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크 in 뉴욕
"'아태 단독 출마' 한국, 사실상 평판 투표"…끝까지 긴장 못 놔
美 유엔대사 "따뜻한 축하"…北 유엔 대사는 이례적 '적극 외교전'
[뉴욕=뉴시스]김난영 특파원 = "대한민국, 180표."
지난 6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 한국의 이름이 울려 퍼지자 함성과 박수가 총회장을 메웠다. 무려 11년 만에 한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진출을 확정하는 순간이었다.
현장을 지킨 황준국 주유엔대한민국대표부 대사 주변으로는 수십 명의 대사들이 몰려 축하를 건넸다. 각국 유엔 대사들이 모바일로 소통하는 와츠앱에도 "축하한다", "더욱 긴밀히 협력하자" 등의 메시지가 쏟아졌다.
2024~2025년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5개국을 선출하는 이번 선거에서 한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단독 후보로 나섰다. 그러나 황 대사를 비롯한 우리 유엔대표부 구성원들은 끝까지 긴장을 놓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황 대사는 15일(현지시간) 뉴시스와 인터뷰에서 "안보리 선거는 유엔 선거 중 가장 중요하고 모두의 관심이 집중된 선거"라며 "이사국 입후보를 하면 모든 나라가 수년 전부터 외교적인 힘을 쏟는다"라고 말했다.
특히 이번 한국처럼 단독 입후보를 하더라도, 선출 여부와 별개로 득표수에 따라 국가의 위상이 드러나기 때문에 끝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다는 게 황 대사의 설명이다. 단순히 선출 요건인 '투표 참여국 3분의 2 찬성'만으로는 부족한 것이다.
황 대사는 "단독 후보국일 때에는 (득표수가) 그 나라의 평판, 그 나라에 대한 외교적 지지 여부를 묻는 여론 투표 같은 성격이 된다"라며 "모든 나라가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라고 전했다.
이번에 한국은 투표 참여 회원국 192곳 중 180곳의 찬성표를 받았다. 선출을 위한 마지노선인 128표를 훌쩍 넘는 결과로, 선거를 앞두고 우리 대표부가 설정한 목표치와도 거의 일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황 대사는 한국의 현재 국가적 위상과 추구하는 원칙, 지정학적 특성 등을 거론, "우리를 반대하거나 견제하는 세력이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목표로 할 수 있는 최대치가 180표 정도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했는데 결과가 잘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비밀 투표라서 (지지하겠다고 말하고도) 투표를 안 하거나, 못 한다고 해도 아무도 모른다"라며 "현장에 있는 사람들을 계속 관리하고 한 표라도 더 얻으려 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와서 기쁘게 생각한다"라고 했다.
한국의 진출로 2024년부터 안보리에서는 한국과 미국, 일본 세 나라가 동시에 활동하게 됐다. 한반도와 가장 밀접한 의제인 북핵 문제와 관련해서 한·미·일 삼국의 안보리 내 공조에 벌써부터 기대가 쏠리고 있다.
이 때문일까, 투표 당일에는 김성 유엔 주재 북한 대사가 총회장을 분주히 오가는 모습이 포착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북한의 경우 일반 유엔 회원국과는 달리 외교관들의 외부 접촉이 드물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눈에 띄는 행보다.
물론 북한 측도 자신들 탄도미사일이나 인권 문제가 의제가 되는 공식 회의에는 때때로 참석해 공개발언을 한다. 그러나 통상적인 안보리 리셉션 등 교류 행사에는 대체로 참석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황 대사는 이와 관련해 "그날(비상임이사국 투표 당일)은 이례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라고 전했다.
김성 대사가 당시 어떤 식으로 외교전을 펼쳤는지는 알 수 없다. 비밀 투표인 만큼 북한이 어떤 국가를 포섭했는지도 알 수 없다.
