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에 특별한 율동감 부여하는 우아하고 재치 있는 음악들
전방위 뮤지션…'무키무키만만수' 출신
2016년 낸 솔로 1집 '빌린 입' 호평…2집 준비 중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OST(original sound track)가 물리적 의미에서 가장 순수해졌을 때, 인물의 음성만 들린다. 그 때 음악은 음악감독의 것이 아니고 오직 작품의 노래다.
이민휘 음악감독이 작업한 국내 OTT 웨이브(Wavve) 오리지널 드라마 '박하경 여행기' OST가 그런 경우다. 그런데 이민휘가 누구인가.
음악 마니아들 사이에서 '전방위 뮤지션'으로 통한다. 음악 좀 듣는다는 이들 중 일부는 2012년 혜성처럼 나타나 전위성(前衛性)의 미학적 경지를 보여준 음반 '2012'를 낸 듀오 '무키무키만만수'를 떠올릴 것이다. 또 다른 음악 마니아는 2016년을 대표하는 명반이자 비선형적(非線形的)의 빛나는 극치를 보여준 '빌린 입'을 생각해낼 수 있다. 음악감독 장영규·달파란이 주도한 '고지전'(2011) 음악팀에 참여하면서 영화음악을 시작한 그녀를 영화 마니아들은 '한여름의 판타지아'(2014) '파스카'(2015), '기억의 전쟁'(2020) 등으로 기억한다.
매번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 이민휘의 음악을 하나의 수식으로 묶을 수 없지만, 모두 홀로 스스로를 노래하면서도 여백이 있다. 그래서 아름답다. 음과 리듬과 단어들이 고정된 사운드·가사와 싸우는 전투적인 모양새를 취하고 있지만 타자의 목소리를 받아들이는 넉넉한 태도가 이민휘의 음악엔 항상 배어 있다. "그대 입과 귀는 그대 것이 아니었다"('빌린 입')고 노래하지만 자신이 소외된 이들을 위한 입과 귀가 된다.
'박하경 여행기' 음악은 그래서 이민휘가 만들어야 했다. 잔잔한 마니아층을 형성한 이 드라마는 시청자와 상생한다. 고등학교 국어교사 '박하경'이 토요일마다 떠나는 국내 여행을 그렸는데, 보는 이들의 마음 움직임을 묘사하는 술어를 모두 슬하에 둔다. 신념이 확고하지만 섬세함으로 다른 사람의 유역에서 흐르는 감정의 보편성을 발견하는 박하경을 통해 삶의 기적 같은 순간을 빚어낸다.
여기에 더 특별한 율동감을 부여하는 것이 독특하지만 상대방을 쓸쓸하게 만들지 않고 우리의 장면으로 만드는 이나영의 연기 리듬, 대본을 쓴 손미 작가의 따듯한 관조, 이종필 감독의 담백함 그리고 홀로 미학적인 걸 담보하면서도 장면을 매번 우아하게 또는 재치 있게 껴안는 이민휘의 음악이다. 대부분 자체 제작한 42개 트랙이 실린 OST는 드라마의 필연이자, 음악 자체만으로도 향연이다. 다음은 이민휘와 서면으로 나눈 일문일답.
-OST가 에피소드와 장면마다 찰떡처럼 붙었습니다. 기획 단계에서부터 연출님과 음악을 이야기하신 건지, 장면을 보고 감독님이 음악을 붙이신 건지 궁금합니다.
