트 유아라 "'발 연주한다' 욕이 아니라 사실"[문화人터뷰]

기사등록 2023/07/08 06:45:00 최초수정 2023/07/11 09: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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