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과 나이트클럽으로 재단장한 유럽 성당과 교회들…왜?

기사등록 2023/06/27 16:35:51

최종수정 2023/06/27 17:56:44

기독교 신도 수 줄고 출석률 낮아져 용도 변경 잇따라

벨기에 성당, 도서관 카페 양조장 등 새 명소로 탈바꿈

"교회는 묵상하는 장소"…종교 시설로 남기를 바라기도

[메헬렌=AP/뉴시스] 유럽에서 기독교 인구의 감소에 따라 성당이나 교회 건물들이 클럽과 호텔 등 다른 용도로 변경되고 있다고 지난 23일(현지 시각) 미국 AP통신은 보도했다. 사진은 벨기에 메헬렌 중심부에 있는 마틴스파테르스호프호텔 객실. 이 호텔 역시 성당을 개조한 것이다.  2023.06.27.
[메헬렌=AP/뉴시스] 유럽에서 기독교 인구의 감소에 따라 성당이나 교회 건물들이 클럽과 호텔 등 다른 용도로 변경되고 있다고 지난 23일(현지 시각) 미국 AP통신은 보도했다. 사진은 벨기에 메헬렌 중심부에 있는 마틴스파테르스호프호텔 객실. 이 호텔 역시 성당을 개조한 것이다.  2023.06.27.

[서울=뉴시스]이강우 인턴 기자 = 유럽에서 성당이나 교회들이 클럽이나 호텔 등으로 재단장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가톨릭과 개신교 등 기독교 교인이 줄어들면서 빈 교회가 많아진 데 따른 현상이다.

지난 23일(현지 시각) 미국 AP통신에 따르면 유럽 전역에 퍼져있는 교회들 중 신도 수가 줄어 버려지는 성당과 교회들이 카페, 콘서트장, 클럽, 호텔과 같이 다른 용도의 건물로 재단장하고 있다.

비어가는 성당·교회 건물들 ‘문화 명소’로 바뀐다

한 때 성심수녀회(Sacred Heart Church) 건물로 쓰였던 벨기에 메헬렌의 한 교회는 신도가 줄어들어 지난 2년간 문을 닫았다. 이 건물에는 카페와 콘서트장이 들어설 예정이다. 앞으로 메헬렌 중심부의 ‘새로운 문화 명소’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인근에 있던 프란치스코회 교회는 고급 호텔로 재단장했다. 이곳은 벨기에 유명 가수 스트로마에가 신혼을 보낸 곳이기도 하다

2000여년 동안 기독교가 널리 퍼진 유럽 전역에서 최근 반세기 동안 신도 수가 줄어들고 신도들의 교회 출석률도 낮아지면서 성당과 교회, 수녀원, 예배당은 텅 비어 방치되고 있다.

벨기에 앤트워프 교구 주교인 요한 보니 신부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고통스러운 일이나 숨기지는 않겠다”며 “하지만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과거 종교 행사에 쓰였던 건물들이 옷 가게, 나이트클럽 등으로 점점 더 용도가 변경되고 있다“며  “어떤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현상은 독일에서부터 이탈리아에 이르는 유럽의 기독교 중심지 대부분과 그 외 많은 유럽 국가에서도 볼 수 있다.

벨기에 기독교 신자 수 줄어...성당·교회시설 용도 변경 잇따라

특히 벨기에에서 이 현상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2018년 퓨 리서치 그룹의 연구에 따르면 벨기에에서는 기독교인으로 자랐다고 답한 83% 중 55%만이 여전히 자신을 기독교인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벨기에인 중 정기적으로 교회에 출석하고 있다고 말한 응답자는 10%에 그쳤다.

벨기에 플랑드르지역의 300개의 마을에는 한 마을에 평균 6개의 교회가 있지만 신도 수가 줄어들어 가끔 한 교회도 다 채우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벨기에 로마 가톨릭 중심지인 메헬렌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성럼볼트대성당(St. Rumbold’s cathedral)을 중심으로 20여 개의 성당과 교회가 모여 있다. 

바트 소머스 시장은 지난 수년간 많은 성당이나 교회 건물을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계획적으로 노력해 왔다.

그는 "우리 도시에는 교회 안에 양조장이 있고, 교회 안에 호텔이 있으며, 교회 안에 문화 센터가 있고, 교회 안에 도서관이 있다, 따라서 교회 안에 새로운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많이 생겼다"고 전했다.

이 같은 벨기에의 획기적인 용도 변경 프로젝트는 여러 변화를 만들어 내고 있다.

메헬렌에 있는 마르틴스파터스호프호텔은 교회 내부를 뜯어내 다양한 호텔 객실을 만들었다. 한 객실은 침대 머리 판을 오르간 파이프로 만들었다. 제단 옆에는 아침 식사용 객실을 만들어 미사용 제병 모양의 금박 장식으로 꾸몄다.

이 호텔 매니저인 에밀리 드 프레터는 "사람들이 이곳에 와서 휴식을 취하고 옛 성당의 고요함을 즐긴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종교 시설로 남기기를 희망

소머스 시장은 “성당을 다른 용도로 쓰는 것을 윤리적으로 고민하는 것보단 건축적 가치를 논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전했다.

이 같은 현상을 보고 요한 보니 신부는 “로마 가톨릭 종교가 쇠퇴하고 있기는 하지만, 종교인이든 불가지론자이든 무신론자이든 성스러움에 대한 감각이나 성찰의 필요성은 여전하다”며 “교회를 슈퍼마켓이나 디스코장으로 바꿀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어 그는 “교회는 묵상을 위한 장소다”며 “콥트 정교회나 동유럽 등 다른 기독교 공동체에 교회를 넘겨준 것이 가장 성공적이고 만족스러운 용도 변경이었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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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과 나이트클럽으로 재단장한 유럽 성당과 교회들…왜?

기사등록 2023/06/27 16:35:51 최초수정 2023/06/27 17:5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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