"촬영 전부터 시나리오를 보고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누기는 했지만 그때부터 세세한 이야기를 나누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러기도 힘들고요. 그림이 나오고는 꽤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나눴던 것 같은데, 서로 이미 공유하는 상이 있어서 이해가 쉬웠습니다. 저는 영상에서 나오는 음악이 정확히 어떤 역할을 맡고 있는지 알고 싶어하는 편인데, 그 부분에서 감독님이 이 음악이 여기서는 어떤 무드를 잡아줬으면 좋겠다, 어떤 캐릭터의 마음을 대변했으면 좋겠는데 그건 이런 느낌이다, 이런 식으로 설명을 찰떡처럼 해주셔서 무리없이 쭉쭉 작업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장르가 정말 다양하지만, OST의 전체적인 그림을 그려놓은 방향성이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이종필 감독님과 저는 '박하경 여행기'가 어떤 '힐링'을 담보로 한 드라마로 국한되는 것은 최대한 피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여행을 담고 있는 그림에서 어떤 힐링되는 지점을 찾을 수는 있겠지만, 주가 되는 것은 아무래도 그 안의 사람들과 박하경이라는 인물이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돼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매화 새롭게 만나는 사람들과 마주하는 장소가 가져오는 각각의 느낌을 만들되, 여행이 가지고 있는 어떤 설레임이나 즐거움은 계속 가져갈 수 있도록 하고 싶었습니다."
이민휘 음악감독이 작업한 국내 OTT 웨이브(Wavve) 오리지널 드라마 '박하경 여행기' OST가 그런 경우다. 그런데 이민휘가 누구인가.
음악 마니아들 사이에서 '전방위 뮤지션'으로 통한다. 음악 좀 듣는다는 이들 중 일부는 2012년 혜성처럼 나타나 전위성(前衛性)의 미학적 경지를 보여준 음반 '2012'를 낸 듀오 '무키무키만만수'를 떠올릴 것이다. 또 다른 음악 마니아는 2016년을 대표하는 명반이자 비선형적(非線形的)의 빛나는 극치를 보여준 '빌린 입'을 생각해낼 수 있다. 음악감독 장영규·달파란이 주도한 '고지전'(2011) 음악팀에 참여하면서 영화음악을 시작한 그녀를 영화 마니아들은 '한여름의 판타지아'(2014) '파스카'(2015), '기억의 전쟁'(2020) 등으로 기억한다.
매번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 이민휘의 음악을 하나의 수식으로 묶을 수 없지만, 모두 홀로 스스로를 노래하면서도 여백이 있다. 그래서 아름답다. 음과 리듬과 단어들이 고정된 사운드·가사와 싸우는 전투적인 모양새를 취하고 있지만 타자의 목소리를 받아들이는 넉넉한 태도가 이민휘의 음악엔 항상 배어 있다. "그대 입과 귀는 그대 것이 아니었다"('빌린 입')고 노래하지만 자신이 소외된 이들을 위한 입과 귀가 된다.
'박하경 여행기' 음악은 그래서 이민휘가 만들어야 했다. 잔잔한 마니아층을 형성한 이 드라마는 시청자와 상생한다. 고등학교 국어교사 '박하경'이 토요일마다 떠나는 국내 여행을 그렸는데, 보는 이들의 마음 움직임을 묘사하는 술어를 모두 슬하에 둔다. 신념이 확고하지만 섬세함으로 다른 사람의 유역에서 흐르는 감정의 보편성을 발견하는 박하경을 통해 삶의 기적 같은 순간을 빚어낸다.
여기에 더 특별한 율동감을 부여하는 것이 독특하지만 상대방을 쓸쓸하게 만들지 않고 우리의 장면으로 만드는 이나영의 연기 리듬, 대본을 쓴 손미 작가의 따듯한 관조, 이종필 감독의 담백함 그리고 홀로 미학적인 걸 담보하면서도 장면을 매번 우아하게 또는 재치 있게 껴안는 이민휘의 음악이다. 대부분 자체 제작한 42개 트랙이 실린 OST는 드라마의 필연이자, 음악 자체만으로도 향연이다. 다음은 이민휘와 서면으로 나눈 일문일답.
-OST가 에피소드와 장면마다 찰떡처럼 붙었습니다. 기획 단계에서부터 연출님과 음악을 이야기하신 건지, 장면을 보고 감독님이 음악을 붙이신 건지 궁금합니다.