그러나 당시 북한 측이 총회장에서 여러 대사들과 접촉한 점을 본다면, 이번 안보리 선거에서 남북한이 각자 치열한 외교전을 펼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한편 황 대사에 따르면 투표 당일 출장을 떠났던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모바일 대화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한국의 선출에 가장 따뜻한 축하를 보낸다"라는 내용이다.
황 대사는 "앞으로 안보리의 다양한 이슈에 대해 긴밀히 협력해 나가자는 취지"라며 "우리는 미국에는 믿을 만한 파트너니까, 모든 이슈에서 똑같은 입장을 취하지는 않는다고 해도 미국에도 좋은 일"이라고 했다.
이미 비상임이사국으로 진출해 있는 일본의 이시카네 기미히로 대사는 당시 황 대사에게 직접 다가와 포옹을 하며 축하를 전하기도 했다. 이 밖에 휴대전화 메시지로 각국의 축하 인사가 쏟아져 일일이 답해야 했다는 게 황 대사의 전언이다.
이번 한국의 안보리 진출은 윤석열 정부가 추구하는 '글로벌 중추 국가(GPS)' 외교 비전에도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는 평가다.
황 대사는 "주권 국가를 강제할 수 있는 상위 권력이 없다는 게 국제사회의 특징이지만, 안보리는 예외"라며 "193개 회원국이 안보리 이사국 15개 국가에 전쟁과 평화에 관한 중요한 문제들의 결정을 위임한다"라고 했다.
이어 "모든 유엔 회원국이 안보리 결정 사항이 강제력, 법적 구속력을 가진다는 점을 받아들이는 게 유엔 헌장 상 의무"라며 "안보리 이사국으로 있는 동안에는 상징이 아니라 실제로 국가의 위상이나 외교적 위상, 국제적 영향력이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한국은 유엔 외교에서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고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단계에 와 있다"라며 "과거 10년, 20년 전 안보리 이사국으로 활동하던 때와는 우리의 위치와 국제 정세가 많이 다르다"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안보리 활동은 상당히 큰 의미가 있다"라며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GPS 외교를 본격적으로 펼치는 데 있어서 안보리 활동이 상당히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이번 안보리 진출을 위해 우리 정부에서는 전 세계 재외공관이 나서서 여론 형성에 주력했다. 유엔 한국대표부에서는 선거 전날까지 각국 대사 및 외교단을 초청해 리셉션을 진행하고, 한식과 한복 패션쇼, 한국 음악 공연 등 문화적 차원에서의 홍보도 아끼지 않았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지난 6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 한국의 이름이 울려 퍼지자 함성과 박수가 총회장을 메웠다. 무려 11년 만에 한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진출을 확정하는 순간이었다.
현장을 지킨 황준국 주유엔대한민국대표부 대사 주변으로는 수십 명의 대사들이 몰려 축하를 건넸다. 각국 유엔 대사들이 모바일로 소통하는 와츠앱에도 "축하한다", "더욱 긴밀히 협력하자" 등의 메시지가 쏟아졌다.
"단독 입후보, 사실상 평판 투표"…끝까지 긴장 못 놓은 韓
황 대사는 15일(현지시간) 뉴시스와 인터뷰에서 "안보리 선거는 유엔 선거 중 가장 중요하고 모두의 관심이 집중된 선거"라며 "이사국 입후보를 하면 모든 나라가 수년 전부터 외교적인 힘을 쏟는다"라고 말했다.
특히 이번 한국처럼 단독 입후보를 하더라도, 선출 여부와 별개로 득표수에 따라 국가의 위상이 드러나기 때문에 끝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다는 게 황 대사의 설명이다. 단순히 선출 요건인 '투표 참여국 3분의 2 찬성'만으로는 부족한 것이다.
황 대사는 "단독 후보국일 때에는 (득표수가) 그 나라의 평판, 그 나라에 대한 외교적 지지 여부를 묻는 여론 투표 같은 성격이 된다"라며 "모든 나라가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라고 전했다.
