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방위교육원 화재 탈출·심폐소생술 체험해보니
암흑 속 헤매고 3층 높이 완강기 타니 다리 후들
'작은 소방차' 소화기 위력 실감…CPR에 온몸 욱신
[공주=뉴시스] 변해정 기자 = "아이쿠 계단이네."
"제자리를 뱅뱅 도는 것 같아."
"길이 막혔어. 출구가 대체 어디야?"
"살려줘!"
지난 20일 오후 2시30분. 기자는 여러 번 비명을 질렀다. 마음속으로.
왼손에 쥔 흰색 천으로 코와 입을 막고 오른손으로는 벽면을 더듬어가며 출구를 찾아 헤맸다.
불이 나 대낮인데도 암흑으로 변해 한 치 앞을 분간할 수 없었다. 발을 내딛을 때마다 이곳저곳 부딪혔다. 상층부터 차는 매캐한 연기를 피해 자세를 낮출수록 거동하긴 더 힘들어졌다.
다행히 실제 상황은 아니다. 충남 공주시 행정안전부 국가민방위재난안전교육원에서 운영하는 재난안전 체험 중 하나인 '연기 탈출'이었다.
출구와 대피 요령을 숙지하고 체험에 들어갔지만 탈출하는 데 쉽지 않았다. 손잡이를 돌리면 열리는 2~3개의 문을 겨우 통과한 기자에게 "방금 온 길로 되돌아왔다"는 진행요원의 말에 제 방향을 찾아갔다.
안내 당시 없던 내리막 계단을 마주했을 땐 두려움이 몰려왔다. 1분 남짓 되는 동선을 간신히 빠져 나오기까지 10분은 족히 걸린 듯 했다. 기자와 함께 체험에 나섰던 14명 중 7명이 더 출구를 찾지 못해 진행요원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제자리를 뱅뱅 도는 것 같아."
"길이 막혔어. 출구가 대체 어디야?"
"살려줘!"
지난 20일 오후 2시30분. 기자는 여러 번 비명을 질렀다. 마음속으로.
왼손에 쥔 흰색 천으로 코와 입을 막고 오른손으로는 벽면을 더듬어가며 출구를 찾아 헤맸다.
불이 나 대낮인데도 암흑으로 변해 한 치 앞을 분간할 수 없었다. 발을 내딛을 때마다 이곳저곳 부딪혔다. 상층부터 차는 매캐한 연기를 피해 자세를 낮출수록 거동하긴 더 힘들어졌다.
다행히 실제 상황은 아니다. 충남 공주시 행정안전부 국가민방위재난안전교육원에서 운영하는 재난안전 체험 중 하나인 '연기 탈출'이었다.
출구와 대피 요령을 숙지하고 체험에 들어갔지만 탈출하는 데 쉽지 않았다. 손잡이를 돌리면 열리는 2~3개의 문을 겨우 통과한 기자에게 "방금 온 길로 되돌아왔다"는 진행요원의 말에 제 방향을 찾아갔다.
안내 당시 없던 내리막 계단을 마주했을 땐 두려움이 몰려왔다. 1분 남짓 되는 동선을 간신히 빠져 나오기까지 10분은 족히 걸린 듯 했다. 기자와 함께 체험에 나섰던 14명 중 7명이 더 출구를 찾지 못해 진행요원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뒤이어 진행된 '완강기'와 '야외소화기' 체험도 설명과 실전은 달랐다.
완강기는 건물 3~10층에 설치돼 불이 났을 때 몸에 로프를 메고 천천히 내려갈 수 있는 피난기구로 '생명줄'로도 불린다. 한 사람이 타고 내려온 후에야 다음 사람이 타고 탈출할 수 있다.