"촬영 전부터 시나리오를 보고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누기는 했지만 그때부터 세세한 이야기를 나누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러기도 힘들고요. 그림이 나오고는 꽤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나눴던 것 같은데, 서로 이미 공유하는 상이 있어서 이해가 쉬웠습니다. 저는 영상에서 나오는 음악이 정확히 어떤 역할을 맡고 있는지 알고 싶어하는 편인데, 그 부분에서 감독님이 이 음악이 여기서는 어떤 무드를 잡아줬으면 좋겠다, 어떤 캐릭터의 마음을 대변했으면 좋겠는데 그건 이런 느낌이다, 이런 식으로 설명을 찰떡처럼 해주셔서 무리없이 쭉쭉 작업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장르가 정말 다양하지만, OST의 전체적인 그림을 그려놓은 방향성이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이종필 감독님과 저는 '박하경 여행기'가 어떤 '힐링'을 담보로 한 드라마로 국한되는 것은 최대한 피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여행을 담고 있는 그림에서 어떤 힐링되는 지점을 찾을 수는 있겠지만, 주가 되는 것은 아무래도 그 안의 사람들과 박하경이라는 인물이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돼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매화 새롭게 만나는 사람들과 마주하는 장소가 가져오는 각각의 느낌을 만들되, 여행이 가지고 있는 어떤 설레임이나 즐거움은 계속 가져갈 수 있도록 하고 싶었습니다."
-타이틀 곡이라 할 수 있는 '우린 어쩌다'는 포크, 재즈, 챔버 팝 등 다양한 요소가 녹아들어간 근사한 곡입니다. 어떻게 만드셨고 가사에서 가장 신경 쓰신 지점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이 곡이 '박하경 여행기' OST에서 어떤 역할을 하나요?
"이 곡은 원래 뒤에 나오는 에피소드에 나오게 될 줄은 몰랐고, 만들 때는 3화에만 쓰일 거라고 생각했던 곡인데요, 그 화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운명적인 마주침이 계속 나오는데 사실 생각해보면 우리가 살면서 만나는 모든 상황이나 사람이 어떤 그런 운명적인 면이 있잖아요. 개인적으로 저는 모든 인연이 필연적인 면이 있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그런 세계관이 은연 중에 들어간 것 같습니다. 세상에 사람이 너무 많은데, 수많은 확률 중에 어떤 필연이 직조돼 있고, 그래서 우리가 만나게 된 것이 더욱 아름답고 놀라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수많은 어제가 모여 / 오늘 그대를 찾게 되었다면 / 언젠가 오늘이 모여 / 그대 나를 다시 찾기를 / 우연히 다시 마주치길'이라는 가사에서 '하경'이 '창진'(구교환 분)을 만난 일, 제가 이종필 감독님과 박하경 팀을 만나 이 작업을 하게 된 일, 드라마를 본 뒤 음악을 귀기울여 듣고 세세하게 질문지를 만들어 보내신 일, 제가 그 질문들에 대해 생각하고 답변을 적는 일, 그런 모든 운명적인 만남이 담고 있는 아름다움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에피소드 2 '꿈과 우울의 핸드드립'에서 이나영 씨가 백현진 씨의 '빛'을 부르는 게 인상적이었는데요. 이 곡을 정한 이유가 있을까요?
"이 곡은 감독님이 정해놓으신 곡인데요, 저도 좋아하는 곡이라서 이 곡을 정하신 이유에 대해 꼬치꼬치 묻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모든 트랙의 대부분 악기를 직접 담당하셨는데요, 베이스 파트만 '봉제인간' 지윤해 씨에게 맡긴 이유가 궁금합니다.
