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아파트값 1년 5개월여 만에 상승 전환
"규제완화 후 급매물 소진…집값 하방압력 여전"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정부의 대대적인 부동산 규제 완화 이후 서울에 이어 수도권 아파트값이 약 1년 5개월 만에 상승 전환하면서 이른바 '집값 바닥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올해 들어 주택 거래량이 늘고, 강남권 아파트값은 지난달 중순부터 8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가면서 반등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급매물 소진 이후 서울 아파트값 하락 폭이 주춤하고, 강남과 송파 등 일부 지역에선 반등세가 갈수록 뚜렷해지면서 힘을 보태고 있다.
수도권 아파트값이 약 17개월 만에 반등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이달 첫째 주(8일 기준) 수도권 아파트값은 0.01% 올라 지난해 1월 3주차 조사(0.01%) 이후 약 17개월 만에 상승 전환했다.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와 마찬가지로 0.04% 올라 3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구별로 강남구와 송파구의 아파트값이 각각 0.20%, 0.30% 올라 전주(0.13%·0.22%) 대비 상승 폭을 키웠다. 용산구도 전주 0.04%에서 이번주 0.08%로 오름폭이 확대됐고, 마포구는 0.08% 올라 전주(0.05%)보다 상승 폭이 커졌고, 중저가 단지가 몰린 중랑구(0.00%)는 지난해 6월 첫 주 이후 1년 만에 하락을 멈추고 보합 전환했다.
인천은 전주 보합에서 0.04% 다시 상승했고, 경기도는 전주 -0.04%에서 -0.01%로 낙폭을 줄였다. 인천은 연수구(0.08%)와 중구(0.20%), 남동구(0.07%) 등의 아파트값이 상승했고 경기도는 하남(0.25%), 화성(0.22%), 광명(0.14%), 성남(0.13%) 등지 상승했다.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이 4개월 연속 2000건을 돌파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5월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2590건으로 집계됐다. 아직 신고 기간(30일 이내)이 남았기 때문에 지난달 최종 거래량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서울 아파트 매수심리가 14주 연속 개선됐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첫째 주(5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83.9로 나타났다. 지난주(83.1) 대비 0.8p(포인트) 오른 수치다.
매매수급지수는 수요와 공급 비중을 지수화한 것으로, 기준선(100)보다 수치가 낮을수록 시장에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매수심리는 서울 지역 5개 권역 지수 모두 개선됐고, 수도권(84.1→84.8)과 지방(85.5→86.1) 모두 상승해 전국 매매수급지수도 84.8에서 85.5로 올랐다.
부동산 시장에선 집값의 추세적인 반등을 전망하기에는 이르다는 게 중론이다. 거래량도 예년 수준과 비교하면 여전히 저조한 수준이기 때문에 최근 집값 회복세가 기저효과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는 것이다.
지난 4월 주택 매매거래량은 4만7555건으로, 전월(5만2333건)보다 9.1% 감소했다. 전국 주택 매매거래량은 올해 1월 2만6000건을 기록한 뒤 지난 2월 4만1000건, 3월 5만2000건으로 급증했으나, 상승세가 꺾였다. 수도권(2만830건)과 지방(2만6725건)이 전월 대비 각각 8.3%, 9.7%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집값이 본격적으로 상승 전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주택 거래량이 늘고, 집값도 상승했으나, 정부의 규제 완화 정책에 따라 급매물이 소진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지난해 하반기 최악의 거래 절벽 상황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평년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거래량을 두고 집값 상승 전환을 예단하는 건 시기상조"라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일부 지역에 국한된 호재로 집값이 상승할 수 있으나, 부동산 시장 전체를 회복할 만한 동력이 없다 보니 침체된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며 "부동산 경기 침체 우려 지속과 고금리 기조 유지, 깡통 전세와 전세 사기 등으로 인한 전세시장 불안 등을 고려하면 집값 하방압력이 여전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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