이번에 한국은 투표 참여 회원국 192곳 중 180곳의 찬성표를 받았다. 선출을 위한 마지노선인 128표를 훌쩍 넘는 결과로, 선거를 앞두고 우리 대표부가 설정한 목표치와도 거의 일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황 대사는 한국의 현재 국가적 위상과 추구하는 원칙, 지정학적 특성 등을 거론, "우리를 반대하거나 견제하는 세력이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목표로 할 수 있는 최대치가 180표 정도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했는데 결과가 잘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비밀 투표라서 (지지하겠다고 말하고도) 투표를 안 하거나, 못 한다고 해도 아무도 모른다"라며 "현장에 있는 사람들을 계속 관리하고 한 표라도 더 얻으려 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와서 기쁘게 생각한다"라고 했다.
韓美日 안보리 동시 진출…北, 이례적인 '적극 견제' 외교전
이 때문일까, 투표 당일에는 김성 유엔 주재 북한 대사가 총회장을 분주히 오가는 모습이 포착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북한의 경우 일반 유엔 회원국과는 달리 외교관들의 외부 접촉이 드물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눈에 띄는 행보다.
물론 북한 측도 자신들 탄도미사일이나 인권 문제가 의제가 되는 공식 회의에는 때때로 참석해 공개발언을 한다. 그러나 통상적인 안보리 리셉션 등 교류 행사에는 대체로 참석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황 대사는 이와 관련해 "그날(비상임이사국 투표 당일)은 이례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라고 전했다.
김성 대사가 당시 어떤 식으로 외교전을 펼쳤는지는 알 수 없다. 비밀 투표인 만큼 북한이 어떤 국가를 포섭했는지도 알 수 없다.
그러나 당시 북한 측이 총회장에서 여러 대사들과 접촉한 점을 본다면, 이번 안보리 선거에서 남북한이 각자 치열한 외교전을 펼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한편 황 대사에 따르면 투표 당일 출장을 떠났던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모바일 대화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한국의 선출에 가장 따뜻한 축하를 보낸다"라는 내용이다.
황 대사는 "앞으로 안보리의 다양한 이슈에 대해 긴밀히 협력해 나가자는 취지"라며 "우리는 미국에는 믿을 만한 파트너니까, 모든 이슈에서 똑같은 입장을 취하지는 않는다고 해도 미국에도 좋은 일"이라고 했다.
이미 비상임이사국으로 진출해 있는 일본의 이시카네 기미히로 대사는 당시 황 대사에게 직접 다가와 포옹을 하며 축하를 전하기도 했다. 이 밖에 휴대전화 메시지로 각국의 축하 인사가 쏟아져 일일이 답해야 했다는 게 황 대사의 전언이다.
국제적 위상 높아진 韓…"GPS 외교에 안보리 활동 중요"
황 대사는 "주권 국가를 강제할 수 있는 상위 권력이 없다는 게 국제사회의 특징이지만, 안보리는 예외"라며 "193개 회원국이 안보리 이사국 15개 국가에 전쟁과 평화에 관한 중요한 문제들의 결정을 위임한다"라고 했다.
이어 "모든 유엔 회원국이 안보리 결정 사항이 강제력, 법적 구속력을 가진다는 점을 받아들이는 게 유엔 헌장 상 의무"라며 "안보리 이사국으로 있는 동안에는 상징이 아니라 실제로 국가의 위상이나 외교적 위상, 국제적 영향력이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한국은 유엔 외교에서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고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단계에 와 있다"라며 "과거 10년, 20년 전 안보리 이사국으로 활동하던 때와는 우리의 위치와 국제 정세가 많이 다르다"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안보리 활동은 상당히 큰 의미가 있다"라며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GPS 외교를 본격적으로 펼치는 데 있어서 안보리 활동이 상당히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이번 안보리 진출을 위해 우리 정부에서는 전 세계 재외공관이 나서서 여론 형성에 주력했다. 유엔 한국대표부에서는 선거 전날까지 각국 대사 및 외교단을 초청해 리셉션을 진행하고, 한식과 한복 패션쇼, 한국 음악 공연 등 문화적 차원에서의 홍보도 아끼지 않았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