지지대 고리에 하강 시 속도를 조절하는 조속기를 걸고 조임 너트를 돌려 잠근 뒤 하강 지점에 사람이 없는지 확인하고 로프가 감겨 있는 릴을 아래로 떨어뜨리면 된다. 이후 완강기 벨트를 겨드랑이 밑에 착용한 뒤 조이고 벽면에 양손을 지지하면서 천천히 착지한다. 이때 벨트를 허리에 차거나 하강 시 팔을 위로 올리는 행위는 매우 위험하다. 벽을 발로 차며 내려올 때 로프가 꼬일 수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
기자는 완강기를 타기 위해 아파트 3층 높이인 7m 난간에 서자 다리가 후들거렸다. 땅만 내려다보며 한참을 머뭇거렸다. 오른쪽 다리를 아래로 뻗었다가 난간에 도로 올리기를 반복했다. 진행요원의 응원에 눈을 질끈 감고서야 겨우 하강할 수 있었다. 화염과 검은 연기가 삽시간에 퍼지는 실제 상황이었다면 어땠을까를 생각하니 아찔했다.
'작은 소방차'라 불리는 소화기는 사용 기간이 10년이지만 보관 상태가 좋지 않아 부식 또는 압력이 저하 되거나 소화약제가 굳었다면 교체해야 한다.
사용법도 간단하다. 안전핀을 제거해 바람을 등진 상태에서 노즐을 잡고 불이 난 곳을 향한 뒤 손잡이를 움켜쥐면 된다.
소화기 분사 체험은 과거 여러 번 해본 터라 자신만만해 했지만 기자는 진행요원이 인위적으로 낸 불이 2m 넘게 솟구치자 덜컥 겁이 났다. 불이 난 지점에 접근하기도 전에 손잡이를 쥔 탓에 소화약제 일부가 샜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했지만 이내 침착함을 되찾고 분사하기 시작했다. 소화기의 위력은 대단했다. 단 10초 만에 완전히 꺼졌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괜찮으세요? 제 말 들리세요?"
"남색 자켓 입은 아가씨 119에 신고해주시고 살구색 셔츠 입은 아가씨 심장충격기(AED) 가져다주세요."
10·29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그 중요성이 더욱 부각된 심폐소생술(CPR)에 나선 기자는 진행요원의 구령에 맞춰 손가락으로 지목하며 외쳐댔다. 곧이어 교육용 마네킹의 가슴뼈 아래 2분의 1 부위에 손바닥을 포갠 채 깍지를 끼어 올려 흉부 압박을 시작했다. 5∼6㎝ 깊이로 2분간 30회씩 70회 강하게 눌렀다. "더 세게 눌러야 한다"는 진행요원의 지시에 이 악물고 체중을 실어 가슴을 압박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힘이 빠졌다. CPR을 하는 동안 힘이 들어간 손목이 욱신거리고 다리는 저렸다.
더욱이 실제 사람이라면 가슴뼈가 부러질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환자가 잘못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진행요원은 "CPR을 실시했을 때는 생존율이 2배 이상 높아진다. 설령 환자가 다치더라도 착한 의도로 한 것이라면 현행법에 따라 보호받을 수 있다"고 안심시켰다. '선한사마리아인법'으로 알려진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5조 2항에는 선의의 응급의료에 대한 면책 조항을 두고 있다.
그밖에 진도 5, 6, 7의 지진 체험과 초속 30m의 강풍을 몸으로 느껴보는 풍동 체험도 해봤다. 시간이 부족해 가상 급류, 수직구조대, 공기안전매트, 화생방, 민방위대피시설 등을 체험해보지 못한 것은 못내 아쉬웠다.
번거롭더라도 체험을 반복해 익숙해지는 것만이 대형 인명 참사를 막는 길이다. 이정일 교육원 교수는 "재난 현장에선 판단력이 흐려져 평상시 익숙했던 것도 잊거나 실수할 수 있다"면서 "위급할 때 당황하지 않고 요긴하게 써먹으려면 반복 학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교육원은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재난안전 체험을 상시 운영한다. 이용료는 무료다. 재난안전체험관 홈페이지에 접속해 회원가입 후 교육을 신청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