"이 곡은 원래 뒤에 나오는 에피소드에 나오게 될 줄은 몰랐고, 만들 때는 3화에만 쓰일 거라고 생각했던 곡인데요, 그 화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운명적인 마주침이 계속 나오는데 사실 생각해보면 우리가 살면서 만나는 모든 상황이나 사람이 어떤 그런 운명적인 면이 있잖아요. 개인적으로 저는 모든 인연이 필연적인 면이 있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그런 세계관이 은연 중에 들어간 것 같습니다. 세상에 사람이 너무 많은데, 수많은 확률 중에 어떤 필연이 직조돼 있고, 그래서 우리가 만나게 된 것이 더욱 아름답고 놀라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수많은 어제가 모여 / 오늘 그대를 찾게 되었다면 / 언젠가 오늘이 모여 / 그대 나를 다시 찾기를 / 우연히 다시 마주치길'이라는 가사에서 '하경'이 '창진'(구교환 분)을 만난 일, 제가 이종필 감독님과 박하경 팀을 만나 이 작업을 하게 된 일, 드라마를 본 뒤 음악을 귀기울여 듣고 세세하게 질문지를 만들어 보내신 일, 제가 그 질문들에 대해 생각하고 답변을 적는 일, 그런 모든 운명적인 만남이 담고 있는 아름다움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에피소드 2 '꿈과 우울의 핸드드립'에서 이나영 씨가 백현진 씨의 '빛'을 부르는 게 인상적이었는데요. 이 곡을 정한 이유가 있을까요?
"이 곡은 감독님이 정해놓으신 곡인데요, 저도 좋아하는 곡이라서 이 곡을 정하신 이유에 대해 꼬치꼬치 묻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모든 트랙의 대부분 악기를 직접 담당하셨는데요, 베이스 파트만 '봉제인간' 지윤해 씨에게 맡긴 이유가 궁금합니다.
"지윤해 씨는 사실 베이스 세션으로 들어온 건 아니고 제가 이번에 꾸린 음악 팀의 유일한 팀원입니다. 몇 곡은 작·편곡을 담당하기도 했고요. 제가 믿고 의지하는, 어릴 때 음악하면서 만난 친구입니다. 사실 저는 제 자신을 연주자로 생각하지는 않아서, 어려운 연주는 정말 연주를 잘하는 세션들에게 맡기는 걸 선호하는 편이에요. 지윤해 씨는 정말 좋은 베이스 주자이고, 이런 팀원이 팀에 있는데 굳이 제가 베이스를 칠 이유는 없어서 모든 베이스 연주는 믿고 맡겼습니다."
-악기 편성은 에피소드 7 '빵의 섬'을 제외하고 전체적으로 단출한 편인데, 결이 풍성합니다. 악기 배치에 가장 신경 쓰신 지점은요?
"저는 사실 편성은 정해놓고 시작하지 않고, 이야기나 그림을 보면 저절로 따라오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서 그렇게 고심하지는 않았습니다. 오케스트라 편성 같은 경우는 은근히 들어간 스코어들이 있는데요, (이건 영업 비밀 같은데) 미디로 작업을 해도 손으로 악보에 오케스트레이션을 하고 미디 작업을 했어요. 그래야 리얼한 소리에 최대한 가깝게 되더라고요."
-모든 에피소드가 좋았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건 '빵의 섬'이었어요. 빵도 좋아하고 반전도 있는 내용도 좋았지만, 음악이 주는 여러 모티브가 참 좋았습니다. 특히 모차르트 마술피리 중 파파게나와 파파게노 듀엣을 활용한 구절을 마치 빵의 테마곡처럼 사용한 부분이 아이디어가 빛났다고 생각했어요. 이 부분 작업 과정은 어떻게 이뤄졌나요?
"빵의 섬 트레일러에 빵이 계속 나오는데 감독님이 음악을 대체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고심하시더라고요. 어릴 때 모차르트 마술피리를 좋아했는데, 빵이 빵빵빵 나오는 그림을 보자마자 파, 파, 파 시작하는 파파게나와 파파게노의 듀엣이 떠올랐어요. 너무 시간이 촉박한 상황이라 사실 어떻게 이 곡을 바로 부를 수 있는 소프라노와 바리톤을 구하고 녹음하나 걱정이 안 되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감독님이 좋아하셔서 정말 삼일 안에 성악가들을 구하고 후루룩 녹음을 진행했습니다. 김승리 소프라노, 조지석 바리톤이 너무 잘해주셔서 찰떡으로 붙은 것 같아요. (두 번째 옵션으로 https://youtu.be/eDQ4dUQegqw 이런 어이없는 빠빠빠 소리를 넣는 것도 생각해보긴 했습니다. 지금 보니 안 쓰길 잘 한 것 같네요)"
-가장 어려웠던 에피소드, 비교적 수월했던 에피소드 음악 작업은 각각 무엇이었습니까?
