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동 시대 54년 만에 접고 광교신도시로 청사 이전
교육행정기관 최초 스마트워크 도입...직원들 반응 "대부분 환영"
5G 기반 초고속 무선인터넷 구축, 언제 어디서든 효율적 업무처리
[수원=뉴시스] 박종대 기자 = 경기도교육청이 54년 만에 수원 조원동을 떠나 광교신청사 시대를 열면서 스마트워크 근무체제를 도입했다.
교육행정기관으로는 첫 시도다. 직원들은 5G 기반의 무선인터넷을 통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근무할 수 있다.
조직 내부에서는 스마트워크로 유명한 구글처럼 새롭게 시행하는 근무형태를 환영하는 직원들이 있는 반면, 일부에서는 매일 일할 책상을 옮겨다녀야 하는 불편함이 어색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자율좌석, 편해요" 딱딱한 관료 조직 분위기 탈피
그 앞으로 부서별 칸막이를 두지 않은 채 'Y'자 형태로 된 흰색 책상과 좌석들을 비롯해 한쪽 벽면에 길게 일렬로 세워져 있는 캐비넷이 눈에 띄었다.
높낮이 조절이 가능한 모션데스크 책상도 곳곳에 설치됐다. 각 책상에는 컴퓨터 모니터와 유선 전화기가 놓여져 있고, 개인 사물이 보이지 않았다.
사무실 천장마다 매달아 놓은 부서명이 적혀있는 명패는 물론 팀장 이상 관리자들이 앉는 소위 '상석'도 존재하지 않았다.
대신 사무실 복도 가운데는 하루 동안 근무할 좌석을 선택할 수 있는 '키오스크'가 구축돼 있다.
매일 아침에 출근하는 직원들은 이 키오스크 화면에서 빈 좌석을 확인한 뒤 이 중 자신이 앉고 싶은 자리를 지정하면 된다.
이후 개인 캐비넷에 보관해둔 업무 노트북과 필요한 사물을을 꺼내 앉으면 그 자리로 직원마다 고유하게 부여된 유선 전화번호가 바로 자동으로 연동돼 통화가 가능해진다.
만일 근무시간에 집중력이 떨어지는 등 기분 전환이 필요할 때는 근사한 스카이라운지 풍경을 보면서 업무 효율을 높일 수도 있다.
청사 최고층인 18층 스카이라운지 공간은 직원들을 전용공간으로, 무인 카페테리아로 꾸며졌다.
이곳에는 각 부서에서 회의를 진행할 수 있는 협의실 2곳과 노트북 연결이 가능한 테이블을 비롯해 10석 규모의 긴 테이블까지 마련됐다.
5G 무선인터넷으로 달리는 차량 안에서도 근무
도교육청은 1969년 12월 서울 중구에서 수원 조원동 495번지 기존 청사로 이전했다. 이후 2005년 의정부에 도교육청 북부청사가 신설되며 조원동 청사는 남부청사로 불려왔다.
이번에 이전한 광교신청사는 조원동에 있던 남부청사가 옮겨온 것으로, 총 1624억1000만원을 들여 연면적 4만3562㎡에 지하 4층·지상 18층 규모로 지어졌다.
내부 시설로 지상 1층부터 지상 5층까지 대강당과 콘서트홀, 서가형 로비 등 대민·문화공간을 비롯해 지상 5층부터 18층까지 경기도교육정보기록원과 도교육청 직원 사무공간, 직원 복지공간이 들어왔다.
도교육청이 이 같은 스마트워크 근무환경을 도입하자 직원들 사이에서는 일단 새로운 시도를 반기는 분위기다.
우선 직원들은 수평적 관계 속에서 유연하게 소통을 나누며 업무를 처리하는 조직문화로 전환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 만족감을 보였다.
그동안 공직사회에 변화의 바람이 불면서 특유의 경직성이 예전보다 많이 사라졌지만, 관리자 중심으로 운영되는 상명하복 문화가 일정하게 지속됐기 때문이다.
특히 스마트워크 도입으로 자율좌석이 가능해지면서 사무실 공간이 아닌 업무 중심으로 새롭게 공직사회가 재편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초고속 무선인터넷인 5G 서비스 지원에 따라 향후 노트북을 활용한 모바일 근무환경을 통해 출장지 또는 이동차량 등 언제 어디서나 업무 처리가 가능해진다.
G클라우드를 활용해 영상회의, 커뮤니티, 드라이브, 일정 등의 기능을 이용하면 물리적으로 서로 근무하는 장소가 떨어져 있어도 부서 간 일상적으로 업무 상황을 공유하고 협업할 수도 있다.
이로 인해 거주지에서 가까운 청사로 출근하면 직원 1명당 하루에 2시간씩 한 달에 42시간(약 5일)을 절약할 수 있다. 비용 측면에서 출·퇴근에 들어가는 주유비를 따져도 1년에 240만원을 아낄 수 있다.
도교육청은 지난 3월부터 의정부 북부청사에 먼저 스마트워크 근무체계를 시행했고, 오는 9월부터 광교신청사에도 전면 시행할 계획이다.
한 직원은 "장거리 출·퇴근으로 인한 피로감이 감소되고 업무 집중도가 높아졌다"며 "유연한 근무방식으로 학교현장을 지원하는데 업무시간을 좀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구글 사원도 아닌데…" 스마트워크 낯선 직원들
이는 앞선 실패한 전례도 크게 작용했다. 경기도는 2013년 팔달산 옛 청사 시절, 제3별관 3층에 약 817㎡ 사무실 공간을 활용해 9억8500만원을 들여 전국 지자체 최초로 스마트오피스를 구축했다.
기존 지정 좌석제를 줄여 가변형 회의실, 협업 및 소통공간, 집중 업무공간, 휴게시설, 모성보호공간, 민원 상담실 등을 만들었다.
데스크탑(PC) 가상화를 통해 어느 자리에서나 동일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했고 클라우드 프린팅도 설치했다. 현장행정을 강화하기 위해 자율좌석 시스템도 도입했다. 이곳에 문화관광국 6개과 97명이 시범적으로 배치됐다.
도교육청보다 10년 넘게 먼저 스마트오피스를 시도한 셈이다. 하지만 일부 사무실에 국한해 이러한 근무체계가 도입되며 자율좌석 등 근무시스템이 당초 시행 취지를 살리지 못한 채 유명무실해졌다.
지난해 5월 광교신청사 이전을 완료한 도는 이러한 사정을 감안해 특정 부서나 모든 사무실에 스마트오피스를 도입하지 않고, 원격근무시설인 스마트워크센터를 본청에 설치했다. 이 센터는 지상 1층에 160㎡ 규모로 업무공간 40석과 회의실, 휴게실 등 복합공간으로 조성했다.
지난 12일을 끝으로 5주간 신청사 이전을 끝낸 도교육청도 이같은 전철을 밟지 않으려고 지속적인 이용현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자율좌석제는 한 자리에 앉으면 17일간 동일한 좌석에 앉을 수 없도록 시스템을 강제 조정했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교육 행정당국은 유연하지 못하고 경직돼 있다는 것이 외부에서 보는 시각"이라며 "광교신청사에 스마트워크를 시행하면서 개방과 소통이 교육행정의 기본적인 자세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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