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문항 사라진 수능 '준킬러' 관건…상위권 변별 가능할까

기사등록 2023/06/27 07:00:00

최종수정 2023/06/27 07:13:28

교육부, 전날 3년 치 수능 킬러문항 26개 발표

88%가 오답률 TOP 3…"없어지면 변별력 문제"

이주호 "변별력 확보 기능 약화시키지 않을 것"

[서울=뉴시스] 김명원 기자 =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2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사교육비 경감 대책 발표를 하고 있다. 이주호 부총리는 이날 지난 3년 치 수능과 지난 1일 실시된 2024학년도 수능 6월 모의평가에서 교육부가 추린 '킬러문항'을 공개했다. 2023.06.26. kmx1105@newsis.com
[서울=뉴시스] 김명원 기자 =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2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사교육비 경감 대책 발표를 하고 있다. 이주호 부총리는 이날 지난 3년 치 수능과 지난 1일 실시된 2024학년도 수능 6월 모의평가에서 교육부가 추린 '킬러문항'을 공개했다. 2023.06.2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경록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공정 수능'을 주문하면서 교육부가 킬러문항을 출제하지 않기로 한 가운데, 킬러문항보다 난이도가 낮은 '준킬러문항'들로 상위권을 변별해낼 수 있을지가 올해 수능 9월 모의평가와 본수능의 관건으로 꼽힌다.

상위권 변별력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정부 뜻에 따라 킬러문항을 배제하더라도 충분한 변별력을 갖출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27일 교육계에 따르면,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전날 사교육 경감대책을 발표하며 지난 3년 치 수능과 올해 수능 6월 모의평가에서 출제된 킬러문항 26개를 발표했다.

교육부는 '교육과정 안팎'을 킬러문항 분류 기준으로 밝혔지만, 이들은 그 해 본수능 혹은 수능 모의평가에서 가장 어려웠던 최고 난이도 문제들이었다.

EBSi 기준 교육부가 킬러문항으로 지목한 26개 문항 중 23개(88.5%)가 해당 영역 오답률 1~3위를 차지했으며, 7개(26.9%)는 100명 중 90명 이상이 틀렸다고 할 수 있는 한 자릿수 정답률을 기록했다.
[수원=뉴시스] 김종택 기자 =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6월 모의평가가 실시된 지난 1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효원고등학교에서 고3학생들이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2023.06.01. jtk@newsis.com
[수원=뉴시스] 김종택 기자 =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6월 모의평가가 실시된 지난 1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효원고등학교에서 고3학생들이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2023.06.01. [email protected]

이 때문에 교육부는 교육과정 밖에서 출제되는 킬러문항을 배제하려는 의도였더라도 결과적으로 수능이 쉬워질 수밖에 없다는 예상이 나온다. 킬러문항보다 쉬운 중·상 난이도 문항, 이른바 '준킬러문항'으로는 상위권을 변별하기 불충분하다는 지적이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교육과정 안에서 출제하더라도 현재 고난도 킬러문항 정도의 정답률까지 나오지 않으면 우려했던 쉬운 수능의 문제가 나타날 수도 있다"며 "그간 3~5% 정도 정답률이 나왔던 킬러문항이 항상 출제됐는데 그 문제가 평이하게 나온다면 수학의 경우 등급 컷이 4점 정도 올라가는 현상이 벌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 대표는 이어 "깊이 있는 사고력을 요구하는 문항을 기술적으로 도입하지 않으면 30~50% 중상난도 문제로는 1·2등급 수험생을 변별해내기 힘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입시업계가 아닌 현장 고등학교 교사도 비슷한 전망을 내놨다.

익명을 요청한 현직 고교 국어교사 A씨는 "최고난도 킬러문항이 아닌 중·상 난도 문항을 출제한다고 했을 때 만점자가 4% 이상 나와 1등급이 없어지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며 "의대 지망생도 늘고 있고 최상위권 아이들에 대한 변별 부담이 해소되기는 어렵지 않나"라고 밝혔다.

결국 교육과정 안 내용으로 상위권까지 변별할 수 있는 고난도 문항을 출제하는 것이 핵심으로 꼽힌다. 이 점에는 영역별로 견해 차가 존재한다.

우선 국어 영역은 지문과 문항으로 구분돼 있어, 교육부 지적처럼 배경지식을 요구하는 교육과정 밖 소재를 지문에서 제외해도 문항 난도로 변별력을 갖출 수 있다는 의견이 다수다.

국어교사 A씨는 "독서 지문은 교과서 수준으로 내고 문항에서 학생들의 사고력을 측정할 수 있는 고난도 문제를, 문항에서 (변별력 문제를) 돌파할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반면 문제와 정답으로 구성된 수학 영역은 선택지가 많지 않다.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수학 문제 난도를 높이는 방법 중 하나가 두 개의 개념을 활용해서 풀 수 있는 문제를 세 개의 개념을 활용해서 푸는 문제로 바꾸는 것"이라고 밝혔는데, 교육부는 올해 6월 수능 모의평가 수학 22번 문제를 킬러문항으로 지목하며 "3가지 이상의 수학적 개념이 결합돼 문제해결 과정이 복잡하다"는 점을 이유로 꼽았다.

문제 난도를 높이는 방식은 제한돼 있는데, 교육부의 킬러문항과 자가당착에 빠지지 않겠냐는 지적이다.

김 소장은 "(킬러문항을 없애겠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지침을 밝혀줘야 학교에서 대비할 수 있는 방식으로라도 알려줄 텐데, 킬러문항에 대한 예측조차 어려운 상황에서 앞으로 하겠다는 출제 방식도 예측 불가능하면 앞뒤가 안 맞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밝혔다.

다만 교육부는 교육과정 내에서도 변별력 있는 문제를 충분히 출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 부총리는 전날 "킬러문항을 없애는 조치가 결코 변별력 확보라는 수능의 중요한 역할을 약화시키지 않을 것"이라며 "킬러문항을 굳이 안 내더라도 교육과정 내에서 어려운 문제, 쉬운 문제, 중간 난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 불수능, 물수능도 아닌 공정한 수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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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문항 사라진 수능 '준킬러' 관건…상위권 변별 가능할까

기사등록 2023/06/27 07:00:00 최초수정 2023/06/27 07: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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