-악기 편성은 에피소드 7 '빵의 섬'을 제외하고 전체적으로 단출한 편인데, 결이 풍성합니다. 악기 배치에 가장 신경 쓰신 지점은요?
"저는 사실 편성은 정해놓고 시작하지 않고, 이야기나 그림을 보면 저절로 따라오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서 그렇게 고심하지는 않았습니다. 오케스트라 편성 같은 경우는 은근히 들어간 스코어들이 있는데요, (이건 영업 비밀 같은데) 미디로 작업을 해도 손으로 악보에 오케스트레이션을 하고 미디 작업을 했어요. 그래야 리얼한 소리에 최대한 가깝게 되더라고요."
-모든 에피소드가 좋았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건 '빵의 섬'이었어요. 빵도 좋아하고 반전도 있는 내용도 좋았지만, 음악이 주는 여러 모티브가 참 좋았습니다. 특히 모차르트 마술피리 중 파파게나와 파파게노 듀엣을 활용한 구절을 마치 빵의 테마곡처럼 사용한 부분이 아이디어가 빛났다고 생각했어요. 이 부분 작업 과정은 어떻게 이뤄졌나요?
"빵의 섬 트레일러에 빵이 계속 나오는데 감독님이 음악을 대체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고심하시더라고요. 어릴 때 모차르트 마술피리를 좋아했는데, 빵이 빵빵빵 나오는 그림을 보자마자 파, 파, 파 시작하는 파파게나와 파파게노의 듀엣이 떠올랐어요. 너무 시간이 촉박한 상황이라 사실 어떻게 이 곡을 바로 부를 수 있는 소프라노와 바리톤을 구하고 녹음하나 걱정이 안 되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감독님이 좋아하셔서 정말 삼일 안에 성악가들을 구하고 후루룩 녹음을 진행했습니다. 김승리 소프라노, 조지석 바리톤이 너무 잘해주셔서 찰떡으로 붙은 것 같아요. (두 번째 옵션으로 https://youtu.be/eDQ4dUQegqw 이런 어이없는 빠빠빠 소리를 넣는 것도 생각해보긴 했습니다. 지금 보니 안 쓰길 잘 한 것 같네요)"
-가장 어려웠던 에피소드, 비교적 수월했던 에피소드 음악 작업은 각각 무엇이었습니까?
"아무래도 '빵의 섬'이 제일 어려웠던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빵을 별로 즐기는 사람이 아니라 그런지 맛있는 빵을 봐도 마음이 동하지는 않아서 빵을 좋아하는 식구에게 보여주고 조언을 구하기도 했습니다. 뭐 이렇게 말은 하지만 사실 '박하경 여행기'는 전체적으로 음악 작업이 수월했어요. 수정은 꽤 있었지만 2화(배우 한예리가 애매한 재능을 가진 예술가를 연기한 에피소드)는 예술을 하는 사람이라면 공감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 많은 화라, 이심전심이겠거니 열심히 작업했던 기억이 나네요. 수월하고 힘든 부분은 심적으로 육체적으로 다 달라서 어떻게 딱 뭐가 수월했고 힘들었다 이야기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영화, 공연 등 다양한 장르의 작업을 하셨는데 OTT 시리즈 물은 어떤 매력이 있는지요?
"이번 작업이 여행기라서 더 그랬던 것 같은데 긴 여정을 함께 하는 느낌이 확실히 납니다. '박하경 여행기' 작업이 끝나니까 정말 동고동락한 (박하경 팀) 친구들과 여행이 끝난 것 같아서 기분이 이상했어요. 계속 감독님과 pd님들과 오랫동안 연락을 주고 받고, 또 제가 후반 작업자라 현장에 나갈 일은 잘 없는데 이번에는 부산 촬영장에 가서 출연도 해서 그런지 다른 작업에 비해 모든 여정을 함께 한 느낌이 들더라고요."
