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본부장 주도 '美3대 버거'에 오픈런
bhc슈퍼두퍼·SPC쉐이크쉑 등 강남대로 일대 버거 경쟁
[서울=뉴시스]김혜경 기자 = "어젯 밤 11시부터 줄 서서 기다렸습니다.", "회사에 연차 내고 아침 7시부터 기다리고 있어요."
미국 3대 버거 중 하나인 '파이브가이즈'(Five Guys)가 서울 강남에 26일 국내 첫 매장을 열었다. 이날 오전 매장 앞에는 장맛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수백 명의 고객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오픈런' 행렬이 연출됐다.
매장은 오전 11시부터 운영하는데, 대기줄 맨 앞에 선 사람은 전날 밤 11시부터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로 관심은 뜨거웠다.
대기줄 맨 앞에 선 30대 윤모씨는 "저를 포함해 4~5명은 전날 밤 11~12시부터 줄을 섰다"며 "이어 새벽 4시부터 또 줄을 서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기자가 현장을 찾은 오전 10시20분께에는 이미 대기 인원이 수백 명에 달했다. 매장 앞에서부터 시작된 줄은 옆 건물 두 개를 지나 코너를 끼고 계속 이어졌다. 대기줄은 직선 거리로 200m 가량에 달했다.
줄을 선 사람들은 대부분 20~30대 젊은 MZ세대 층이었다. 경기 판교에 거주하는 30대 남성 A씨는 "뉴스 등을 통해 파이브가이즈 오픈 소식을 알게 됐다"며 "먹어본 적은 없지만 호기심에 친구와 오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여기 오려고 회사에 오전 반차를 내고 오전 7시부터 줄을 섰다"고 했다.
친구들 4명과 함께 오전 9시부터 줄을 서 기다렸다는 20대 남성 B씨는 "오픈런 하는 걸 좋아하는데, 버거 오픈런은 처음"이라고 했다. 이어 "어렸을 때 미국에서 파이브가이즈를 먹어본 적이 있는데, 한국에 매장을 연다고 하니 궁금해서 찾아왔다"고 덧붙였다.
파이브가이즈 버거 오픈런은 일찍이 예상됐던 바다.
지난달 열린 미국 버거 브랜드 인앤아웃 팝업스토어, 지난해 11월 강남역 일대에 오픈한 미국 수제버거 브랜드 슈퍼두퍼, 2022년 잠실 롯데월드몰에 문을 연 고든램지 버거, 2016년 국내에 오픈한 쉐이크쉑 등 해외 유명 수제버거 개점 때마다 오픈런 행렬은 반복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오픈런은 후텁지근한 날씨에 장맛비까지 내리는 터라 열기가 덜할 것으로 전망됐는데, 예상과 달리 수백 명이 몰렸다는 게 현장 관계자 설명이다.
파이브가이즈는 1986년 미국에서 출발한 버거 브랜드다. 현재는 미국·영국·프랑스·독일 등 23개 국가에서 1800여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아시아에서는 홍콩·싱가포르·중국·말레이시아·마카오에 이어 6번째다. 국내에 상륙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삼남인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전략본부장이 직접 국내 도입을 주도해 화제가 됐다.
파이브가이즈 버거의 특징은 매장에서 수작업으로 만드는 패티, 주 5회 신선하게 구워 배송되는 빵, 생감자를 직접 썰어 100% 땅콩기름으로 튀겨낸 고소한 감자튀김 등이다.
또 버거를 주문하고 기다리는 고객에게는 미국 본사와 똑같이 땅콩을 무한리필 해주는 것도 특징이다.
오픈 첫날 매장 내부에서 땅콩 자루들을 목격할 수 있었다. 매장 입구 옆에 땅콩 박스를 두고 고객이 원하는 만큼 작은 종이 봉투에 담을 수 있도록 했다. 땅콩은 미국 본사에서 공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이브가이즈의 국내 첫 매장 오픈으로 강남역 일대의 수제버거 전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강남대로에는 파이브가이즈 이외에 bhc그룹이 들여온 슈퍼두퍼와 SPC그룹의 쉐이크쉑 매장이 자리잡고 있다. 또 인근 삼성역 일대에는 고든램지 스트리트 버거까지 있다.
국내 버거 시장 규모는 성장세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버거 시장 규모는 지난 2013년 1조9000억원에서 2019년 3조300억원, 지난해 3조800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다만 국내 버거 시장을 '레드오션'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이미 포화된 버거 시장에서 파이브가이즈가 어느 정도의 몫을 챙겨갈 수 있을지 의구심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실제 대우산업개발은 지난해 강남역에 버락 오바마 전 미 대통령이 즐겨 먹어 '오바마 버거'로 불리는 ‘굿스터프이터리’를 들여왔다가 5개월 만에 철수한 바 있다.
하지만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전략본부장은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김 본부장은 지난 22일 열린 파이브가이즈 오픈을 앞두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뭐든지 본연의 맛과 과정이 중요하다"며 "라이벌 업체는 딱히 생각하고 있지 않다"며 경쟁 우위를 자신했다.
그는 파이브가이즈 오픈식 환영사에서도 "맛과 품질은 물론 특유의 매장 분위기까지 브랜드 오리지널리티를 제대로 살려 국내 고객분들께 즐거움과 감동을 선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파이브가이즈 국내 운영을 담당하는 한화갤러리아 자회사 에프지코리아(FG코리아)는 조리법부터 서비스까지 미국 본토의 '오리지널리티'를 최대한 살린다는 방침이다.
특히 미국 대표 감자 품종인 러셋 감자와 비슷한 맛을 내기 위해 안정적인 국내 감자 공급망을 갖추는데 공을 들였다.
가격 경쟁력도 내세우고 있다. 국내 파이브가이즈 가격을 미국 본토 가격보다 13%, 홍콩보다 17% 가량 낮게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경쟁 브랜드인 쉐이크쉑에 비해 파이브가이즈 가격은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란 평가다.
파이브가이즈의 버거 단품 가격은 1만3400원~1만7400원 사이, 감자튀김은 6900원~1만900원, 탄산음료 무한리필은 3900원으로, 쉐이크쉑(버거 8400원~1만5400원, 감자튀김 4800원~5900원, 탄산음료 2900원~3600원)보다 가격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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