-'박하경 여행기'가 주는 분위기가 감독님과 참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감독님은 이 시리즈를 어떻게 보셨고, 이번 작업으로 인해 뮤지션으로서 인간적으로서 감독님께 생긴 변화가 있나요?
"내용을 찬찬히 따라가다보면 예전에 제가 만났던 관계들, 겪었던 일들이 생각날 수밖에 없더라고요. 제가 지금 어떻게 이곳에서 이런 일을 하고 있는지, 진부한 이야기지만 모든 일들은 혼자서는 할 수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에 팀원 지윤해 씨도 함께 했고, 촬영 현장도 가봐서 그런지 ’함께 하는 작업‘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영상 음악 작업을 한 지 10년이 넘었는데 이제야 후반 작업 팀 이외의 작업들을 담당하는 사람들(촬영팀, 조명팀, 그립팀, 발전차기사님 그 이외 수많은 사람들)이 보이더라고요. 반성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음악 작업을 맡으시는 개인적인 기준 같은 게 있는지요.
-영화, 공연 등 다양한 장르의 작업을 하셨는데 OTT 시리즈 물은 어떤 매력이 있는지요?
"이번 작업이 여행기라서 더 그랬던 것 같은데 긴 여정을 함께 하는 느낌이 확실히 납니다. '박하경 여행기' 작업이 끝나니까 정말 동고동락한 (박하경 팀) 친구들과 여행이 끝난 것 같아서 기분이 이상했어요. 계속 감독님과 pd님들과 오랫동안 연락을 주고 받고, 또 제가 후반 작업자라 현장에 나갈 일은 잘 없는데 이번에는 부산 촬영장에 가서 출연도 해서 그런지 다른 작업에 비해 모든 여정을 함께 한 느낌이 들더라고요."
-'박하경 여행기'가 주는 분위기가 감독님과 참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감독님은 이 시리즈를 어떻게 보셨고, 이번 작업으로 인해 뮤지션으로서 인간적으로서 감독님께 생긴 변화가 있나요?
"내용을 찬찬히 따라가다보면 예전에 제가 만났던 관계들, 겪었던 일들이 생각날 수밖에 없더라고요. 제가 지금 어떻게 이곳에서 이런 일을 하고 있는지, 진부한 이야기지만 모든 일들은 혼자서는 할 수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에 팀원 지윤해 씨도 함께 했고, 촬영 현장도 가봐서 그런지 ’함께 하는 작업‘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영상 음악 작업을 한 지 10년이 넘었는데 이제야 후반 작업 팀 이외의 작업들을 담당하는 사람들(촬영팀, 조명팀, 그립팀, 발전차기사님 그 이외 수많은 사람들)이 보이더라고요. 반성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음악 작업을 맡으시는 개인적인 기준 같은 게 있는지요.
"작업을 승낙하기까지 좀 깐깐하게 따지는 면이 있습니다. 작업이 상업적인지 비상업적인지는 별로 안 따지지만 저와 결이 맞는지, 작업을 통해 (음악적인 부분이 되었든 음악 외적인 부분이 되었든) 제가 전보다 성장할 수 있을지는 많이 따지는 편인 것 같아요. 그래서 안 해본 새로운 면이 있는 작업을 선호하기도 하고, 작업이 어느 정도 열려있을지 클라이언트의 전작을 보면서 가늠해보기도 합니다. 얼마 전에 파스빈더의 '성스러운 창녀에 주목하라'라는 영화를 봤는데요, 영화 말미에 '나는 인간에 참여하지 않고 인간을 묘사하는데 지쳤어요'라는 토마스 만 인용이 나오더라고요. 제가 생각하는 작업관에 맞닿아있는 부분이 있어서 오래 기억에 남았습니다. 그것이 작업 외적인 면이 됐든, 내적인 면이 됐든 인간적인 모습과 가까이 닿아 있다면 반기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상당수 공동창작 방식으로 한 작업물도 있는 것으로 알아요. 이런 작업 형태는 어떤 시너지가 있나요?
"공동창작에서 처음으로 많이 배웠을 때는 '무키무키만만수'를 할 때였는데요, 클래식 음악을 공부한 동료들 사이에만 있다가 미술 전공인 친구가 노래를 처음 만들게 하고 음악을 발전시키니까 정말 독특한 것이 나올 수 있구나, 알게 됐습니다. 제가 약간 '컨트롤 프리크'(control freak·모든 상황을 자신이 만든 기준에 두고 움직여야 하는 사람)인 면이 있어서 제가 혼자 하는 작업은 수정에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는데요, 함께 하는 작업은 좀 많은 부분 놓아두고 어떻게 될지 지켜보는 면이 있습니다. 그래야 혼자 할 때 생각지 못한 것들이 많이 나오더라고요. 노들야학에서 하고 있는 '노들노래공장' 시간에서도 노동자들이 흥얼거리는 노랫말과 가락을 받아적다보면 이건 내가 절대로 생각해내지 못하는 것들이었겠군, 생각이 많이 들어요.(노들노래공장에 관심이 있으신 분이 계시다면 홈페이지(nonogong.kr)를 방문해주세요!)
-댄스 필름 '12월 70일', 무용 작업 '휘이잉'도 평범하지 않죠. 이 작업들은 어떻게 하셨나요? 감독님 음악 작업에 환기도 됐을 거 같습니다.
"이전에는 무용 음악 작업을 해본 적이 없었는데 이 두 작업을 하면서 사람의 몸이 만들어내는 움직임이 음악 작업의 직접적인 동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에 놀랐습니다. 그냥 움직임을 따라가면 되어서, 소리가 훨씬 자유롭게 나오더라고요."
-'빌린 입' 역시 명반이죠. 싱어송라이터 이민휘 작업도 기대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솔로 음반도 나올 때가 됐을까요?
-그리고 상당수 공동창작 방식으로 한 작업물도 있는 것으로 알아요. 이런 작업 형태는 어떤 시너지가 있나요?
"공동창작에서 처음으로 많이 배웠을 때는 '무키무키만만수'를 할 때였는데요, 클래식 음악을 공부한 동료들 사이에만 있다가 미술 전공인 친구가 노래를 처음 만들게 하고 음악을 발전시키니까 정말 독특한 것이 나올 수 있구나, 알게 됐습니다. 제가 약간 '컨트롤 프리크'(control freak·모든 상황을 자신이 만든 기준에 두고 움직여야 하는 사람)인 면이 있어서 제가 혼자 하는 작업은 수정에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는데요, 함께 하는 작업은 좀 많은 부분 놓아두고 어떻게 될지 지켜보는 면이 있습니다. 그래야 혼자 할 때 생각지 못한 것들이 많이 나오더라고요. 노들야학에서 하고 있는 '노들노래공장' 시간에서도 노동자들이 흥얼거리는 노랫말과 가락을 받아적다보면 이건 내가 절대로 생각해내지 못하는 것들이었겠군, 생각이 많이 들어요.(노들노래공장에 관심이 있으신 분이 계시다면 홈페이지(nonogong.kr)를 방문해주세요!)
-댄스 필름 '12월 70일', 무용 작업 '휘이잉'도 평범하지 않죠. 이 작업들은 어떻게 하셨나요? 감독님 음악 작업에 환기도 됐을 거 같습니다.
"이전에는 무용 음악 작업을 해본 적이 없었는데 이 두 작업을 하면서 사람의 몸이 만들어내는 움직임이 음악 작업의 직접적인 동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에 놀랐습니다. 그냥 움직임을 따라가면 되어서, 소리가 훨씬 자유롭게 나오더라고요."
-'빌린 입' 역시 명반이죠. 싱어송라이터 이민휘 작업도 기대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솔로 음반도 나올 때가 됐을까요?
"말씀 감사합니다. 사실 요즘 이 작업 때문에 가장 골머리를 썩고 있습니다. 올해 안에는 뭔가 들으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올 하반기에는 관련해서 공연도 꽤 있을 것 같습니다."
-뉴욕과 파리에서 유학 생활을 하셨는데요. 그래서 그런지 유럽의 우아한 분위기, 북미의 세련된 스타일이 음악에 자연스레 묻어난다는 느낌이 듭니다. 다양한 환경에서 공부하고 생활하신 것이 음악 작업에 어떤 영향을 줬나요?
"우아하고 세련됐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모국어와 다른 언어를 쓰는 다른 문화권에서 5년 간 아시안 여성으로 살면서 인간의 삶과 예술이 어떻게 만나야 하는지, 바람직한 음악가의 삶이라는 있다면 그것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지, 소수자의 삶이라는 것은 (특히 한국에서) 어떤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고, 그런 것들이 가장 큰 배움으로 남은 것 같습니다."
-조형적인 프로젝트 재즈 밴드 '삼승', 둠 메탈 밴드 'gawthrop'도 평범하지 않은 팀 활동입니다. 이 작업은 어떻게 시작하셨고 어떤 재미를 느끼시나요?
"둘 다 친구들과 술을 먹다가 시작하게 됐습니다. '삼승'은 판화하는 최경주씨와 드럼 치는 서경수씨와 판화의 조형적인 특징을 드럼과 피아노라는 두 타악기로 풀어보면 어떨까, 이야기를 나누면서 시작하게 됐고, 'Gawthrop' 같은 경우 예전에 밤섬해적단이라는 밴드를 하던 장성건이라는 친구가 베이스를 쳐보겠냐고 해서 갑자기 시작하게 됐습니다. 재즈와 둠메탈에 대해 잘 몰랐는데 각 장르에 빠삭한 친구들과 함께 하면서 많이 배우고 재미있게 작업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작업도 평범하지 않을 거 같은데요, 어떤 프로젝트들을 준비하고 있습니까?
"올해 남은 작업들은 제 솔로 2집 작업 마무리와 이와 관련된 공연들, 몇 개의 다큐들과 연극과 미술, 무용 작업에 음악으로 참여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재미있게 들어주세요."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뉴욕과 파리에서 유학 생활을 하셨는데요. 그래서 그런지 유럽의 우아한 분위기, 북미의 세련된 스타일이 음악에 자연스레 묻어난다는 느낌이 듭니다. 다양한 환경에서 공부하고 생활하신 것이 음악 작업에 어떤 영향을 줬나요?
"우아하고 세련됐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모국어와 다른 언어를 쓰는 다른 문화권에서 5년 간 아시안 여성으로 살면서 인간의 삶과 예술이 어떻게 만나야 하는지, 바람직한 음악가의 삶이라는 있다면 그것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지, 소수자의 삶이라는 것은 (특히 한국에서) 어떤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고, 그런 것들이 가장 큰 배움으로 남은 것 같습니다."
-조형적인 프로젝트 재즈 밴드 '삼승', 둠 메탈 밴드 'gawthrop'도 평범하지 않은 팀 활동입니다. 이 작업은 어떻게 시작하셨고 어떤 재미를 느끼시나요?
"둘 다 친구들과 술을 먹다가 시작하게 됐습니다. '삼승'은 판화하는 최경주씨와 드럼 치는 서경수씨와 판화의 조형적인 특징을 드럼과 피아노라는 두 타악기로 풀어보면 어떨까, 이야기를 나누면서 시작하게 됐고, 'Gawthrop' 같은 경우 예전에 밤섬해적단이라는 밴드를 하던 장성건이라는 친구가 베이스를 쳐보겠냐고 해서 갑자기 시작하게 됐습니다. 재즈와 둠메탈에 대해 잘 몰랐는데 각 장르에 빠삭한 친구들과 함께 하면서 많이 배우고 재미있게 작업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작업도 평범하지 않을 거 같은데요, 어떤 프로젝트들을 준비하고 있습니까?
"올해 남은 작업들은 제 솔로 2집 작업 마무리와 이와 관련된 공연들, 몇 개의 다큐들과 연극과 미술, 무용 작업에 음악으로 참여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재미있게 들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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